네이버 뉴스 많이 본 뉴스를 통한 비교 분석
고인이 된 박원순 시장의 실종 당일 있었던 '오보' 사태를 기억하실 겁니다. 과도한 속보 경쟁이 불러온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죠.
이렇듯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 기사를 내보내는 언론사들이 흔히 집착하는 것이 바로 '속보 경쟁'입니다. 같은 소식이라도 먼저 내보내면 먼저 읽힐 것이고, 선점 효과로 인해 조회수 점유율을 높이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통신사나 온라인 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속보 전송이 어려운 신문사나 방송사들은 속보 출고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내부적으로 진통을 겪는 일도 많죠. 사회적으로 잘못된 효과를 내기도 하고요.
물론 속보가 눈길을 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만한 명제입니다. 그런데 네이버에서도 이 속보 제일주의가 아주 타당한 걸까요? 속보보다는 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팩트를 담은 종합 기사(종류에 따라 상보라고도 합니다)는 뒤늦은 선택에 불과한 걸까요?
간접적으로나마 이를 비교해보기 위해서 두 가지 데이터를 가지고 계산해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이전의 두 글에서 다뤘던 2020년 6월 많이 본 뉴스 데이터, 두 번째는 4월 말 수집했던 시간대별 많이 본 뉴스 데이터입니다.
편의상 두 데이터 중 제목에 '속보'가 달린 기사를 속보 기사로, '종합' 또는 '상보'가 달린 기사를 종합 기사로 분류했습니다. 그다음 6월 데이터에서는 각 기사의 평균 조회수, 그리고 4월 시간대별 데이터에서는 많이 본 뉴스 등재 평균 지속시간을 비교해보았습니다.
4월 21~29일(주말은 제외) 올라온 시간대별 많이 본 뉴스 중 속보라는 말머리를 달고 있었던 기사는 677개, 상보 또는 종합이라는 말머리를 달고 있었던 것은 434개입니다. 숫자 면에서는 속보 기사가 더 좋은 실적(?)을 낸 것으로 보입니다.
평균 지속 시간은 어땠을까요? 속보 기사의 평균 지속 시간은 1.35시간이었습니다. 약 73%의 기사가 1시간 바짝 조회수를 벌고는 밤하늘의 별..(?)로 사라졌습니다. 상보와 종합 기사의 평균 지속 시간은 2.55시간이었습니다. 1시간 따리(?) 종합 기사의 비율은 40.5%로 낮았습니다만, 어쨌든 세 시간 이상 버틴 기사는 30%를 겨우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아마도 상보 기사 이후에는 다양한 해설 기사나 전망 기사 등이 소비되겠죠. 그만큼 온라인 뉴스 소비의 속도가 빠릅니다, 여러분!
저는 이쯤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증되지 않았지만, 이런 전략을 떠올릴 수도 있겠구나, 하고 말이죠.
재빨리 속보를 전송할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1시간 정도 공을 들인 상보 기사를 내보내는 것이 유리하겠구나!
두 시간 뒤에는 속보도 상보도 아닌 해설성 박스 처럼 차별화한 기사로 승부해야 하겠구나!
위의 통계만 본다면 속보와 상보가 1대 1로 팽팽하게 대결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대망의 한 달 간의 총 조회수와 1개당 평균 조회수가 높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아래 표에 답이 있습니다.
속보의 승리입니다. 일단 많이 본 뉴스에 오른 기사 수에서 상보보다 속보 기사의 숫자가 많습니다. 조회수 합계도 당연히 높겠죠. 물론 기사 1개당 조회수는 상보 기사가 속보보다 아주 소폭 높습니다만, 딱 봐도 이 정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을 겁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종합 및 상보 기사가 속보보다 더 품이 들어간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죠. 결국 속보가 상보보다 '조회수 획득'에 유리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맞는 말로 생각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잘 쓴 상보 속보보다 낫다'라는 결론을 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이 이런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그만큼 속보의 힘이 강한 것을요. 뉴스의 생명을 신속성에서 찾는 분들도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거일 수도 있습니다.
종합편성 채널 초창기 지나친 속보 경쟁을 벌이다 뉴스 소비자들의 지탄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속보의 힘이 세다지만, 속보가 소비자가 아닌 조회수를 위한 것이 되었다가는 장기적으로 미디어 신뢰도나 브랜드 이미지에 독이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이 점을 모든 뉴스 담당자가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0. 조회수를 벌기에는 속보가 종합 기사보다 낫다.
1. 속보는 순간 폭발력은 좋지만 지속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잘 터지면' 날로 먹을 수 있다.
2. 상보는 지속력은 좋다. 그러나 공들인 것에 비해 성공할 확률은 낮을 수 있다.
핵심: 조회수 실적에 매몰돼 지나친 속보 경쟁을 벌였다가는 저널리즘 훼손은 물론 남의 명예와 뉴스 소비자들의 신뢰마저 잃게 된다는 사실, 잊으면 안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