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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범 Jan 20. 2022

4년차 엄마의 고민

엄마가 직접 쓰는 이맘 때 엄마들의 마음

시즌1에서 엄마의 글이 가끔 등장했었다. 슬프게도(?) 내 글보다 대개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시즌2에는 엄마를 섭외했다. 그만큼 어그로도 잘 끌리겠지..후후.. 라는 속물적인 마음이 컸지만, 글을 받고 나니 마치 교환일기가 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 어쨌든 어느덧 4년차에 들어선 워킹맘 엄마의 솔직한 마음을 들어보자.


등판했습니다. 네, 엄마입니다.

시즌 2에는 격주로 등판해보려고 합니다.


여전히 세상과 분리되지 않으려고 휴대폰을 붙잡고 있지만 큐레이션이라는 기술이 오히려 세상과 분리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온갖 육아 정보만이 가득합니다. 보면 볼수록 고민은 많아지지만 현실은 많이 다르고요.


저는 원래 성과주의 조직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적성에 꽤 맞습니다. 근데 육아는 성과가 아니더군요. 그래서 괴롭고, 때마다 죄책감이 자꾸 들어 더 괴롭고, 별일이 없을 때면 또 육아니 심리니 하는 정보를 찾는 게 습관이 되다보니, 더더 괴롭습니다.


그래도 이런 조건이면 불평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게 또 마음대로 안 되더군요. (제 부모님이 도와주고 계시고, 이런 남편도 있잖아요. 게다가 책도 냈네요? 헐, 대박, 띠로리) 찰리채플린이 이렇게 말했다고 하죠.


삶은 가까이서 볼 때는 비극이지만, 밖에서 볼 때는 희극이다.


네 그런데 그걸 알아도 안에서 느끼는 비극이 주는 괴로움을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더군요. 여전히 육아는 49, 51 싸움입니다. 인터넷을 보면 평균에서 벗어나면 큰일이나도 날 것 같지만, 결국 개개인의 모습은 하나의 스펙트럼 위에 있을 뿐인데 말이죠. 기준에서 조금 벗어났다고 큰일 안 나고 기준 안에 있다고 괜찮은 게 아니라는 것…다 알잖아요?




오늘도 안 잔다고 이젠 비명을 지르고 발을 구르고 없는 할아버지까지 불러오라며 아무말 하는 아이를 모른 척, 자는 척 하며 인별그램을 봅니다. 저도 꽤 재밌게 봤던 웹툰 며느라기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티저 영상이 보이네요.


하, 그런데 이젠 이런 드라마도 쉽게 못봐요. 댓글 싸움도 지치지만 , 유독 눈에 들어오는 글이 있습니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 중에 웹툰에 나오는 것 같은 이들은 없으며 , 하이퍼 리얼리즘이란 걸로 편향적으로 치우진 가치관을 심어준다’는 내용입니다. 일견 동감합니다. 저도 무심한 남편 두고 있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주인공이 임신했을때 느꼈던 감정은 너무나 공감이 되었습니다. 임신은 분명 축하 받을 일인 것 같은데 나는 왜 커리어를 고민해야 하는 것인지, 왜 눈치가 보이는 것인지 하는 것들 말입니다. 온전히 기쁠 수 없는 그 감정, 이게 잘한 일인가를 아기를 낳을 때까지 고민해야 하는 모습들도요.


천사가 나팔 불면서 순백의 면사포를 씌워주고 이제는 성스러운 엄마이니라…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내 마음도 도를 깨달아서 혹은 평화를 빌면서 바로 성스럽다는 엄마가 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렇지만 21세기를 사는 엄마인 저는, 그냥 옛날처럼 , ‘응당 엄마라면’ 이러는 조건 속에서 요구되곤 하던 그 모습처럼 그대로 살고 싶진 않습니다.


아빠도 비슷합니다. 우리 부모 세대처럼  돈만 잘 벌면 됐지! 할수도 없습니다. 왜냐면 엄마도 버니까, 그리고 육아는 그렇게 비교되는 가치가 아니라는걸 다 아니깐요. 설사 어느 한쪽이 외벌이면 어떤가요. 한 인간을 키우는 일을 같은 저울에 놓고 비교할 수 있는 일이던가요.




그래서 시즌2는 비정기적으로 도발을 해보려고 합니다. 평소 정리해서 말하지 못 했던 것을 글로 아빠에게 간접 전달 해 보려고요. 디스도 할겸, 고맙다고 할겸, 사,사랑,한다고 할겸, 도대체 우리 딸은 왜 저러냐고 할겸.


원래 저는 화가 많은 사람입니다. 흥도 많고요. 뭐 ‘내가 자식에게 이렇게 해줬는데’라며 바랄 마음도 없습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거지, 그거 말고 뭐가 중요한가요? 그런 면에서는 육아가 또 잘 맞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교류하면 그보다 좋은 추억이 있을까요? 30여 년 뒤 이 글을 볼 제 또래의 우리 딸과도 마음을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아빠의 한줄 독후감 
“화가 많은 사람인 건 알았지만 글에도 이렇게 화가 묻어나다니, 놀랍습니다. 재능인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일하며 배운 솜씨를 발휘해 순하게 수정하느라 진땀 뺐습니다. 선동적인 직업을 가지면 대성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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