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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범 Mar 16. 2022

세상 조심성 강한 너를 보며

키즈카페 만든 사람 상 주세요

"나는 왜 이렇게 겁이 많을까?"


직접 들은 것은 아니지만, 정말로 이렇게 말을 했더랬다. 할머니 손을 잡고 놀이터에 놀러 갔는데, 근처에서 날카로운 공사음이 들렸다고 했다. 너무 깜짝 놀라 도망을 치려다가, 문득 고개를 푹 숙이더니 "에휴" 한숨을 쉬고는 저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짠하기는 한데, 얘가 조심성이 많은 것은 또 사실이라, 한편 걱정도 된다. 조심성이 많은 나머지 나중에 학교에 적응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지나치게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빠도, 엄마도 조심성이 많고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안 건너는 편이라 그 망설이는 고통을 더욱 잘 안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듯하다.


키즈카페에 처음 가봤을 때도 마찬가지다. 온갖 재미있는 게 가득하니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은데, 자기보다 덩치 큰 오빠들이 미친 듯이 뛰어다니고 소리도 박박 질러대니 겁이 나서 주춤대기만 했다. 조금만 위험해 보이는 놀이기구에는 올라가지도 않으려고 했다. 그러면서도 또 눈빛은 '해보고 싶다' '가지고 놀고 싶다' '뛰어가 보고 싶다'이니, 그걸 지켜보는 엄마 아빠의 마음이 참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결국 경험이 약이라고, 키즈카페를 계속 가보니 본인도 조금씩 적응이 되는 모양이다. 이제는 옆에서 누가 뛰어다녀도 그러려니 한다. 나름대로 붕붕카를 타고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니기도 한다. 그렇지만 트램펄린은 여전히 무서워한다. 뛰지는 못하고 휙휙 걸어 다니기만 한다. 그래도 좋단다. 좋으면 그만이지.


그러고 보니 아빠도 어릴 때는 그랬다. 워낙에 조심성이 많고 확실하지 않으면 잘 도전하지 않으려는 성격이었던 듯하다. 특히 '사나이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먹히던 시대였으니, XY 유전자를 가지고도 대범하게 2층 높이에서 뛰어내리지 못하거나 과감하게 도전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위로해주지 못하고 자책했던 듯하다. 그래서 10대 20대 때는 '경험만이 나를 성장시킨다'는 방어적 좌우명을 만들어 한동안 좀 꺼려지는 도전을 해야 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되뇌곤 했었다.


어쩌면 저 작은 꼬마 아이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며 살고 있진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다짐한다. 절대 서두르지 말자. 절대 책망하지 말자. 절대 강요하거나 등을 떠밀지 말자. 유난히 조심스러워하는 그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주자. 그러면서도 절대 안주하게 하지 말자. 조금 두려워도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용기를 주자. 실패하고 좌절했을 때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안식처가 되자.라고.


물론 그러한 다짐과는 달리 트램펄린에서 신나게 놀지 못하는 아이에게 '좀 팍팍 뛰어봐. 하나도 안 위험해'라고 조급해한 건 비밀.



0개월~12개월 초보 아빠 엄마의 대환장 육아일기를 다룬 '매일 행복했다면 거짓말이지(해요미디어)'는 전국 주요 서점과 온라인 서점을 통해 판매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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