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살아이와 단둘이 여권 챙겨서 나가기

by 오스칼

오래간만에 찾아온 명절의 황금연휴였다. 가을의 청명한 하늘에 화창함까지 더해져서 여행 가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가 계속되었다. 여행의 절반은 날씨인데 그 행운 가득한 순간에 몸이 근질근질했다. 이번 추석 연휴에 시간이 조금 더 있어서 뭘 할지 고민하다 연휴 한 달 전에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무심코 아내에게 아이랑 단둘이 여행을 다녀올까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아내는 뜬금없어하면서 내가 아이랑 둘이 여행을 다녀온다고 하니 응원하며 다녀오라고 했다. 아이에게도 물어보니 유치원을 안 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대찬성했다. 그래서 일사천리로 여행 계획이 잡히고 나와 아이는 추석 연휴를 친척집을 전전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를 나가기로 했다. 아내와 아이가 이렇게 떨어져 여행을 가본 적이 없었고 국내 여행도 아내를 빼놓고 아이와 단둘이 다녀본 적이 없어서 그나마 쉽게 국내를 가볼까 싶었지만 추석 연휴에는 우리나라 고속도로 곳곳이 막히고 사람도 많을 것 같고 영업을 안 하는 곳도 있어서 바로 해외를 나가기로 정했다.


출국전 인천 국제공항에서 아이

어디를 갈까 고민하면서 세계 지도를 보니 일단 아이가 나이 어려 안전하고 음식도 괜찮으면서 내가 응급상황이 생겼을 시에 대처할 수 있는 나라여야 했다. 그리고 거리도 멀지 않고 여행 경비가 많이 들지 않는 나라여야 했다. 중국은 비자를 받아야 되니 패스, 일본은 작년에 가족 여행으로 다녀왔기에 패스했다. 사실 일본은 내가 대학시절 유학했던 곳이라 제일 안전하고 음식도 입에 맞으며 응급 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하기도 쉬웠지만 연속해서 가기에는 마음이 내키질 않았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밑에 있는 대만의 타이베이는 가봤지만 날씨가 더웠고 동남아는 더 더웠기 때문에 결국 선택을 한 것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였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이라고 알려져 있는 도시로 크기도 크지 않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결정하고 난 다음에 내심 불안함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 나는 러시아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러시아를 가본 적도 없어서 여행 배경 지식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혼자 가는 것도 아니고 어린아이를 데리고 가는 거라 과연 잘 데리고 다닐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되었다.


어쨌든 그전부터 우리는 까불이 팀이라는 이름으로 3명밖에 안 되는 가족 안에서 작은 유닛으로 활동하고 있었기에 3박 4일, 까불이 팀의 러시아 여행이 결정된 것이다. 그리고 결정한 이후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관련된 여행 글도 읽어보고 다큐, 여행 방송 프로그램도 보면서 감을 익혀갔다. 러시아어는 핸드폰에 통역 어플을 깔아서 활용하기로 했다. 안되면 잇몸으로 부딪히면 되니까 하는 심정이 컸다. 아이는 다소 걱정을 안고 있던 나와는 다르게 여행 가기 전날까지 엄청 들떠있어서 신나 했다. 아내도 걱정은 되었겠지만 내가 잘 챙기리라 생각해서 딱히 염려하지 않고 혼자 있을 연휴에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세웠다. 이렇게 정말로 유치원생인 아이와 둘만 가는 출국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