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만난 건축사는 외삼촌의 지인 소개로 알게 된 전문가로 역시 내가 사는 도시에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처음에 만났던 건축사와의 미팅에서 설계의 단순성과 비용 문제를 들은 터라 어떨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여러 건축사를 만나서 상담받는 것이 좋다는 것은 익히 들었기에 우리가 준비한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기로 했다. 나 혼자 만났던 첫 번째와는 달리 이번에는 나와 아내, 아이 그리고 외삼촌까지 모두 가서 만나기로 했다. 건축사사무소는 처음 가보는 것이라 이것도 낯선 경험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여러 단순 설계 모형이 있었고 각종 감사패가 눈에 가득 찼다. 아직 외출하고 돌아오지 않아서 우린 테이블에서 기다리면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정리해보았다. 이윽고 건축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첫인상은 인품이 있게 느껴졌다. 인사를 나누고 간단한 개요 설명과 함께 내가 만든 설계도를 보이며 디테일한 설명을 했다. 내가 하는 말을 경청하면서 내가 설계한 도면을 존중하고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이 고맙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전원주택에는 정답이 없고 의뢰인의 의도나 가지고 온 설계가 정답이라면서 동선이나 가족의 삶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계획 설계를 내는 것도 그렇고 나와 외삼촌의 뜻을 잘 이해하고 존중하며 대화를 이끌었다. 빠듯한 건축비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건축이 될 수 있도록 긍정적인 고민이 될 듯했다. 시종일관 정확하면서 의뢰인의 구상을 이해하는 태도는 신뢰가 가기에 충분했다. 일단 정확한 견적이 건축사를 통해서 나와야 했기에 상담이 끝나고 오늘 중으로 내가 작성한 자료를 보내주기로 했다. 그렇게 상담을 마치고 외삼촌과 괜찮은 느낌이라면서 비용은 물론 빠듯하고 많이 들어가지만 있는 한도 내에서 잘 조절하며 갈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들어서 나쁘지 않았다.
다음날에는 두 번의 미팅을 잡았다. 처음 부동산에서 소개해준 건축사와 따로 찾아본 건축사를 만나서 상담을 받기로 했다. 점심때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마시듯이 먹고 바로 외삼촌을 만나서 건축사사무소를 방문했다. 모두 내가 사는 도시에 있는 건축사사무소였기에 가서 상담받는 데에는 부담이 없었다. 이번에는 만나서 구체적으로 철근 콘크리트 공법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건축사가 설계한 다른 설계도를 보면서 설명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아직 알지 못하는 것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미팅이 끝나고 다른 건축사를 만나기 위해 차에 올랐다. 그러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약속 장소에 가면서 내내 쏟아진 폭우에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여름 소나기 치고는 꽤 오랫동안 쏟아졌는데 시간이 조금 남아서 근처 주민센터 앞에서 내리는 비와 거리를 보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세 번째 건축사가 있는 곳은 내가 어렸을 때 살던 동네에 위치한 사무소로 오래된 주택을 쓰고 있었다. 골목길에 있는 정겨운 디자인의 간판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어렸을 때 추억도 간간히 생각났다. 나뭇가지로 만든 손잡이를 밀고 들어가니 조그마한 응접실이 나왔다. 조금 기다리니 바로 건축사와 만날 수 있었다. 다소 긴 백발을 멋지게 묶은 건축사였는데 굉장히 꼼꼼하게 절차와 내용을 설명해줘서 믿음이 생기는 곳이었다. 하지만 비용이 워낙 우리가 준비한 것보다 차이가 커서 많이 고민이 되었다. 현실적인 상황을 생각했을 때 도저히 마련해서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코로나19 이후 자재 가격이 2배로 급상승해서 그 가격에 멋진 디자인과 실용성을 생각해 책정된 가격은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고 많이 배운 시간이 되었다.
이렇게 세 번의 각기 다른 건축사와 상담을 끝내고 외삼촌과 돌아오는 길에 이야기를 나누고 결정하기로 했다. 순조롭게 간다면 설계 인허가가 나는 9월 말이나 10월 초에 공사가 시작되고 4개월 정도 걸리는 시공이 끝나면 2022년 1월 말에 입주가 가능할 듯했다. 어머니는 겨울에 공사가 끝나고 마무리되는 것에 대해 약간 걱정과 우려를 했다. 그건 나와 외삼촌도 생각하던 것이었는데 우리의 진행상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고 싶다고 해서 바로 설계가 나오고, 허가가 나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공사는 그 기간이 있기에 다소 시간차는 있더라도 잘 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설계도를 그리고, 여러 건축 영상을 보면서 공부하고, 건축사와 상담하고 하는 일들이 작년의 나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는데 인생사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 실감 났다. 조급해하지 않으면서 징검다리를 건너듯이 조심스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한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