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플 깔고 집 설계(1)

by 오스칼

마침 다른 도시에 사는 동생이 패드 하나를 선물해줬다. 본래 조카를 위해 사준 거지만 아이가 본인은 이미 쓰던 게 있어서 정들었기 때문에 필요 없다고 해서 내가 쓰게 되었다. 때마침 만난 패드가 굉장히 요긴하게 쓰였다. 집짓기 프로젝트를 위해 나에게 온 도우미 같았다. 설계 어플을 구입해서 패드에 설치해 첫 설계를 시작했다. 설계의 주안점은 간단했다. 외관은 심플과 모던이었고 내부는 가족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내는 것이었다. 이렇게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하면 할수록 끝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어머니가 1층을 사용하고 나와 아내, 아이가 2층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층마다 방은 3개, 화장실은 2개가 있어야 하고 각자 요구사항을 들어가며 설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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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어플로 도전


설계 어플을 켜고 줄을 긋는데 내가 긋는 대로 벽이 생기고 방이 만들어지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어플에 깔린 문, 창문, 침대, 주방기구, 욕조 등을 넣어가면서 이리저리 만들어갔다. 검색 사이트에서 전원주택 설계도를 검색해서 봤는데 다들 다양하고 각양각색이라서 오히려 복잡하게만 느껴졌다. 우리는 최대한 간단한 모형으로 설계를 하기로 했다. 심플한 것을 좋아하면서도 건축비를 아끼기 위한 방법이었다. 개성이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오히려 그런 심플함이 개성이라고 볼 수 있었다. 나와 외삼촌은 각자 설계하면서 서로 비교해보기로 했다. 면적은 30평으로 하고 1, 2층과 다락을 내기로 했다. 총 70평 정도가 되는 규모로 1층과 2층은 디자인을 똑같이 가기로 했다. 그건 건축 비용을 아끼기 위한 것과 골조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한 방책이었다.


기본적으로 안방 1개, 작은방 2개, 욕실 겸 화장실 1개, 화장실 1개, 주방 1개, 거실 1개, 다용도실 1개, 팬트리 1개의 구조를 넣어서 퍼즐 맞추듯이 짜 맞추어 갔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 수없이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고치고 다시 그리고를 몇 번이나 하면서 고쳐나갔다. 생각했을 때는 굉장히 쉬울 것 같았지만 실제로 산다고 생각하면서 동선을 짜고, 생활을 상상해보면 그리 녹록지 않았다. 토지를 보면 북쪽에 도로가 있는 구조라서 메인이라 할 수 있는 현관을 처음에는 서쪽과 남쪽에 2개를 내었다가 남쪽 현관은 없애고 서쪽에 1개로 두었다. 1층과 2층은 같은 집이지만 다른 집처럼 생각하기 위해서 중문을 달고 계단을 설치했다. 방 사이즈는 현재 가지고 있는 가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구 실측을 하고 방 면적을 계산했다. 우리 집과 어머니 집을 오가면서 줄자를 가지고 냉장고, 김치냉장고, 세탁기, 책장, 장롱, 테이블, 침대 등을 실측해서 면적 계산을 했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집과 비교하면서 이 정도면 생활하기에 불편한지 안 그런지 상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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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펜으로 그려가며 수정


나는 요리를 좋아하기에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의 주방이 협소하게 느껴졌기에 거의 두배에 가까운 면적으로 주방을 설계했다. 그래서 싱크대도 2개로 하고 여러 수납장, 조리대도 넓게 만들었다. 지금 주방의 길이를 재보면서 크기를 도면에 그려 넣었다. 아이 방도 지금보다는 크게 만들어서 성장하면서 느끼기에 좁지 않도록 만들었다. 안방에는 화장실이 있었다가 없었다가 다시 있었다가를 반복하면서 침대와 장롱이 들어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2층 작은 방은 지금까지 살면서 본인 방을 갖지 못했던 아내 서재로 만들었고 1층 작은 방은 내 서재로 만들 계획이라 크지 않고 아담한 규모로 만들면서 답답하지 않게 문은 만들지 않기로 했다. 다락은 아이가 상상을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블록 조립을 하면서 놀고 다른 가족들에게는 탁 트인 공간으로 다가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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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과 2층의 설계 과정

외부에는 마당이 있어서 어머니가 좋아하는 꽃이나 나무를 심고 작물을 소소하게 키워 식탁에 올릴 계획을 세웠다. 1층 거실과 손님방 앞에는 데크를 설치하고 위에 어닝을 설치해 야외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2층은 주차장 위를 데크로 만들어서 식사 겸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집 주위로는 마당의 흙과 직접 닿지 않게 자갈을 깔고 창문은 눈썹 지붕이나 플래싱을 해서 빗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방지했다. 이렇게 설계를 하기까지 참 여러 번 고치고 가족들에게 물어보고 했다. 특히 외삼촌과 인터넷 동영상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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