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에 맞춰 놓은 알람 소리에 눈이 떠졌다. 9시 스위스 제네바행 비행기를 타야 해서 7시에 공항으로 가기 위한 택시를 예약해서 시간 맞춰 약속 장소로 갔다.아직 어둑한 리스본 거리를 지나서 생각보다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이 북적이는 공항은 이른 아침치고는 활기가 넘쳤다. 입국 수속을 하고 비행기 탑승 전에 간단하게 크루아상, 에그 타르트, 초콜릿 머핀, 카푸치노, 카페라테, 오렌지 주스를 시켜서 먹었다. 탑승하는 게이트로 갔는데 긴 줄이 늘어서 있어서 만석으로 가는 듯했다. 줄이 좀처럼 안 줄어들길래 보니 캐리어 크기를 확인하고 있어서였다. 비가 내린 후라서 화사해진 리스본의 아침을 떠나 우리는 스위스 연방 제네바로 갔다.
스위스는 우리가 부르는 이름이고, 4개의 언어가 쓰이는 이 나라 특성상 부르는 말도 제각각이다. 그래서 라틴어로 헬베티카 연방(Confoederatio Helvetica)이라 쓰고 공식 명칭으로 사용한다. 물론 평소에는 쓸 일이 없지만 말이다. 평소에는 스위스 연방(Swiss Confederation)이라 표기한다. 스위스는 부르고뉴 왕조,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조 등 주변 강대국의 위협에서 자신들을 지키고자 연방을 구성한 것이 시초로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독립국가가 되었다. 이런 오랜 투쟁 때문에 지금도 스위스는 영구 중립국이고 EU 가입국이 아니다. 작은 영토이지만 오랜 자치 역사로 26개 칸톤(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술했다시피 독일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로망슈어 4개 언어가 사용된다. 과반수 이상은 독일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제네바에 도착
우리는 제네바를 거쳐서 베른에서 환승한 다음 골든라인이라 부르는 기차 노선을 타고 인터라켄으로 가는 일정을 계획했다. 제네바는 베른, 취리히와 더불어 스위스를 대표하는 도시이고 프랑스어권에서는 가장 큰 도시이다. 그리고 국제적인 외교도시로서 세계보건기구, 국제적십자위원회, 국제노동기구,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등 많은 국제기구가 있다. 도착한 제네바 국제공항에서 시내까지 전철을 타고 왔다. 역에 짐을 맡길까 했는데 9스위스프랑이어서 너무 비싸 가지고 다니기로 했다. 먼저 우리의 목적지인 생 피에르 성당으로 향했다. 이곳은 개신교의 유명한 종교 개혁가 칼뱅이 설교했던 곳으로 유명한 곳으로 앞모습은 판테온 같지만 내부는 정갈하고 담백한 모습이어서 여느 유럽의 성당들과는 달랐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다시 시내 쪽으로 들어왔다. 몽블랑 다리와 분수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남겼다. 이 주변은 전 세계 굴지의 은행과 시계 명품들이 있어서 스위스라는 걸 실감케 했다.
생 피에르 성당에 도착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점심시간이 애매해서 파이브 가이즈가 있길래 고민 없이 들어갔다. 햄버거 2개, 치즈핫도그 1개, 콜라 1잔을 샀는데 51.4스위스프랑(약 7만 원)이 나와서 엄청난 스위스 물가를 체감했다. 우리를 쫄깃하게 만든 건 이때까지 이게 전부인 줄 알았다. 베른 가는 기차를 타야 하는 플랫폼을 6번이라고 아내가 봐서 6번으로 갔는데 기차 문이 안 열리고 전혀 타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5분 남았을 때 나와 아이는 플랫폼에 있고 아내에게 다시 물어보고 오라고 했다. 아내는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6번이라고 했는데 전광판에는 4번이라고 되어있어서 불안한 찰나에 4번 플랫폼으로 2층 기차가 들어왔다. 왠지 이 기차인 것 같아서 서둘러 탔다. 2층으로 올라가서 자리를 잡고 앉으니 이제야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는 듯했다. 사온 버거를 먹으면서 창밖으로 지나가는 겨울 풍경을 담았다. 레만 호수와 작은 집들, 경사진 밭, 나무들, 눈 덮인 세상이 겨울 왕국 같았다. 아내는 감동받았는지 한참을 쳐다보았다. 이런 풍경은 사진이나 영상보다 직접 두 눈으로 보는 게 제일 나았다.
기차 안에서 버거 타임
아내가 감동한 스위스의 풍광
우리는 베른에서 환승해야 하는데 5분 연착되어 여유시간 3분을 남기고 내렸다. 아내가 미리 환승 플랫폼을 핸드폰으로 검색한 결과 5번 플랫폼이었는데 바로 옆이어서 손쉽게 갈아탈 수 있었다. 인터라켄은 스키 시즌이어서 그런지 만석이었다. 우리도 사람들 틈에 끼어 겨우 자리에 앉아갔다. 종점역이 인터라켄이라 다들 거기서 내리는 듯했지만 튠에서 많이 내리고 그다음은 한산하게 갔다. 창밖으로 보이는 각 도시들 풍경 보는 재미도 색달랐다. 안내하는 멘트가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 등으로 들리고 사람들 대화 소리도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로 다양하게 들리는 게 다국어 국가다웠다.신기한 게 제네바를 시작으로 베른을 지나가면서, 안내 방송에서 프랑스어가 사라지고 독일어와 영어만 나왔다. 검표원이 주요 역을 지날 때마다 표 검사를 했는데 프랑스어에서 독일어로 바뀌어있었다.
인터라켄 동역
역 맞은편에 있는 대형 마트
마트 장보기
종점인 인터라켄 동역에 도착해서 사람들과 함께 우리도 내렸다. 밖은 눈이 흩날리고 있었지만 오늘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기쁘게 맞았다. 근처 대형마트가 있어서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에 먹을 것을 쇼핑했다. 먼저 눈에 띈 것은 한국 신라면과 김치 신라면이었다. 우리나라에 없고 김치 맛을 보자며 김치 신라면 4 봉지를 담았다. 더해서 빵, 물, 커피, 훈제 치킨, 달걀 등을 샀더니 32.1스위스프랑이 나와서 마트 물가도 만만치 않다는 걸 느꼈다. 숙소로 가는 길은 점점 더 눈발이 세지고 있어서 어둑해진 거리를 2km 남짓 걸어서 도착했을 땐 눈사람이 되어 있었다. 숙소는 스위스 전통 가옥을 리모델링한 곳이었는데 넓직하면서 이 지역 분위기가 나고 매우 깔끔하며 편리해서 좋았다. 서둘러 라면 끓일 물을 올리는데 사온 물 3병이 모두 탄산수였다. 헛웃음을 지으며 일단 냄비에 물을 붓고 끓기 시작하자 라면과 달걀 3개를 넣었다. 보글보글 끓고 라면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식탁에 라면과 훈제 치킨으로 간출한 스위스 첫 저녁 식사를 했다. 숙소가 옛 스위스 주택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곳이라 나뭇결이 드러나는 전통적인 느낌이 났다. 숙소의 청결, 편의, 크기 등 다 좋았는데 가격이 스페인의 3배여서 물가에 또 한 번 놀랐다. 이동하느라 바빴던 오늘이 지나고 내일은 화창하길 기대하며 첫날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