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의 숨결을 따라

2023년 1월 19일(목)(14일째)-인터라켄에서 취리히

by 오스칼
숙소 앞 아침


알프스의 이른 아침 공기를 느껴보며 식사 준비를 했다. 간단하게 달걀 프라이에 어제 사 온 빵을 데우고, 마멀레이드 잼을 발랐다. 커피 머신이 있어서 커피도 내려서 따뜻한 식사를 했다. 추운 날씨여서 다들 단단히 준비를 하고 숙소 밖으로 나갔다. 눈이 그치고 푸르고 시린 공기가 세상을 품고 있었다. 알프스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싼 인터라켄은 튠 호수와 브리엔츠 호수 사이에 있는 작은 도시로 우리는 브리엔츠 호수를 보기로 했다. 한 40분 정도 걸어가며 낯선 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고 풍경도 사진으로 남겼다. 날이 추웠지만 걸으면서 둘러보면 알프스가 우리를 감싸고 있는 듯해서 우리의 눈동자는 황홀했다. 특히 우뚝 솟은 설산의 위용은 장관이었다. 브리엔츠 호수는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내렸는지 짙은 옥색을 띠며 황홀한 풍경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호수에는 우리뿐이어서 이런저런 사진을 많이 찍었다. 푸른 호수를 두 눈동자에 가득 담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언덕에서 엉덩이 눈썰매를 타며 아이가 엄청 좋아했다.


브리엔츠 호수 가는 길


인터라켄과 브리엔츠 사이


브리엔츠 호수에서 아내


브리엔츠 호수에서 아이


점프샷하다가 미끄러워 넘어진 나


구름을 뚫고 솟아있는 알프스 봉우리들


숙소에 돌아와서 짐을 챙기고 이제 인터라켄 동역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인터라켄의 메인 거리라고 할 수 있는 회에벡 거리를 지나면서 페러글라이딩 하는 모습도 보고 알프스를 배경 삼아 사진을 찍었다. 풍경이 아름다우니 어디를 찍어도 엽서 같았다. 기차 안에서 먹을 점심을 사러 근처 마트에 들렀다. 아이스티, 초콜릿 우유, 물, 빵, 샐러드, 커리 덮밥, 불고기 덮밥 등을 사서 기차에 탑승했다. 평일 오전이어서 그런가 기차 안은 매우 한산했다. 덕분에 자리를 넓게 차지하고 루체른에 갈 때까지 알프스 산맥과 마을, 호수 등 구경을 실컷 했다. 우리가 탄 노선은 알프스 산맥을 끼고 지나가는 노선으로 흔히 말하는 골든 패스 라인으로 알프스 파노라마 열차로 불린다. 베른 경유가 아닌 루체른 경유로 예약을 한 이유가 여기 있었다. 베른 경유하는 노선은 많았지만 알프스를 끼고돌지 않기 때문에 경치가 멋지진 않기에 알프스 산맥의 장관을 환상적인 기차 여행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루체른 경유로 기차를 타야 한다. 이 열차는 천장 상부가 유리로 되어있어서 전방위 감상이 가능했다. 아내는 매우 감동받아서 연신 감탄사만 내뱉었다. 발트, 아쿠아 블루 등 온갖 푸른색이 감도는 호수와 작은 성냥갑 같은 집들, 눈 덮인 높은 산맥과 나무들의 향연이었다. 이때 동영상을 얼마나 찍었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다른 세상에 온 느낌을 받았고 순백의 세상이 너무 눈부셨다.


알프스의 설산을 배경으로 인증


우리를 감동받게 했던 알프스의 호수


기차 안에서 여유를 부리는 아이


루체른은 인구가 8만 명 정도밖에 안 되지만 인터라켄에서 기차를 타고 지나친 마을보다 훨씬 큰 도시였다. 환승하기 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잠깐 엿볼 수가 있었다. 1333년에 만들어졌고 1993년 화재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지만 복구된 목조다리 카펠교와 바로 옆에 있는 팔각형 물의 탑, 성 레오데가르 성당, 옛 루체른 역의 아치형 입구 등을 보았다. 시간이 더 있었으면 잔잔한 이 도시를 더 거닐어 보고 싶었다. 루체른 역에서 취리히행 열차로 갈아타고 오늘 목적지인 취리히로 향했다. 취리히 스위스 수도로 알려진 베른보다 더 인구가 많고 국제적으로 알려진 도시이다. 신성로마제국 통치 이후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가문의 지배에 맞서 싸운 스위스 동맹의 일원이었고, 1519년 츠빙글리가 주도한 개신교 종교개혁의 본산지로도 유명했다.

우리를 취리히까지 데리고 간 기차


생각보다 컸던 루체른 역


옛 루체른 역 입구


멀리 보이는 성 레오데가르 성당


팔각형 물의 탑과 카펠교


취리히 역은 국제 도시답게 큰 규모를 자랑했다. 내가 사는 도시와 인구는 비슷하지만 철도역만큼은 확실히 컸다. 호텔이 근처라서 천천히 걸어갔는데도 일찍 도착해 조금 이르게 체크 인을 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아인슈타인이 수학했던 취리히연방공과대학 건물이 있었다. 아기자기한 옛 골목인 니더도프를 지나서 이 유서 깊은 도시에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그로스뮌스터였다. 두 개의 종탑이 멋진 이 교회는 츠빙글리의 종교개혁이 시작된 곳이었다. 그리고 오래전 프랑크 왕국의 샤를마뉴 대제가 이곳에서 취리히 성인 무덤에 무릎을 꿇어서 이 자리에 수도원 성당을 세웠다고 한다.


취리히 역


맛집이 늘어선 니더로프


리마트강의 멋진 뮌스터 다리를 건너서 반대편에 있는 취리히 시청과 프라우뮌스터를 구경했다. 프라우뮌스터 수도원은 853년 독일 루드비히 2세의 딸, 힐데가르트가 수녀원으로 처음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곳이 지금 유명해진 것은 성가대석이 있는 곳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들이 마크 샤갈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 세계가 잘 드러나는 창문들이었다. 그러고 나서 리마트 강변을 쭉 걸어서 린덴호프로 왔다.


뮌스터 다리와 그로스뮌스터


뾰족한 두 탑, 프라우뮌스터 수도원과 성 베드로 교회


린덴호프 취리히 시내가 보이는 전망 좋은 언덕으로 이미 기원전부터 로마 사람들이 거주했던 곳으로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다. 지금은 커다란 야외 체스판이 있어서 지역 노인분들이 체스를 두거나 사람들이 한가롭게 거닐고 경치를 감상하는 공원이 되었다. 그리고 오랜 역사로 인해 가치를 인정받아 언덕 지역이 국가주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언덕에서 내려와서 성 베드로 교회와 우라니아 천문대를 갔다. 성 베드로 교회는 큰 시계탑이 인상적이었는데 취리히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로 8세기에 세워졌다고 한다. 14세기말에 첨탑에는 유럽에서 제일 큰 기계식 시계가 설치되어 시의 시간 알림이 역할을 했다. 우라니아 천문대는 투어 프로그램이 있지만 독일어로만 진행되어 구경만 했는데 도심 한복판에 있는 천문대가 신기했다.


린덴호프에서 바라본 취리히 시가지


우라니아 천문대 앞에서 아이


여행객이나 관광객이 오면 방문하는 시가지는 그리 크지 않아서 둘러보는데 금방이었다. 취리히의 끝까지 보고 싶어서 취리히 호수가 있는 케브뤼케 다리까지 와서 짙푸른 호수를 보고 느릿하게 시가지를 걸어보았다. 저녁 시간이 되자 슬슬 배가 고파져 마트에 가서 훈제 치킨, 주스, 맥주, 과자 등을 사 오고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을 곁들여 먹었다. 그리고 밤거리를 산책하자고 해서 야경을 보러 밖으로 나왔다. 밤공기가 추웠지만 너무 좋아서 불빛들이 반짝이는 게 무척 아름다웠다. 내일이면 스위스를 떠나 마지막 목적지인 네덜란드를 향해 간다. 이제 여행 막바지라고 생각하니 취리히 시내의 모습을 더욱 기억 속에 담고 싶었다.


케브뤼케 다리에서 본 짙푸른 취리히 호


노을 지기 시작하는 취리히


리마트강에서 바라본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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