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라는 생소했던 단어가 우리 삶에 들어온 지 3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별거 아닌 질병이라 치부하고, 잠깐 유행하고 말 감기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만 2년은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우리 생애에 처음 겪는 일이었고, 우리 일상도 큰 변화를 겪게 되었다. 그중 아내와 내가 신혼 때부터 중요하게 생각했던 여행도 멈춤과 언제 재개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인생을 보내며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을 만나 살 때 우리가 같이 공유했던 것 중 하나가 여행이었다. 그래서 국내부터 시작해 아이가 태어나서 커가고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으면서 <아이와 세계를 걷다> 시리즈를 생각해 우리 가족이 바다 너머 먼 곳으로 떠날 때면 그때의 감상과 에피소드를 글로 적기 시작했다. 공교롭게 코로나 19라는 세계적인 펜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힌 상황에서 우리의 여행도 잠시 멈추어야 했고,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도 여러 변수로 가지 못하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은 떠날 때까지 있었다.
장기적으로 여행 계획을 세워 놓은 우리는 바뀐 세상과 일상으로 계획했던 대로 여행을 가기 어려워 보였다. 처음에는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를 생각했지만 만 8살 아이를 데리고 코로나 19 상황에서 아프리카까지 넘어갔을 때 문제가 생기면 대처하는 부분에서 자신감이 없어서 안전하게 스페인 일주를 생각했다. 그러다가 유럽에서는 일상 회복의 수순으로 가고 있었고 백신 접종, 마스크 착용 등에 제한을 두지 않을 정도로 예전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욕심을 내서 포르투갈, 스위스, 네덜란드를 가기로 계획했다.
포르투갈은 이베리아 반도에 있는 옆 나라였고, 스위스는 알프스를 보고 싶은 아내의 뜻에 따라 정했다. 네덜란드는 시간 내서 방문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마지막 방문지로 정했다. 그렇게 계획을 세우고 떠났는데 리스본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땡땡의 모험' 시리즈에서 땡땡의 고향이 벨기에 브뤼셀이라 한번 가볼까 하고 알아봤다. 제로니무스 수도원 근처 에그 타르트 맛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암스테르담과 브뤼셀 기차시간을 확인해 보며 당일치기가 가능하겠다 싶어서 표를 예매했다. 자유 여행의 묘미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만 8살이 된 아이는 어린이로서 제법 자기 의견도 내고, 말도 잘하고, 도움이 되려는 모습도 보여서 점점 여행의 일행으로 제 몫을 해나가고 있다는 게 보였다. 내가 식당 요리가 너무 맛있어서 사장님과 사진 찍고 싶어 하면 아이가 대신 말해주기도 했다. 그 나라 언어로 간단한 인사, 감사, 계산서 부탁 등은 해서 계산서 달라고 말하는 건 항상 아이 몫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물어보니 땡땡 만화방이라고 하면서 여행은 재미이고 기억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직은 키가 작아서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볼 때 소변기가 유럽은 너무 위에 달려 있기 때문에 소변기 사용이 어려워서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나와 아내의 여행 스타일인 많이 걷고 많이 먹고 많이 찍는 것에 대해 잘 따라주고 하는 것에 고마웠다. 아이는 여러 장소에 가고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재미있는데 가서 좋지만 사진을 너무 많이 찍는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먹을 땐 표정이 밝은데 걸어서 어딜 갔을 땐 표정이 무뚝뚝할 때가 있었다. 그래도 여행의 맛을 알아서 집에 가기 싫다는 말을 많이 했다. 길게 여행해도 적응이 되었는지 매일 걷는 게 많아도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게 우리에게도 힘이었다.
아이가 커가면서 나와 아내는 나이가 들어가니 여행은 시간과 돈이 필요조건이지만 체력이 있어야 다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이야 건강에 자신만만하지만 이런 여행을 오래 다니려면 잘 관리해야 했다. 3주 가까이 되는 여행 내내 다행히 날씨가 좋은 편이라 우산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스페인에서는 내내 날씨가 좋았고, 포르투갈에서도 변화무쌍하긴 해도 비가 쏟아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스위스와 네덜란드, 벨기에는 춥기는 해도 다니기 힘들 정도는 아니어서 날씨 덕을 봤다. 비를 맞고 다닌 날이 없어서 좋았다. 여행의 8할은 날씨인데 덕분에 여행 사진이 더 풍성하게 남았다. 이렇게 해서 스페인, 포르투갈,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여행기를 엮은 <아이와 세계를 걷다 4>를 선보이게 되었다.
터키, 그리스,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이탈리아 여행기 <아이와 세계를 걷다 1>을 시작해 러시아, 미국 서부와 동부, 캐나다 여행기 <아이와 세계를 걷다 2>와 홍콩, 마카오, 일본 큐슈, 오키나와, 중국, 필리핀 여행기 <아이와 세계를 걷다 3>까지 코로나 19 전의 여행을 담았는데 이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계속 우리의 여행을 담고 싶다. 여행 말미에 벌써부터 다음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보고 먹을지 이야기하며 낯선 곳에서 만들어갈 에피소드가 기대되었다. 우리의 다음 여행이 기대되는 건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이기 때문이다. 계속될 아이와 세계를 걷는 여행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