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날 같은 둘째 날을 보내고 나서 맞이한 아침은 어제보다 더 충전되어 일어났다. 조식을 먹을까 했지만 그것보다 나가서 느긋하게 아침을 보내자는 생각에 천천히 정리한 다음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아침식사로 저렴한 태국 죽 식당으로 가려고 했는데 이미 문을 닫아서 근처 카페에 가서 카푸치노와 크루아상을 주문해 간단히 먹었다. 먹고 나서 첫 목적지인 왓 포 사원을 가기 위해 택시보다는 대중교통을 알아봤다. BTS는 바로 가는 게 없어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지하철 가격은 우리나라보다 조금 저렴한 듯했다.
오붓하게 커피와 크루아상
스님에게 자리 양보
날이 습하고 무더우니 아이는 다소 빨리 지치기 시작했다. 땀을 흘리더니 연신 덥다는 소리를 많이 했다.첫 목적지인 왓 포(Wat Pho)사원의 정식 이름은 'วัดพระเชตุพนวิมลมังคลาราม'으로 태국에서 가장 큰 와불상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방콕의 왕궁 근처에 위치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기도 했다. 이곳은 아유타야 왕조 시대부터 존재했지만, 현재의 모습은 방콕 시대에 라마 1세에 의해 대대적인 보수와 확장을 거쳐 완성되었다. 라마 1세는 왓포 사원을 태국의 불교와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고자 노력했으며, 다양한 불상과 건축물을 세웠다.가장 큰 특징은 길이 46m, 높이 15m에 달하는 태국에서 가장 큰 거대한 와불상으로서화려한 장식과 함께 누워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이곳은 태국 전통 마사지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으며, 전문 마사지 학교를 운영하고 있었다. 경건한 마음으로 절 안으로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고 공손한 태도를 갖춰야 해서 몸으로 불교국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왓 포 사원 탐방
사원을 나와서는 조금 더 걸어서 수상보트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갔다. 아이 표정을 보니 지금 누워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지만 보트를 타야 했기에 꾸역꾸역 데리고 갔다. 강변에 도착하니 짜오프라야강 맞은편에 거대하고 아름다운 왓 아룬 사원이 보였다.새벽의 빛을 받는 아름다운 왓 아룬(Wat Arun) 사원은 '새벽 사원'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아름다운 실루엣과 독특한 건축 양식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유타야 왕조 시대부터 존재했으나 현재의 모습은 짜끄리 왕조 시대, 특히 라마 2세 시대에 대대적인 보수와 확장을 거쳐 완성되었다. 라마 2세는 왓 아룬을 태국의 상징적인 사원으로 만들고자 노력했으며, 짜오프라야 강을 건너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랜드마크로 만들었다.프라 쁘랑이라 불리는 중앙 탑은 높이가 70미터에 달하며, 사방으로 네 개의 부속탑이 둘러싸고 있었다. 이 탑들은 뾰족한 첨탑과 다채로운 색상의 도자기 조각들로 장식되어 있어 태양 빛을 받으면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고 했다.건축 양식은 크메르 양식의 영향을 받았는데 이는 아유타야 왕조 시대에 앙코르 왕조와의 교류가 활발했던 역사적 배경을 반영했다.
멀리 보이는 왓 아룬
선착장에서 1인당 17바트를 내고 거대한 보트에 올랐다. 짜오프라야강을 거침없이 내달리는 길에 보이는 풍경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짜오프라야강(Chao Phraya River)은 우리의 한강처럼 나라와 수도를 대표하는 강으로서 대략 370km가 넘는 긴 강이자 태국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다. 몇 정거장을 거쳐서 드디어 오후 일정을 보낼 아이콘 시암(ICONSIAM)에 도착했다. 이곳은 태국 최대 규모 복합 쇼핑몰로서 짜오프라야 강변에 위치한 초대형 복합 쇼핑몰이었다. 단순한 쇼핑몰을 넘어 문화, 예술, 엔터테인먼트를 모두 아우르는 복합 공간인데 면적이 축구장 50개 크기와 맞먹을 정도로 매우 넓었다. 특히 쇼핑몰 내부에서 짜오프라야 강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많아 자연과 도시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분위기를 자랑했다. 1층에는 태국 전통 음식부터 세계 각국의 미식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레스토랑과 카페가 입점해 있어서 여기서 우리는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짜오프라야강을 지나서
점심으로 어제 먹었던 렝쌥을 아이가 계속 또 먹고 싶다고 해서 렝쌥과 똠얌꿍, 새우볶음밥인 카오팟꿍(Khao Pad Kung)을 주문하고, 태국에서 마실 수 있는 롱간(Longan) 주스와 오렌지 주스, 물을 주문했다. 렝쌥은 거대하고 맛있었으나 어제 먹은 것보다는 조금 고기가 푹 삶아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나중에 한국 가서 돼지 등뼈를 사다가 피시소스, 청양고추, 식초, 고수, 마늘, 후추 등을 넣고 만들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콩나물국밥처럼 유명한 태국의 수프인 똠얌꿍은 특유의 시고 달큼하고 매콤한 맛이 있었으나 다소 가벼워서 호불호 없게 만든 듯했다. 롱간 주스는 리치 과일 비슷한 용안(龍眼)으로 만들었는데 달달하고 시원한 보리차 맛이 났다. 다들 넉넉하게 먹고 일어나서 주변 구경을 시작했다. 아시아의 모든 요리를 모아놓은 듯 정말 다양한 음식들을 팔고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우리는 맨 위층까지 올라가서 천천히 내려오며 둘러보았다. 특히 방콕의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는 것이 큰 매력이었다. 돌아다니다가 지친 두 다리를 쉬기 위해 카페에 와서는 차이 티 라테를 주문해서 오후의 쉼표를 찍었다.
또 다시 태국 요리
뜨악하게 만든 악어 고기
방콕의 아이콘, 아이콘 시암
1시간 정도 쉰 다음 호텔 쪽으로 가기 위해 BTS를 타보기로 해서 수상보트를 타고 넘어간 다음 BTS역을 가기로 했다. 그런데 엄청난 인파로 인해 한참 기다릴 거 같아서 결국 택시를 불렀는데 도로혼잡으로 이곳을 빠져나가는데도 한참 걸렸다. 한국 아이돌이 온다고 해서 부쩍 사람들이 많아진 탓이었다. 뛰어가는 게 빠를 정도로 꽉 막힌 도로를 1시간 넘게 걸려서 겨우 호텔에 도착했다.저녁 식사를 하기에는 다소 늦어서 어차피 이렇게 된 마당에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하면서 옆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먹기로 했다. 객실에 들어와서 재빨리 환복 한 다음 옥상으로 올라갔다. 나는 파인애플 주스, 아이는 코코넛 주스, 아내는 칵테일을 주문하고 가볍게 닭날개 튀김을 시켰다. 나름 알찼던 하루가 한여름밤의 물놀이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