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말은 항상 가슴을 뛰게 하는 단어이다. 결혼하기 전에는 혼자 배낭을 짊어지고 이곳저곳 다니면서 여행을 많이 다녔다. 오죽하면 어머니가 역마살 있는 것 같다고 하셨으니 말이다. 물론 여행을 업으로 삼아서 다니는 전문 여행인 정도는 결코 아니고 남들보다 조금 여행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수준이었다. 국내든 해외든 주로 내가 여행하는 곳은 역사를 좋아했기에 유적지, 오래된 도시가 많았다. 짧게는 5일, 길게는 2주 정도 싼 게스트하우스, 유스호스텔에 숙박을 하며 아침 일찍 나와 거리를 배회하고 구경하고, 저렴한 가게에서 식사를 하며 밤이 되도록 걷고 또 걷는 여행을 했다. 혼자서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오래 걷고, 유적과 유물을 오래 보고 하는 스타일에 맞는 친구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혼자 여행 다니는 것에 익숙했고 그러한 여행 스타일은 결혼하기 전까지 정형화되어 나의 여행 구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여행을 하는 건 내가 있는 공간이 아닌 다른 공간에 사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어떻게 사는지 보는 즐거움도 있었고, 그 공간에 있었지만 시간이 달라 만날 수 없었던 옛사람들의 자취를 살펴보는 것도 설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여행은 내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고 이런 여행 방식이 결혼해서 뒤바뀔 줄을 그때는 몰랐다. 2013년 소중한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고 2014년에 아이가 태어났다. 일을 하게 되고 결혼을 하게 되면서 그러한 여행 방식은 고집할 수 없는 나의 기억에 자리 잡은 추억이 되었고 결혼해서 여행은 일단 아내가 가고 싶은 지역을 고르면 나는 아내가 하자는 대로 맞춰서 다니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결혼하기 전에 그렇게 다녔기에 여행에 대한 욕심이랄까, 꼭 예전 방식으로 다녀야 한다는 것이 사라지면서 맞춰가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아내도 나의 여행 스타일에 비슷한 코드를 가지고 있었기에 함께 다니기 좋았다. 임신을 하고 나서는 멀리 나갈 수 없기에 국내 여행지로 시간이 날 때 며칠씩 다녔다. 우리 둘 다 여행에 대해서는 인생의 중요한 부분으로 담고 싶어 했기에 경제적으로 절약을 해서 일정 부분을 여행 통장에 꾸준하게 저금했다. 그리고 그 돈을 모아서 여행을 다녔다. 아내와 함께 다니면서 여행이란 것이 어딜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이가 태어나서는 한동안 다니지 못하다가 생후 10개월이 지난 2015년에 아이와 함께 첫 해외여행을 준비하게 되었다. 돌이 가까워졌으니 충분히 데리고 나갈 수 있다고 자신감이 조금 생기기도 했고 밖에 나가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한 것도 있었다. 그렇게 아이를 데리고 가는 첫 해외여행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준비도 필요했다. 먼저 추운 나라는 제외하고 따뜻한 쪽으로 잡아야 했다. 그리고 치안도 좋고, 혹시 아이가 아프면 데리고 갈 수 있는 의료시설이 있는 나라여야 했다. 두 번째는 음식도 입에 맞고 아이와 함께 식사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나라여야 했고, 세 번째는 이동하는 데 있어서 불편함이 없어야 했다. 가족끼리 여행을 가는 데 있어서 아이가 생기니 무엇보다 우선 신경 쓰게 되는 점은 아이가 되어 아이 위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아직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데리고 가는 거라 여행을 가는 만큼 준비를 철저히 하기로 했다. 그래서 소아과에 가서 여행 가기 전에 소화제, 감기약 등을 처방받아 준비했고, 아이를 안고 다니기 위해 아기띠도 준비해서 가기로 했다. 유모차는 오히려 번거로울 듯해서 과감히 빼고 내가 이동할 때에는 안고 다니기로 했다. 유모차를 안 가지고 간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오히려 짐이 되어 이동할 때 불편했을 것 같았고 박물관이나 관람하는 곳에서는 대여해주는 유모차가 제법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 용품은 최소한으로 챙겨서 짐을 알뜰하게 쌌다. 가장 중요했던 여권 만들기는 증명사진이 필요했는데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해서 집에 있는 카메라로 벽에 앉혀 몇 장 찍은 다음 그나마 나은 것으로 해서 만들었다. 아이는 성장이 빠르기에 최대 여권이 5년밖에 되지 않는다. 도청에서 처음 아이 여권을 만드는데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이 된 기분이었다. 그렇게 아이와 가는 첫 해외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분 좋은 긴장감을 마음에 담고 아이와 함께 세계 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우리나라에서 비행시간이 멀지 않은 나라를 가보고 이어서 멀리 떨어진 유럽과 북미 지역도 도전해보기로 했다. 중국, 일본은 비행시간이 가깝고 동남아시아는 아이가 있다면 휴양을 목적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서 어린아이를 데리고 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나와 아내는 그런 경험을 조금 더 살려 멀리 나갈 계획을 세웠다. 기실 아이를 데리고 간다고 해서 아이가 그곳을 전부 기억하고 느끼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사진으로 남아 추억으로 계속 이야기할 수 있고, 아이도 편린으로 남아 기억을 끄집어내어 이야기하고 가족 안에서 꽃 피울 수 있는 추억이 된다는 기쁨과 가족이 함께 먼 곳으로 여행하면서 끈끈해지는 가족애가 생기기도 했다. 그리하여 만 3살 때에는 터키와 그리스를 데리고 갔고, 만 4살 때에는 서유럽 지역을 여행하고 왔다.
지금 코로나 19로 인해 전 세계가 멈춰있는 상황에서 언제 다시 꿈꿀 수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루가 다르게 커나가는 아이와 함께 이렇게 여행을 하는 것이 큰 행복이고 아이도 여행을 계속 다니면서 쓰는 언어, 행동이 달라지는 놀라움을 주며 아이에게 큰 배움으로 자리 잡고 있기에, 공항에 도착했을 때의 설렘, 이국적인 풍광이 눈 앞에 그려졌을 때의 감동, 색다른 음식을 입에 넣었을 때의 환희를 어서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