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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굥 Jan 04. 2021

2020년 갈무리

코로나로 인해 잃어버린 1년

뼛속부터 밖순이라 코로나로 인해 바깥 활동에 제약이 생겨서 참 많이도 괴로웠던 한 해였다.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으나 발목이 꽁꽁 묶여버린 기분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자유를 박탈당했던 시간들이 지나갔다. 앞으로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낯선 사람들과 부대껴도 아무 거림 낌 없었던 시간으로 돌아가지는 못한다고 하니, 이런 상황을 인정하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가야겠다.



2020년 나를 가장 괴롭힌 건 단연 회사였다. 상사복이 지독히도 없었기 때문이다. 1년 동안 2명의 새 팀장을 맞았으나 2명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다. 존경할 수 없는 상사 밑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나의 매니저가 결국 나를 평가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등을 질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가 혹은 우리 팀이 당신에게 이런 것들을 바란다고 말할 수도 없다. 사실은 팀장이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내가 요구하는 것들을 말해왔으나 팀장은 앞에서는 알겠다고 했으나 뒤에서는 부하직원에게 지적질을 받은 게 자존심이 상했는지 결국에는 관계가 조금씩 틀어지게 됐다. 윗사람에게 쓴소리 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특히 그가 꼰대일 경우에는 더더욱. 아무리 수평적인 관계를 추구하는 외국계 회사더라도 결국에는 직급이 회사에서의 위치를 말해주는 이름표이기 때문에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윗사람뿐만 아니라 조직 내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 예의 바르게 웃으면서 대하는 게 상책인 것 같다.


스트레스를 대게 2가지 방법으로 푼다. 하나는 먹는 것, 다른 하나는 운동. 꾸준히 운동하기 힘들었던 한 해였다. 3개월치 요가에 등록했는데 한 달인가 한 달 반하고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해 다니기 힘들어졌다. 코로나 일일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는 요즘과 같은 시기에는 요가원문을 아예 열지 않는다. 그래서 시작한 운동이 달리기였는데 겨울이 오자 춥다는 핑계로 일주일에 한 번 달릴까 말까 했던 달리기도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실내 운동이 답이라는 판단에 실내 자전거를 구매했다. 운동복이 없는 건지 뭔지 불량상품이 와서 페달을 앞으로 굴릴 때마다 삐걱거린다. 수리를 잘 받아서 운동으로 땀 흘리며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푸는 날이 오기를.


이유 없는 불안감이 느껴지던 시기였다. 손에 땀이 자주 나고, 심장이 두근두근하다는 이유로 한약도 지어먹고 스트레스와 불안에 좋다는 엘타아닌, 마그네슘, 트립토판 등을 챙겨 먹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의 하나의 이유를 꼽을 수 없기에 이유가 없다고 얼버 무리지만, 원인은 복합적이었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바는 뚜렷했으나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함. 어차피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그에 마땅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으면서 저 멀리에 있는 이상향만 바라보았다. 원하는 결실을 얼렁뚱땅하는 노력으로 빨리 이룰 수 있는 거라는 오만함이 불러온 결과였다.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인데, 마음만 조급했다. 그렇다고 해서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라고 나 자신을 너무 닦달하고 싶지도 않고, 단지 내가 즐거운 일을 찾아서 그 일을 열심히 하고 싶다.


녹록지 않았던 1년의 희노애락을 남자친구와 함께했다. 1년 동안 행복했던 일도 기분이 상해서 눈물 났던 일도 많았다. 비슷한 부분보다 다른 부분이 훨씬 많은 우리지만 30대의 나이에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관계를 이어온 데는 확실히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안 맞는 게 있더라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 할 말을 다한다는 것, 감정상한 일이 있을 때 감정에 치우친 대화보다는 최대한 이성적으로 타협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가치관, 표현방식, 취향 등 다른 면들이 많기 때문에 서로 끊임없이 대화하고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회사 일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외부활동이 활발하지 않다 보니 남자친구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감정적으로 많은 의지를 해왔다. 많은 기대와 의지를 해온 만큼 상대방이 기대치를 채워주지 못하거나 충분한 지지대 역할을 해주지 못했을 때의 실망은 오롯이 내가 견뎌내야 했다. 혼자 바로 서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군가와 함께 했을 때도 행복할 수 있다는 흔한 말이 있다. 남자친구도 결국 타인인 것이고, 타인보다는 나 자신의 내면과 행복에 집중할 수 있는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


감정도 습관이라고 한다. 화, 불만족, 괴로움 등 부정적인 감정에 내성이 생겨버려서 한번 투입된 생각은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감정으로 흐른다. 기쁜 순간을 충분히 누리고 부정적인 감정은 재빨리 지워버리는 습관을 기르고 싶다. 사색은 좋지만 그러한 생각들이 불쾌한 감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옳지 못하니까 말이다. 부정적 감정을 재빨리 지워버리기 위해서 관심을 돌릴 만큼 재밌는 흥밋거리를  곁에 두어야 한다. 돈벌이와는 관계없는 그냥 좋고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를 꼭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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