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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굥 Mar 09. 2023

커리어우먼이 아니라도 괜찮아

알파메일(알파남)이란? 수컷 우두머리

동물행동학에서 나온 것으로 사회적 동물 가운데 가장 높은 계열, 서열을 가진 개체를 부른다.


요새 알파남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든다. 참고로 나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신으로 나와 같이 살 남자는 알파남의 성향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오히려 내가 알파피메일(알파녀)의 성향이 강한 편이다. 인생을 흐르는대로, 순리대로, 편안하게 살려고 하지 않고 나만의 색깔과 정체성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현실에 순응하기보다는 맞서싸우면서 살아가고 있다. 애초에 알파남을 만나기 글렀다고 생각하는게 알파남의 여자가 되어 콩고물을 비교적 쉽게 받아 먹는 것보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콩고물을 우걱우걱 먹고 싶기 때문이다. 남자친구가 올해 2천만원에 육박하는 인센티브를 받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너에게도 좋고 나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받아들이기 보다 '나도 더 벌고싶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경쟁의식에 찌든 현대 여성으로서 성별에 관계없이 내 능력을 통해 다 밟고 올라가고 싶은 마인드... 나야말고 씹알파피메일이 아닐까 싶다.


예전부터 우리 엄마가 자주했던 말이 하나 있다. "나는 우리 00가 커리어우먼이 되었으면 좋겠어" 이런 말에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노출된 덕분에 현재 직장인이자 N잡러로 엄마 말처럼 커리어우먼이 되었다. 대학병원 간호사로 일하며 현재 석사과정을 밟는 중인 내 동생도 마찬가지다. 친척 중 한 명이 회사를 그만두고 임신 준비를 한다는 이야기에 "임신을 할려고 회사까지 그만 둬?"라고 말하는 나와 같은 독립적 여성이자 일벌레 종족이다.  


우리 엄마의 세뇌 아닌 세뇌 때문에 나는 이렇게 됐지만, 결혼해서 애를 낳아도 계속 일을 하고 싶은 그런 내가 되어버렸지만(누군가에게 떠밀려서가 아닌, 내가 나를 자발적으로 떠밀면서), 내가 딸을 낳는다면 굳이 커리어우먼이 되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자신 스스로가 알파녀가 되어 이 거친 세상을 멋지게 헤쳐나가는 것도 물론 좋지만, 빡쎄게 그렇게 살기 싫다면 그냥 적당히 살면서 풍파를 막아줄 알파남과 결혼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열일하고 빡빡하게 사는 것보다는 자신의 매력을 기르는데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여자도 주체적으로 밥벌이 하면서 살아야지'라는 생각이 아주아주 뿌리가 깊었던 나인데, 이런 생각을 깨준 랜선 인물 2명이 있다. 블로거 오박사와 신녀성이다. 


우선 오박사는 여자의 인생은 절대 학벌순, 공부순대로 가지 않는다며 브런치먹고 필라테스 다니는 여자의 삶의 질이 높으며 당신도 그럴 수 있다고 주장하는 블로거이다. 궁상맞은 하녀를 자처하지 말고 편하게 살 수 있는 퀸이 되라는 것. 여자는 약간만 노력하면 다 할 수 있다고 한다. 정확한 방법은 모르겠지만 알 것도 같다. 애초에 알파메일 유전자가 있는 남자를 잘 고르고 그 이후에는 남자가 사냥에 집중하도록, 더 많이 사냥해오도록 구슬리고, 사냥해서 얻는 먹이는 나랑 같이 나눠먹도록 하기! 굳이 여자가 야생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


내 주변에 퀸의 유전자가 보이는 친구가 있다. 퀸이라면 남자에게 잔소리 안하고, 남자를 바꾸려고 하지 않고, 뭔가를 요구하지 않고 편안하게 해주는 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친구가 딱 그렇다. 평소에는 똑부러지게 할말하고 일도 열심히 하는 친구인데 이야길 들어보면 '오~ 남자 다룰줄 아네'라는 생각이 딱 든다. 남자친구가 약속장소에 항상 15분정도 늦는다고 가정 했을 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나라면 싫은소리를 하며 늦지말라고 말할 것 같은데... 이 친구의 대처는 달랐다. 항상 15분정도 늦는 패턴이라면 약속 시간을 15분 앞당겨 말하는 것이다. 정말 약속 시간을 15분 앞당겨 말하자 남자친구는 15분 늦게 제 시간에 도착했고 그 친구는 시간엄수(?)를 하는 남자친구를 귀여운 눈으로 바라봤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덧붙여 굳이 잔소리하면서 감정소모할 필요 없다는 것. 왜냐면 어차피 사람은 바뀌지 않으니 해결책을 찾아 해결을 하면 끝이라는 것이다. 크~ 정말 남자를 다룰줄 아는 현명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가정환경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 친구의 엄마는 가정주부시고, 우리 엄마 워킹맘... 심지어 아빠가 백수였던 시절도 있었다. 딸이 남자를 대하는 방식은 엄마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살면서 배운 게 그거니까 다 뼛 속에 새겨있다고 보면 된다.


영감을 준 두 번째 인물은 신녀성이다. 처음에 이 분 블로그를 보고 꼴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눈에 봤을 때 남자한테 잘 보이고, 결혼을 잘하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으로 보였다. 20대 여성을 주 타겟으로 이미지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블로그를 시작으로 유튜브에 진출, 책도 집필했다. 신녀성이 말하는 것들이 시장에 어느정도 먹히니까 시세를 확장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남성들도 그렇겠지만 여성들도 결혼을 잘해서 인생 역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생을 지금보다 편안하게 살고 싶은 니즈는 분명히 있는데 그 시장을 잘 파고 들었다고 생각한다. 과거보다 지금이 결혼할 때 따지는 게 더 많고 깐깐해졌고, 아예 결혼을 안 하는 사람들도 많다. 미래에는 성공한 결혼 아니면 미혼. 이렇게 더욱 더 이분법적으로 흘러가겠다는 생각도 든다. 예전에는 공감이 1도 안 됐는데 이제 신녀성의 글들이 마음에 와닿는다. 애초에 나처럼 씹알파로 살 자신이 없다면 매력적인 여성, 성별을 떠나 매력적인 인간이 되어 씹알파남을 후리면서 살면된다. 


나는 내 딸에게 나와는 다른 유전자를 물려주기 위해 퀸 라이프를 더 연구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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