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10억, 100억 기부는 어쩌다 대학,병원에서만 접하던 소식이었는데 요즘은 많은 기관에서 초고액후원금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사실 고액후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부자들에게 큰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어떤 분에게 어떤 나눔의 큰 마음이 있는 지는 쉽게 알 수 없다. 각 기관의 정기후원자 DB에 상당한 재력가가 속해 있을 수도 있고, 매년 100만원씩 우리기관에 후원하시는 분이 다른 기관에는 10억 후원자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후원자님이 더 큰 나눔에 동참하길 원한다면 무엇을 해야할 까?
1. 후원자와 큰 프레임의 비전으로 소통해야한다.
대학과 병원에 큰 규모의 기부가 이루어지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대학에 100억을 기부하면서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 그 분야의 인재가 나와 대한민국이 과학기술을 선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후원하게 되었다와 같은 류의 이야기를 접한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후원자님께서 꽤 큰 금액을 하실 수 있는 여력이 된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는 후원자와 어떤 프레임을 갖고 소통하고 있는 지를 점검해봐야한다. 아프리카 00 마을에 설치되는 식수시설, 아시아 00마을에 건축되는 학교 1곳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당신의 후원이 아프리카 전역을 변화시킬 수 있고, 당신의 후원이 대한민국 취약계층 아동들의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정도의 소통이 되어야만 큰 규모의 고액후원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2. 촘촘한 관계관리,미팅 및 대화 전략을 갖고 소통해야 한다.
모금의 단계에서 '프로파일링'이란 기관의 모금 명분에 부합하고 후원이 가능한 대상을 탐색하여 그 대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평가하는 모든 과정을 말하는데, 우리는 이 프로파일링에 기반하여 대상을 접촉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접촉한 대상을 '후원'이라는 목적을 갖고 그들의 움직임을 관리해야하는 데 이를 전문용어로 '무브매니지먼트(Move management)'라고 한다. 이런 방식을 이용하여 조금 더 촘촘한 관계관리와 소통을 하게 된다면 후원자님들께서 더 큰 금액을 후원하실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후원을 한다는 것은, 결국 마음이 움직였다는 것인데, 어떤 지점에서 마음이 열릴 지는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촘촘하고 세심한 전략이 필요하다.
3.개인이 갖고 있는 돈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개인의 신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후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금액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모든 후원자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10억, 100억 이렇게 초고액후원금을 기부하는 사람 또는 단체를 보면 이유를 막론하고 대단하다는 존경심이 들곤 한다.(이는 내가 고액자산가라고 가정했을 때 얼마를 후원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더 공감이 될 것이다)
나는 큰 금액을 후원하는 것은 개인의 '특별하고도 유니크한 신념'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기관, 또는 기업에서 후원하는 것도 비슷할 수 있겠지만 개인의 자산에서 큰 금액을 선뜻 내놓는 것은 쉽지 않기에 이는 특별한 신념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이 신념은 신앙일 수도 있고 개인의 가치관일 수도 있고, 어떠한 이념일 수도 있겠다. 신앙인이라고 가정했을 때 나만의 특별한 체험과 스토리를 갖고 있는 사람, 내가 가진 돈이 내 것이 아니고 나는 청지기일 뿐이라는 신앙을 뼈저리게 체험하며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이러한 후원이 가능하지 않을까? 10억을 후원한다는 것이 보통 신앙(신념)으로 가능하겠는가? 우리는 주변에서 이렇게 특별하면서 고귀한 신념을 갖고 있는 후원자를 찾을 수 있어야한다.
개인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는데, 후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10억을 후원할 수 있는 분에게 우리는 여전히 3만원 정기후원을 요청하고 있는 것은 아닐 지? 우리의 소통을 통해 그들이 평생에 걸쳐 꿈꿔온 비전을 태클할 수 있다면 그들의 자원을 통해 수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가능성의 기회에 후원자들을 초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