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페낭 한달 살기 11
말레이시아 페낭 한달 살기 10
오늘은 페낭한인교회 목사님과 만남이 있는 날이다. 우리처럼 잠깐 오는 사람들에게까지 시간을 내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목사님과 점심 약속이 있어서 오늘은 아이들 점심을 미리 포장해주어야 한다. 미니는 애들을 학원에 데려다주고, 나는 맥도날드에 가서 포장을 했다. 페낭은 상당히 좁은 동네라 어학원, 로터스, 숙소가 다 도보로 가능한 거리에 있다.
어제 봐 둔 10링깃 세트가 있는데, 아침이라 그런지 맥모닝만 살 수 있었다. 맥모닝 하나로는 부족할거 같아서, 해쉬브라운을 추가로 구매했다. 한 개에 2개가 들어있는 것 같아서(분명히 그림이 그랬다), 3개를 구매했다. 그럼 3조각씩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중에 찾고보니 해쉬브라운이 3조각만 나왔다. 젠장. 이렇게 가져갔다가는 애들 싸울게 분명하다. 급하게 하나 더 샀다. 늦었다. 아이들한테 한소리 듣겠다.
부랴부랴 학원으로 가서 간식을 전달하고, 미니에게 홀수로 음식이 나와서 당황했다고 말했더니, 그냥 우리가 하나 먹으면 되는데 뭐하러 그렇게 했냐고 한다.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젠장. 띨띨하다. 괜히 서둘렀네.
그렇게 간식을 전달하고 그랩을 불러서 딤섬 집으로 향했다. 조지타운에서 가장 유명한 딤섬집이다. Fu Er Dai. 10시라서 문을 안 열지는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이게 왠 걸. 만석이다. 그 넓은 공간에 사람이 가득 차 있다. 이 활발한 분위기는 뭐지. 목사님과 사모님이 같이 와 계셨다. 겨우 한달살이 하러 온 여행자에게 시간을 내주신 목사님, 사모님께 다시한 번 감사드린다. 딱히 무얼 한다기보다도 낯선 곳에 든든한 사람들이 근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다.
중국식 티는 계속 뜨거운 물을 부어서 리필할 수 있다. 목사님, 사모님과 너무 많은 대화를 했다. 우리 살아가는 이야기, 양평 이야기, 페낭 이야기, 페낭의 부동산과 아이들 교육, 일상 생활까지. 우리가 궁금했던 모든 것을 나누었고, 목사님 덕분에 페낭을 더 깊게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조지타운에 대한 안 좋은 기억들도 두 분 덕분에 좋은 기억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목사님은 우리를 위해 식당에 말씀하셔서 즉흥 연주도 해주셨다.(목사님의 장난이었다. 원래 연주한다^^;;)
참 좋은 목사님이다. 그 다음으로 조지타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까페도 갔다. 서양인들은 역시 바깥 자리에 앉아서 햇볕을 쬐고, 담배도 피는 자리를 좋아한다. 우리는 무조건 안쪽으로 들어가서 에어컨 바람이 잘 되는 곳으로 간다. 덕분에 나는 추워서 냉방병이 살짝 왔다. 목사님과의 대화는 정말 즐거웠고, 진심으로 여기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미니도 사모님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있었다. 목사님께서 친히 숙소로 데려다주셔서 너무 편하게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아가들과 오늘은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벌써 기대된다. 어느덧 익숙해져버린 거니플라자로 출동한다. 그랩이 우리를 거니플라자로 데려다준다. 이제 여러번 와봐서 이 길을 알겠다. 거니플라자로 가서 일단 바로 영화관으로 갔다. 어딜가나 영화관은 꼭대기 층이다. 일단 영화 시간부터 확인했다. 4명이서 60링깃이다. 한국처럼 쓸데 없이 통신사 할인이니 뭐니 하지 말고, 그냥 영화 한 편에 심플하게 20링깃이다. 이 얼마나 간단한가. 카드할인에 통신사 할인에, 그것도 몇 번은 되고, 몇 명은 되고. 그거 없으면 괜히 사기 맞은거 같고.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그냥 깔끔하다. 영화 볼거면 이 돈 내면 된다. 우리나라 통신사들과 카드사들의 얍쌉한 수가 새삼 얄밉다. 어른 20링깃, 아가 10링깃. 끝. 팝콘 셋트 18링깃. 우리 영화 물가의 반도 안되는 것 같다.
영화가 시작한다. 코로나가 끝난지 얼마 안되어서 그런가, 블랙팬서가 인기가 없나, 영화관에 사람이 없다. 영어로만 된 영화는 처음 본다. 사실 보면서 반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기는 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봐야지. 의외로 재밌었고, 애들도 집중했다. 팝콘은 맛있었고, 영화관은 살짝 추웠다. 영어 잘하는 미니는 잘 듣는 것 같았고, 중간 중간 궁금하면 찾아본다. 그 열정은 정말 배워야한다. 영어에 대한, 또 모르는 것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영화를 무사히 봤다. 영어 영화라서 무사히 봤다는 표현이 맞겠다.
숙소에 도착하니 오랜만의 일정의 소화해서 그런가 피곤했다. 영어숙제를 하고 애들 재우고 나니, 어느새 우리집은 맥주 한잔 하는 분위기였다. 피자를 시킬려고 했으나 내일로 미루고, 과자와 맥주, 컵라면을 먹고, 해바라기씨를 엄청 먹었다. 맥주는 9캔 먹었다. 우리의 일주일치 맥주를 한큐에 해결해버렸다. 이렇게 우리의 하루는 지나간다.
아이들의 학원 정착, 영화도 보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목사님과의 대화가 많이 기억에 남는다. 여기에 거주하는 것에 대한 생각도 해본다. 당장 어떻게 할 수는 없겠지만, 해외에서 살아본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볼 필요는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영어를 한다는 것, 전 세계의 어느 학교든 지원해갈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은 나와는 아예 다른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다. 평생 새장 안에서만 갖혀 살아왔던 나에게, 이번 한달 살기는 정말 대단한 도전이다. 이제 나의 여행은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 정착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많은 셋팅을 했다. 모든 가족이 벌써 익숙해졌다. 나는 이제 현실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럴려면 마음가짐과 결정을 해야 한다.
사업이냐 취업이냐.
항상 하던 고민에 도장을 찍을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