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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파파 Jan 12. 2023

[한달살기] 말레이시아 외국인 마을  마트&일식당

말레이시아 페낭 한달 살기 10

핵심 포인트!!

1. 어학원 가는 일상 시작

2. Aji Noren 말레이시아 최고 일식당

3. 빌리지 그로서리에서 만난 김종국



오늘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어학원에 가는 날이다. 아이들이 학원갈 생각에 아침부터 긴장되었다. 2.3kg으로 태어난 12월생 아기가 벌써 12살이 되어서 현지 어학원을 간다. 영어유치원을 다닌 것도 아니고, 양평에서 엄마랑 영어공부하던 아이가 언제 저렇게 컸는지 모르겠다. 혼자 어학원에 당당히 걸어가는 모습에 괜시리 눈물이 핑돈다. 순전히 영어만 사용하는 수업에 한준이가 가다니. 우리에게 한준이는 너무 예쁜 아이지만, 그런 만큼 더 잘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큰 아이다. 아직도 우리 눈에는 세상 어린 아기라서 어디가서 울지는 않을지, 잘 못어울려서 혼자 다니지는 않을지 걱정이 많이 된다. 그런 아가가 오늘 처음으로 어학원을 간다. 우리 준이는 이제 파닉스 시작이다. 안간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멋지게 해보겠다고 선언했다. 두 아이의 성장이 새삼 고맙다.


더포레스트 페낭. 여기서 아이들과 헤어진다.


무사히 아이들을 등원 시키고, 우리는 로터스 스벅에 갔다. 아이들이 갑자기 어학원에 가니까 우리가 할게 없다. 어디를 가려고 해도 4시간 정도 뒤에 돌아와야해서 마땅치 않다. 스벅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잘 지내고 있냐고 묻고, 잘 지내고 있다고 짧게 대답했다. 엄마와 아들의 대화는 보통 그렇다. 그래도 엄마 아빠 덕분에 아이들 어학원을 보낼 수 있었다고 말씀드렸다. 부모님이 주신 돈이 있어서, 시원하게 어학원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했더니 만족해하셨다. 한국은 김장철인가보다. 지난 주말에 김장을 하셨다면서, 한국 오면 가져가라고 하신다. 올 해는 미니가 김장 때 가서 실력 발휘를 한다고 벼뤘는데, 우리는 갑작스러운 계획으로 여기 와 있다. 엄마에게도 여기가 참 이상한게, 5링깃 짜리만 먹게되고, 10링깃 이상은 잘 안먹게 된다고 말했다. 1링깃에 300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엄마가 기가 막혀 하신다. 그것도 못 먹을거 뭐하러 여행 갔냐고 하신다. 그렇긴 하다. 종이비행기 날리면 돈을 보내겠다는 엄마의 말에 미니와 한참을 웃었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던 스벅 간식. 치즈 마카로니에 베이컨이 살짝.


우리의 막연한 희망으로 아이들이 2주 정도 어학원 다니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딱 2주를 다니게 되었다. 페낭한인교회 목사님께서도 연락을 주셨다. 한 번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신다. 우리처럼 이렇게 잠시 여행 온 가정까지 신경써주시다니, 우리는 참 복이 많다. 우리는 보면 아주 큰 복은 없어도 짜잘하고 정감 있는 복이 많다. 어쩌면 그런 인복이 우리의 힘이 아닌가 싶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을 챙기고, 그 모든게 우리의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학원이 끝나는 시간에 학원 앞에는 역시 엄마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한달 살기를 하러 왔지만, 이미 여기서 정착하고 살고 있는 엄마들이 아가를 만나 반가운 얼굴로 돌아간다. 이들은 여기가 삶이 되었구나. 왜인지 모르게 부럽기도 하다. 뭐가 부러운지는 모르겠다. 여기가 제법 마음에 들었나보다. 


아이들과 만나 로터스로 간다. 아이들은 벌써 책을 여러권 받아왔다. 준이에게 학원이 어땠냐고 물어보니, 너무 재밌다고 계속 다니고 싶다고 한다. 준이가 이렇게 말한건 처음이다. 친절한 선생님과 같이 놀자고 하는 친구들. 준이를 반겨주는 분위기에 준이의 마음도 많이 열린 것 같다. 아이들의 용기가 너무 고맙다. 케이시도 수업이 너무 재밌다고 한다. 작문 수업, 아이들과 대화하는 것 모두 너무 재밌고, 심지어 영어 수업이 이렇게 흥미로운지 처음 알았다고 한다. 참 아이들의 적응력은 대단하다. 나라면 우선 주눅부터 들었을텐데, 이렇게 쉽게 접근해주다니, 더 없이 고맙다. 


숙소로 와서 실컷 물놀이를 하고 나니 배가 고팠다. 사떼를 시켜서 맥주나 마실까도 했지만, 용기 내서 아일랜드 플라자로 가기로 했다. 대신 늦었으니 그랩으로. 그랩을 타면 말시키는 기사 분들도 많은데, 좋을 때도 있으나 신경 쓰일 때도 있어서, 나름 팁을 발견했다. 그랩을 타서 우리끼리 한국말로 좀 떠들면, 지들끼리 얘기하나보다 싶어서 말을 건네지 않는다. 확실히 우리는 수줍은 많은 한국 사람이긴한가보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렇다. 나는 영알못 새가슴이니까.


이 횡단보도를 걷는 사람들이 정말 대단하다. 무질서 속에 질서다.


아일랜드 플라자에 도착했다. 원래 우리의 목표지는 그 건너편 빌리지 그로서리지만, 내려서 찻길 하나 건너면 되니까, 또 우리가 무단횡단을 하면 되니까 괜찮아 이렇게 우리끼리 낄낄대면서 내렸다. 헐. 중간에 가림막이 있어서 건널 수가 없게 되어 있다. 이걸 어쩌지. 너무 난감하다. 이렇게 큰 도로에 무단횡단도 못하고, 육교도 없고, 횡단보도도 없고 이걸 어떻게 하라는건지. 진심 멘붕이다. 그러다 저쪽에 누군가 건너는게 보인다. 그쪽으로 가보니 바닥에 횡단보도 선만 없을 뿐이지, 신호등은 있다. 신호등 불이 바뀌니 그냥 사람들이 건넌다. 진짜 진짜 신기하다. 우리 같았으면 빵빵거리고 난리났을거다.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있는 모습이 너무 낯설다. 이런 거리는 처음 걸어본다. 


여기는 8시만 되면 상점의 절반은 문을 닫는다. 아침 7시에 하루를 시작하고, 8시면 다 문을 닫는다. 그러니 도로가 갑자기 휑해지고, 아무 것도 없다. 길거리가 음산하여 우리는 다시 상점 쪽으로 걸어왔다. 상점 바로 건너편에 일식집이 두 개 있었고, 한 집에는 줄이 서 있었다. 이왕이면 줄 선 집에 가자는 마음으로 맛집 같아 보이는 Aji Noren으로 갔다. 이 선택이 대박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이렇게 맛있는 일식을 먹어본 적이 없다. 그 어떤 호텔 일식집 요리보다도 훨씬 맛있었다. 왜 사람들이 굳이 일본을 가서 일본 요리를 먹고 오는지 알 것 같았다. 이게 흉내낼 수가 없는거다. 우리는 가츠동자루소바 셋트, 햄까츠치즈야끼, 오꼬노미야끼, 오니기리 2개, 돈꼬츠라멘, 우나기동을 주문했다. 직원 분이 약간 음식이 많다고 하셨지만, 우리를 모르는 말씀. 그 전에 웨이팅하면서 카운터 직원이 너무 심하게 예의가 없어서 살짝 화가 났지만, 참았다. 와, 진짜 한국말이 통했으면 쎄게 한마디 했을거다. 메뉴판 좀 달라니까 보지도 않고 휙 던지듯이 건네주었다. 그리고 자리도 카운터 옆에 일부러 가장 쪼그만 자리로 배정했다.


순간적으로 현명한 판단을 하는 미니가 자리를 옮겨달라고 얘기했다. 카운터 여직원 말고 다른 직원들은 일본사람들의 과도한 친절함이 느껴질 정도로 무척이나 친절했다. 자리가 나자마자 바로 옮겨주셨고, 친절한 직원들 덕분에 열받은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먼저 우나기동이 나왔다. 예술이다. 진짜 예술이다. 장어가 입에 들어가자마자 없어졌다. 진심 녹는다. 


우나기동 백개 먹고 싶었다. 20링깃 정도. 진짜 싼건데, 그냥 백개 시킬걸 ㅠㅠ


그 다음 햄까츠지즈야끼는 스팸을 튀긴거다. 너무 아쉽다. 몰랐다. 돈까스였다면 진심 예술이었을건데. 고르곤졸라 치즈는 또 예술이다. 


고르곤졸라 치즈가 예술이다.


그 다음 까츠동과 자루소바도 맛있고, 오니기리는 정말 한 번 먹고 싶었던 메뉴였다. 오니기리도 너무 맛있었다. 와사비가 있었다면 더 맛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최고의 맛이었다. 오꼬노미야끼의 오징어를 먹고 정말 환상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삼겹살, 해산물, 채소 부분이 고르게 되어 있고, 바삭하면서도 기름진 부드러운 맛이 잘 어울려져 있다. 


까츠동. 돈까스가 제대로다. 아니 별거 없는데 왜 맛있지??
저 메추리알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서 고민.


진짜 내가 고집해서 주문한 오니기리. 안에 참치와 가쓰오부시가 가득 찼다.


오꼬노미야끼. 오징어에 뭘 했나보다. 오징어가 입에서 갑자기 없어진다.
돈코츠라멘. 이건 뭐. 하... 진짜 이 집은 평생 기억에 남을거 같다.


가츠동의 돈까스도 환상적이었다. 여기의 쌀이 아니라, 한국식 밥이다. 말레이시아 밥은 먹고 돌아서면 배고프다. 오랜만에 한국 쌀을 먹었다. 다 먹으니 배가 충분히 부르다. 처음 주문 받으신 분이 놀랜다. 정말 다 먹었냐고, 우리는 주문하는데 10분, 음식 나오는데 15분, 먹는데 10분, 계산 5분. 끝이다. 인생 맛집이었다. 나오는 길이 너무 뿌듯하다. 미니는 다음에 우나기동을 하나 다 먹기로 했다. 나는 오니기리를 또 먹을 것이다. 까츠도 시킬거다. 우리는 결국 여기를 떠날 때까지 한번 더 못갔다. 그게 두고 두고 아쉽다. 카운터에서 여직원의 불친절함이 우리를 주저하게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왜 이 어마어마한 맛집에 심하게 불친절한 직원을 두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음으로 빌리지 그로서리로 갔다. 여기는 완전히 다른 마트 분위기다. 그야말로 백화점 마트 같다. 로터스가 이마트라면 여기는 백화점 마트같다. 한국 음식도 많고, 잘 정돈되어 있어서 물건 사기가 편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여기 뒷 마을이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마을이다. 그래서 도로도 잘 정비되어있고, 마트도 백화점 같이 깔끔했던 것이다. 외국인들 중에서도 일본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서, 여기 상가에는 하나 걸러 하나가 일식집이다. 아, 그래서 이렇게 맛있는 집이 있었던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유와 과일, 빵 등을 샀다. 빵을 보고 있는데 고려대학교 다니는 김종국을 만났다. 왜 실명을 거론하냐면, 이 분이 계속 강조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목사님도 그 분을 알고 계셨다. 한국인을 만나면 꼭 고려대학교에 다니는 김종국입니다라고 소개한다고 한다. 재밌는 친구다. 김종국이 빵 3개 사면 하나 더 준다고 하여 4개를 사왔다. 내일 애들 아침밥으로 하면 될 것 같다. 


그랩을 부르려고 했으나 배가 불러서 그냥 걷기로 했다. 아까 그 표시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다오래 한정식 옆 길을 걸었다. 걸어다니니까 못봤던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 여기는 더워서 그런가 아무도 걸어다니지 않는다. 그래서 인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지나가다 보면 어떻게 이런 집에 사람이 사나 싶을 정도의 안좋은 집들도 있고, 새로 짓는 아파트도 많다. 걸어보니 그렇게 멀지는 않다. 


우리 숙소로 와서 하루를 마무리 한다. 아가들이 학원에 적응하고 잘 다니는 것이 너무 뿌듯하다. 

내일은 목사님과의 일정이 있다. 


내일 하루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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