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믿음교회 제이콥 정 목사님의 [관계론] 첫 번째 시간
청강자들의 내면을 두드리며 극적인 반향을 일으켰던 특강 <관계론>의 첫 포문은 '외로움 : 창조와 정제된 침묵을 배우는 순간'을 주제로 하여 열렸다.
인간은 이다지도 충직한 사회적 개체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완전히 공유될 수 없는 각자의 자존적 공간을 타고나 서로 철저히 분리될 수밖에 없는 필연에 처해 있기에 외로움에 관해서라면 누구나 제 숙명대로 공평하게 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
우리의 깊은 내부에서 살아 숨 쉬는 외로움이라는 통증은 다른 생명체에게는 미처 허락되지 않은 선물이니, 이 또한 하나의 진기한 인간적 힘이라면 힘이다. 모든 통증 속에는 반드시 기회가 숨어 있다는 절대 섭리를 따르자면 외로움의 정서가 가지는 진면목 또한 그 이면에 숨어 있을 터이니.
그리하여 우리들은 결코 드러나지 말아야 할 터부처럼 어스름에 묻어두던 외로움의 정체와 이유에 대해서 밝히고, 순기능을 깨달아나갔다.
'양자 얽힘'으로 설명되는 물리학의 기초에 근거하여 '관계도 현상'이라는 말은 곧 외로움의 형태나 성질이 제각각 주어진 개성의 색깔만큼 다양하며, 둘 이상의 상이한 개성이 조우할 때 스스로를 특정하기 위한 위치 에너지와 서로가 끌어당기는 인력 사이의 작용이 새로운 좌표를 열 때마다 예측불허 드라마의 시공간이 무한대에 가깝도록 확장될 것이라는 아득한 상상을 부추긴다.
외로움을 내부에서 승화시킨 자만이 비로소 외로움에 대해서 역설할 수 있게 되었다.
외로움을 논거하는 하나의 이론으로 습득한 것이 아니라면, 외로움이 더 이상 단지 외로움만으로 끝나버리지 않게 될 때까지 치러야 했던 값에 준하는 인고의 시간들이 한 톨의 깨달음으로부터 불어난 눈덩이처럼 배수의 법칙으로 누적되었을 것이라 상상하게 된다.
내가 타인이 걸어온 외로움의 여정을 전부 알 수 있을 리 만무하지만, 엉성한 그림으로나마 감히 그려보는 것은 배움보다 앞서는 공감을 위해서다.
철저한 고립과 단절 속에서 천천히 숙성되어 품어진 고유의 추론이 무르익은 어느 순간, 처음으로 외로움이라는 질료를 가지고 솔직하게 빚어낸 자유가 빛의 형상으로 주조되어 내면 한 구석을 조심스레 비추는 것을 바라본 첫 기쁨이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를 재발견하는 길 위에서, 미처 있는 줄도 몰랐던 숨은 원형을 눈과 손이 닳도록 탐색하고, 두드리고, 캐내고, 그 정성의 손길을 기다리던 어떤 가치 있는 것들이 보물처럼 때를 맞춰 발굴되었을 것이다. 물리적으로 얽혀들도록 허락된 모든 개성과의 관계성 속에서, 지칠 줄도 모르고서.
그 선각적 특이성에 특화된 모험적인 시간을 뚫고 지나온 사람이 외로움이라는 현상에 짓눌려 억압되는 것이 아니라, 종내 그 운명에 매료되어 버리는 모습을 목격하고, 증언을 듣고, 마음에 새기고, 감화된다. 그곳에 깃든 고뇌에는 거스를 수 없는 진실의 위용 앞에서 겉치레적인 위장과 가면을 벗어버린 태연자약의 인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나는 얼마나 그러한 본태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도록 허락된 상황이 결코 우연만은 아닌 것이, 이전이라면 타인의 외로움과 함께 동반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나였으니 말이다.
그 배움 속에서 외로움에 관한 새로운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것은 이제 내 몫의 모험이며, 보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