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있는 것과 마음을 의지하고 나눌 수 있는 건 다르다
올해 상반기는 내 주변에 있던 기존의 인연을
새롭게 되돌아보고 정리하며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시기였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 주변 사람을 더 깊이 알고
이들이 지닌 인간적인 면모에 실망과 회복을 반복하면서
그동안의 내 관계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원래의 나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대체로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은 안 잡는 주의이다.
될 일은 어련히 알아서 될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특히 사람의 마음은 노력으로 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어떤 사람으로부터 극히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위험으로 인해
아예 관계의 가능성을 차단해버리는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가까워지고
그다지 절친하지 못했던 사람과는 자연스럽게 다소 멀어져가며
그 와중에 계속 인연이 이어지는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이런 방식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주변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그들과 가까워지는 방식은,
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관계가 잘 유지될 만한 동기를 얻기가 어려웠다.
그러니까,
내가 이들을 좋아하고 노력해서 친구가 된 게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삶 자체를 소중히 여기고 이에 흥미를 가지는 데에 어려움을 느꼈다.
이는 내가 누군가를 판별하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동하는지 아니는지를 스스로 가릴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비롯되는 이야기이다.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가까워져 버린 사람들은
이들이 가진 삶의 방식, 취향, 관계의 태도를 좋아해서 친구가 된 게 아니기 때문에
인연이 이어지면서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에는 고마움이 들지만
그렇다고 그들이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하게 되는 것에는 어려움이 들었다.
이거는 점점 나이가 들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방식이 관계 맺기에 있어서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는 걸
체감하게 되는 식으로 나에게 다가온 것 같다.
그래서 최근 다시 생각해보게 된 친구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먼저, 서로의 기쁨에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을 들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나이가 들고 더 느끼는 점은, 나에게 생긴 좋은 일을
정말 좋은 마음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친구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무나 클래식한 말이지만 나를 축하한다며 건네는 말 속에
우려를 빙자한 시샘이나 질투가 섞여있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아마 그런 말을 하는 스스로는 의식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완전히 좋은 마음으로만 건네는 말이 아니라는 게 느껴지는 이상
그 사람을 믿고 의지하는 마음을 어느 정도 거두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처음에는 내가 믿고 의지한 사람인데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라는 실망감이 컸다.
혼란스럽기도 하고, 이전에 가깝게 느꼈던 순간에 대한 회한과 좌절감도 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엔가 나 또한 누군가를 좋은 마음으로만 축하해줄 수 없는, 시샘과 질투가 있다고
마찬가지로 그들에겐 내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다음으로는 상대와의 상호작용에 순수한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서로가 소통하는 방식이라던가 농담하고 공유하는 이야기에 재미와 즐거움이 있어야,
마음이 내켜 관계를 이어나가고자 노력할 수 있다.
즐거운 이야기와 웃음보다도 부정적인 이야기에서 공통점을 찾으며 가까워진 사람은,
그 이야기가 생명력을 잃는 순간 그동안 가까워진 거리가 원상복귀되는 걸 경험한 적이 있었다.
결국에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의 방식을 지향하는지에 흥미를 느껴야
나도 이 사람과 시간을 보내며 함께 즐거워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
문제가 있더라도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동력이 된다.
체감 상 그 사람 자체에 대한 애정이 어떤 상황이나 주변 환경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자질이나 특성에서 비롯되었을 때
그것을 의심하기 어려워지고 나도 관계에 대해서 믿음을 가지게 되는 일로 이어지는 것 같다.
그러므로, 나 스스로에게도 다짐이 필요한 일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각자 소중하게 여겨지는 인연이 있겠지만
친구란 결국 나를 위해주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걸로 되는 존재이다.
거기에서 더 무언가 나를 위해서 변화해주길 바랄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상대와 그 사람과의 관계를 사랑하다 보면
자연히 그 관계에서의 자신감과 이로 인한 활력을 느끼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의심하지 말고,
사실 내가 가까운 누군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
에둘러 그 사람을 문제 삼는 여러 이유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어쩌면 서로가 인연이 아니고 상대에게 내 마음이 향하지 않는다는 걸 받아들이며
각자의 마음이 향하는 두 갈래의 길로 담담히 나아가는 게 서로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