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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가 산 자에게 복수할 수 있는가

by Kalsavina

죽은 자가 산 자에게 복수할 수 있는가.


약육강식의 논리대로라면 힘이 없는 자는 죽어야 한다. 그 논리로 전쟁을 하고 계엄을 선포하고 살상을 유도하고 죽이고 죽는 악순환은 반복되는데. 심성이 고우신 한강 작가님은 이 비인간성을 고발하시기를 “죽은 자가 산 자를 도울 수 있는가/구할 수 있는가” 라고 하셨고.


절대 심성이 곱지 못한 나는 그 질문을 바꿔 본다.

죽은 자가 산 자에게 복수할 수 있는가.


사실 답을 모르겠다.

120년에 걸쳐 죽은 원귀들의 한이 폭발하리라 믿었건만.

하지만 복수라는 게 꼭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성급하게 전개될 필요는 없다.


오늘, 친일부역세력이 극우로 둔갑해 120년간 민간인을 학살해 온 역사를 들춰 끄집어내니 듣던 분이 한 말씀 하셨다.

“그래, 몇십만명 우습게 죽였지. 아마 마음 같아서는 이 나라 국민들을 다 죽이고 싶었겠지. 그런데, 그래서 다 죽였니? 못 죽였어.”


아.

못 죽였네. 못 죽였어.

개돼지를 다 죽이고 싶었지만 못 죽였네 못 죽였어.


간만에 조금은 진정하고 잠을 청할 수 있겠다.


#그들은우리모두를죽이지는못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답을 찾으러 내일을 기약해 본다.

죽은 자들의 복수는 느리게 진행될 뿐이다.

하지만 결코 막지는 못할 것이다.

아무렴 120년의 피맺힌 원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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