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후기- 죽이기 싫었던 남자

원팩더블 헤리티지 - 란의 폭주

by Kalsavina

작가 후기: 죽이기 싫었던 남자




사실, 아키가 아니었다면 구태여 후기까지 써 가며 해야 할 이야기는 없었다. 설명할 수 있는 모든 걸 작품 안에서 설명하는 게 원칙이다. 그게 불가능하다는 건 결국 불완전한 작품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그러나 스토리 자체와는 별개로, 결국 아키라는 존재가 가시처럼 마음에 걸려서 결국 입을 열게 되고야 만다.

아키, 즉 함세복의 외사촌 김재경은 실제로 함세복과는 불과 4분의 1, 즉 25퍼센트의 피만을 공유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그 4분의 1의 피 때문에, 그들이 서로 사랑하게 되었을 경우 근친상간이라는 함정을 피해갈 수는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여기서 다루는 건 그런 문제가 아니다. 본래 아키는 스토리 전개상 꼭 필요했던 악역, 적당히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악역에 불과했고, 따라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이유가 전혀 없는 캐릭터였다. 만약 그가 일단,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이 이야기의 중심 축을 이루는 세 사람의 균형이 깨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그에게 자신의 내면을 타인에게 들려줄 기회를 주지 못했다. 그게 두고두고 나를 아프게 한다. 그와 유수연 중 한쪽은 죽어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 그를 죽이기는 했지만, 마지막까지 그를 죽이지 않고도 이야기를 끌고 갈 방법을 찾느라 꽤나 고심했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건 타협을 모르는 남자의 죽음이기도 하다.

4분의 1의 피를 공유한 혈육이고, 서로의 존재를 철저하게 모른 채 살아왔고, 어쩌다 연적으로 오해받아 마주쳐버린 한 살 많은 외사촌누나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남자. 그 누나가 저지른 짓을 알고 누나를 협박하는 대신 말없이 그 죄를 덮어버리려 했던 남자. 그러나 유산상속 문제와 서로가 속한 조직이 다르다는 이유로 결국은 원수가 되고, 미움을 사고, 결국은 간절하게 갈구하는 존재를 손에 넣기 위해 쓰지 말아야 하는 수단마저 써야 했던 남자.

아둔한 척 하면서 지독하게 영리했던, 그러나 악역을 맡기에는 지독하게 착하고 여렸던 남자.

정말로 이렇게 허무하게 죽이기는 싫었다.

그래서 궁리 끝에 해낸 생각이 있다.

추후 따로 지면을 할애해, 수연의 이복 남동생 유진기와 죽은 아키 김재경에게는 그들의 목소리를 낼 기회를 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실 서둘러 빠른 속도로 전개하다 보니, 오리지날 편과 웨이크 업, 그리고 헤리티지까지 연재하는 동안 많은 부분을 건너뛰어야 했다. 최대한 간결하게 늘어지지 않게 쓰고 싶었지만, 역시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던 에피소드며 심리묘사들이 떠올라 마음이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너무 많은 설명은 상상의 여지를 박탈해 버린다. 모호한 공백을 상상으로 메꿔가는 작업을 해 본 사람이라면, 그 묘미를 잘 알 것이다. 결국 그 묘미가 나를 스토리텔러의 길로 이끌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원팩더블의 세계에서 남자들은 한결같이 외롭다. 박영민도, 송선우도, 김재경도, 심지어는 오리지날 편에서 죽은 악당 강태석조차도.

하지만 김재경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스스로 죽음을 택하지 않았다.

김재경은 사실상 유수연에게 살해당한 거나 다름없지만,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그의 가슴 속에 깃든 어쩔 수 없는 사랑이었다.

사랑의 의미를 진지하게 되새겨야 한다.

상대를 이용하는 것, 상대를 협박하는 것, 상대를 자신의 소유물로 간주하는 것, 상대를 괴롭히는 것, 상대를 이기고자 하는 것, 이런 것들은 결국 사랑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그런 사랑을 하는 그 당사자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냉정하게 잘라 말해 사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걸 다 내던져도 아깝지 않은, 내 인생을 스스럼없이 충만한 감정에 맡긴 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이 세상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언젠가는 그런 사랑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비록 상상의 소산인 허구의 존재에 불과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가짜가 아닌 진짜였던 자신의 사랑에 정직하게 충실했던 김재경, 아키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그렇게 허무하게 죽이기는 진짜 싫었다.



장마가 시작된 7월의 첫날

Kalsav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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