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인형옷 만들기2 -깔맞춤 세트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시착샷이 너무 예뻐서 깜짝 놀랐던 사진

언제나, 매년 그렇다시피 내게 있어 여름은 길고 괴로운 계절이다. 이 계절에는 바느질도 쉽지 않은데다가, 구체관절인형의 경우는 습기와 열기를 피해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건조하고 시원한 곳에 보관해야 하기에 인형놀이 자체가 여의치 않다. 화를 밖으로 내뿜는 사람은 겨울이 힘들고 화를 안으로 삭이는 사람은 여름이 힘들다고 하는데 나는 확실히 후자 쪽이다.

그래서, 열대야가 오기 전에 서둘러 새 옷을 몇 벌이나 만들었다. 그러면서 두 번에 걸쳐 깔맞춤 3종 세트를 제작했다.

이렇게 깔맞춤 세트를 만드는 이유는 한 장의 원단을 다양하게 응용할 필요가 있어서아기도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옷이 일종의 유니폼 내지는 패밀리 룩의 역할을 한다는 데 그 묘미가 있다. 내 경우 똑같은 디자인의 옷을 여러 벌 만드는 것보다는 각 인형의 체형이나 개성에 맞게 조금씩 디자인에 변화를 주는 쪽을 선호한다. 통일감이 두드러지는 그 가운데에서도 각자의 개성과 그 개성의 조화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이룩해야 할 사회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천편일률적이고 기계적인 규칙이 아닌, 합리적인 질서와 절제된 개성의 조화가 어우러진 사회 말이다.

오늘도 인형의 세계는 이상 무.

이 참에 꼭 소개하고 싶은 옷이 있다.

실수로 잘못 제작한 디자인이 그대로 작품이 되어버린 소위 '전화위복' 드레스다. 훅을 이중으로 달아서 리틀초와 모모꼬 겸용으로 호환해서 입힐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같은 옷을 여러 벌 만드는 수고로움을 훨씬 덜 수 있다. 물론 유니폼을 착용한 걸그룹을 보는 묘미를 위해서라면 깉은 디자인의 깔맞춤 세트를 여러 벌 제작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단, 재봉틀이 있다는 가정하에.

전화위복 드레스. 모모꼬가 입었을 때 반응이 더 좋았다.

이제 마음이 드는 원단이 슬슬 다 떨어졌으니, 필요한 광목도 살 겸 재래시장 포목점 순례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돌아오는 가을에는 기필코 포목점 순례를 가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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