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savina의 인형이야기
소다를 꺼내지 않은 지 꽤 오래 되었다. 늘 어둠 속에 간직해 두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아이였다. 그만큼 아끼는 아이였기에, 평일에 소다를 꺼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하루가 고되고 힘들어서였을까. 문득 소다를 보고 싶어져서, 보고 싶은 친구를 소환하는 심정으로 소다를 꺼냈다.
이제는 메이크업이 약한 탁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아리따운 그녀는 한없이 깊은 내 안의 어둡고 습한 늪지대를 지키는 수호신같은 존재다. 온전히 자신을 드러내 보일 수 없는 현실 세계를 살아가면서 자신을 지켜야 하기에, 언제나 꼭꼭 숨겨지고 감추어지곤 하는 나의 내면과도 같은 존재다.
깊은 밤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조금씩 빛나기 시작하는 나의 내면이 어둠 속을 더듬으며 천천히 움직이는 동안, 그 모든 깊이와 움직임을 그 묘한 표정 하나로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아이는 이 아이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내가 가진 인형들 중 유일하게, 비록 소설이라는 허구를 통해서이기는 해도 유일하게 사랑을 받았던 아이이기도 하다. 이 아이가 바로 <군인의 인형>의 모델이었다. (전에 얘기했던가)
쓰다 보니 터무니없이 오글거리는 예찬론을 펼쳤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지만, 그래도 사실인 것을. 이렇게 괜히 밀려드는 잠을 쫓고 싶어지는 우울하고 착잡한 밤에, 그녀는 노를 저으며 멀어져가는 배를 바라보는 등대처럼 말없이 허공을 응시한다. 이 순간 그녀는 나의 헤아릴 길 없이 깊은 내면, 그 내면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