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팩더블 4 리믹스 59(완결)

최종편-완결

by Kalsavina

59. 박영민



세복이가 떠난 후, 내 어머니로부터 비로소 해명다운 해명을 들었다. 세복이가 예비 며느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릴 적부터 그 행패를 눈 하나 까닥 안 하고 보면서 그냥 내버려 뒀던 이유를 말이다. 정말이지 예비 시어머니 노릇이라고는 털끝만큼도 하지 않았었다. 물론 그런 기색도 전혀 비치지 않았었다.

말하자면 세복이나 나나 어머니에게 완벽하게 속아넘어간 것이다.

내 어머니 장혜정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내내 함지희, 그러니까 세복이의 어머니하고만 붙어지내던 친구였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다.

"걘 첩년 딸이라고 놀리는 애들하고 허구헌날 싸워대기 일쑤였지. 나는 나대로 언니들한테 머리 쥐어뜯기고 얻어맞고 울면서 골목에 나와 울기 일쑤였고. 같이 싸우고 같이 울면서 친해진 거지. "

둘 다 내 아버지 박기택을 좋아했다. 그리고 박기택의 동생이자 내 삼촌인 박성택은 함지희를 짝사랑했다.

장혜정의 아버지가 입원하게 되어 급히 수술비가 필요하게 되었을 때, 박기택은 자신의 대학 학비로 쓰기 위해 모았던 돈을 털어 장혜정의 집에 갖다 주었다. 장혜정의 집에서는 그닥 공부도 시원찮고 나이도 어리고 이래저래 쓸모없어 보이던 막내딸을, 고등학교도 채 마치기 전에 박기택에게 시집보내 버렸다.

"그러니까."

술에 취한 어머니가 기운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지희 신세를 망친 거야. 내가 너를 가졌을 때, 걔가 많이 울었어. 어떻게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가서 애를 가질 수가 있냐고 하면서. 그것도 왜 하필이면 박기택이냐고."

그랬다.

함지희가 절대로 다시 발안에 돌아오지 못한 이유가 있다.

친구에게 애인을 뺏긴 그녀는, 홧김에 자신을 짝사랑하던 중국집 배달부의 집에서 며칠을 보냈다. 그 무렵 그녀는 학교 문제로 자신의 생모 곁을 떠나 이복오빠와 이복언니들이 있는 본가에 들어간 상태였지만, 늘 언니들의 등쌀에 힘들어했다고 한다.

그렇게 생긴 아이가 세복이였다.

그 세복이를 집안 식구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러서 기어이 이복오빠 함태수의 호적에 올리고는, 흔적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다름아닌 내 삼촌 박성택이 그녀를 빼돌렸던 것이다.

"이제 더는 묻지 마라. 세복이가 다시 안 돌아올 거라고 하니까, 얘기해 주는 거야."

그러나 다시 만나게 된다 해도 그 얘기를 세복이에게 해줄 생각은 전혀 없다. 세복이의 엄마는 죽는 날까지 딸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했다고 한다.

아차, 깜박할 뻔했다. 세복이와 내가 약혼하게 된 경위 말이다.

돌아가신 함칠성 어르신은 자신의 운전기사의 외아들이 공부를 잘한다는 말을 듣고, 그 아들이 판사나 검사쯤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내 아버지와 사돈지간이 되기로 하신 것이다. 아마 자신의 외손녀를 조폭 마누라로 만들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하셨을 것이다.

가끔, 돌아가신 함칠성 어르신께 몹시 죄송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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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복이의 애마였던 오복이를 타고, 발안으로 돌아오던 그 밤길에서, 나는 내내 울었다.

왜 울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발안으로 돌아왔을 때, 절대로 틀려 본 적이 없는 나의 직감이 내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반드시 돌아올 거라고.

오복이와 맘바를 내가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함세복을 얼마나 오래 알고 지냈는데. 내가 그 녀석을 모른단 말인가.

절대로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분명히 어딘가에서 또 사고를 치고, 수연을 잃을 위기에 봉착할 것이 뻔했다. 그 커플은 잠시도 방심해서는 안 되는 커플이다.

뒷수습이 끝나면 연락할 테니 잘 숨어있으라고 했지만, 그때까지 과연 잘 숨어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는 녀석들이었다.

그럴 줄 알고 수족관 브라더스의 물개와 돌고래를 붙여놓기는 했다.

하지만 물개와 돌고래로는 부족할 것 같다.

삼일이 처음에 수연을 노리고 급습을 시도했을 때, 수족관 브라더스의 막내 바다사자가 삼일의 조직원 다섯의 갈비뼈를 부러뜨리고는 유치장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아무래도 그 녀석 정도는 되어야 전투복과 그녀의 연인의 보디가드 노릇을 당분간만이라도 맡길 수 있을 것 같다.

세복이가 가져간 내 차의 핸들 위쪽에 나의 콜트 권총을 올려 두었었다. 그거라면, 얼마간은 녀석이 자신과 수연의 안위를 지킬 수 있을 터였다.

그들이 내게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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