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송선우)
58. 송선우
조폭 마누라가 의사 사모님을 유혹해 달아났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온 동네를 뜨겁게 달군 스캔들이 되고 말았다. 물론, 그 앞뒤 정황에 대한 보충 설명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보충 설명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 역할이 다름아닌 내 몫이다.
삼일의 차진호, 아니 김현섭이 난데없이 남양의 산속 벼랑에서 실족사한 시신으로 발견된 후, 우리 부모님은 드디어 나를 J기업의 데릴사위로 만드는 야심찬 계획을 완전히 포기하셨다. 물론, 부모님이 의뢰한 청부살인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잡아낸 나를 어쩌지 못한 탓도 있었다. 그 증거를 잡아 준 사람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박영민이다.
그러니까, 이제는 유수연과 이혼을 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딱히 할 이유가 없었다.
이혼이 그렇게 급할 이유는 없었다는 뜻이다. 유수연을 잊게 할 만한 여자가 나타난다면, 그때 가서 이혼해도 늦지 않다.
사실, 수연과 똑같은 얼굴을 한 수연의 쌍둥이 언니 김유영을 보며 잠깐 마음이 흔들리기는 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내가 생각했던 안티고네의 이미지와는 너무나도 판이했고, 수연과 마찬가지로 동성의 연인까지 있는 사람이었다.
더 이상, 수연이 나의 안티고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수연은, 동성의 연인인 함세복을 자기 목숨보다 사랑하는 한 여자에 불과했다.
비극의 여주인공이 아닌, 그 보잘것없는 여자의 실체를 깨닫고 난 후에야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수연의 동생 진기는 그의 외할머니와 이모 손에 맡겨졌다. 수연의 쌍둥이 언니 김유영은, 영이라고 불리던 그녀는 자신의 애인과 함께 울산으로 되돌아갔다.
나와 마찬가지로 아내를 잃은 중해방 보스 박영민은, 아마 도망친 두 사람의 근황을 알고 있었을 테지만, 한 번도 내게 그들이 있는 곳을 말한 적이 없다. 나 또한 그에게 그들이 도망친 곳을 묻지 않았다.
삼일의 차진호는, 아니 김현섭은, 자신의 파멸의 동반자로 유수연 뿐 아니라 박영민까지 데려갈 계획이었다. 말하자면, 자신의 죽음을 계획하면서, 삼일을 해체 직전까지 몰고 간 중해방을 파멸로 몰아넣기 위해 유수연을 미끼로 중해방의 핵심 사업장을 칠 계획까지 감행했던 것이다. 그러나 중해방이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었던 탓에 계획은 실패했고, 그는 그 책임을 지기라도 한 것처럼 절벽에서 실족사했다.
사실은, 실족사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신경쓸 바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