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
57. 박영민
영의 말대로, 내가 수연과 세복이를 쫓는 동안 삼일은 중해방의 핵심 사업장을 기습해 왔다. 만약 수연과 세복이를 살리기 위해 중해방 조직원들을 모두 동원했다면, 나는 그날 중해방을 잃었을 것이다.
나 또한 선택을 한 것이다.
삼촌의 뒤를 이어 중해방의 보스가 되면서, 나는 세복이를 잃어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를 지금까지 거부해왔을 뿐이다.
그러나, 다시 돌아간다 해도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내가 중해방의 보스였기 때문에, 여기까지 녀석을 보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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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덕 아재와 담치 형으로부터 잘 해결되었으니 걱정 말라는 메세지가 들어왔다.
이제는 시간이 없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야 했다.
김현섭의 시신이 눈을 부릅뜬 채 누워 있었다.
오래 전, 세복이의 외삼촌과 외사촌 부자를 죽인 댓가를 그는 이런 식으로 치르고 있는 셈이었다.
그의 뒷목에 단단히 박힌 맘바를 뺐다. 이미 사후 강직이 시작되어서인지 피는 나오지 않았다. 맘바를 챙긴 나는 그의 품을 뒤져 유서를 꺼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그 품에서 꺼낸 유서는 백지였다. 당연하다. 그는 수연에게 촉탁자살 따위를 의뢰할 계획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수연의 손에 죽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수연이 아키의 외삼촌인 자신을 죽이지 못하리라는 것을 김현섭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아마도 세복이가 조금만 더 늦었다면, 수연은 차디찬 시신이 되어 절벽 아래로 떨어졌을 것이다. 바로 그것이 삼일의 배후 차진호, 아키의 외삼촌 김현섭이 처음부터 계획했던 결말이었다.
그제서야, 수연 대신 끌려갔다가 돌아온 영의 밀고 덕분으로 중해방 조직원들을 이 곳으로 대거 투입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를 깨달았다. 만약 그들이 이 곳에 왔다면, 수연과 김현섭 어느 쪽이 죽든 살인 현장을 목격한 목격자가 되는 것 말고는 그들이 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억울하게 중해방의 핵심 사업장만 삼일에 내주는 낭패를 겪었을 게 뻔했다.
일말의 빈틈도 없이 완벽하게 시신을 점검한 후, 마침내 시신을 절벽 아래로 내던져 버렸다.
이제 차진호는, 아니 김현섭은 명실상부하게 실족사로 처리될 것이다. 그의 뒷목에 생긴 깊이 헤벌어진 상처가 그의 결정적인 사인이라 한들, 그 상처를 누가 냈는지 밝힐 길은 전무하다. 그걸 밝히기 위해 악착같이 수사에 임할 경찰 또한 없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의 사인은 어디까지나 실족사로 남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