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황공
# 2 황공
그 사람을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 나는 그 사람의 실명을 알고 있지만 굳이 그걸 밝히고 싶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그는, 당신이 그 이름을 들었다가는 뒤로 나자빠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거든. 그렇다고 그가 무슨 기업가라거나 정치가라고는 생각하지 말기를 바라오. 여하간 그의 실명을 공개했을 때 오는 위험부담을 나는 책임질 수 없소. 그래서 그에게 걸맞는 호칭을 하나 만들어야겠는데. 뭐? 미스터 김? 대한민국 대표 남성대명사를 쓰면 가장 위험부담이 적지 않냐고? 그건 싫소. 그의 독특함에 너무 어울리지 않게 흔해빠진 명칭이잖소. 어떤 호칭이 좋을까. 그렇지. <황공>이라고 부르는 게 좋겠소. 황씨는 대한민국 대표 성씨는 아니지만 임의로 쓰기에는 나쁘지 않은 성씨이고, 그에게는 그의 인품에 꼭 어울리는 공이라는 호칭을 붙여도 전혀 과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
이제 황공과 나의 특별한 인연에 대해 본격적으로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소. 아까도 말했지만 그는 기업인이나 정치인은 아니오. 사실 그가 젊었을 때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소. 나 역시 그게 궁금했지만 이제 와서 밝힐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피차 신경 꺼도 좋소. 그에 대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요. 억만장자라는 것이오. 아니 조만장자라고 해도 좋을까? 재산이 수조원이나 있는 사람이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그렇게까지 돈이 많기야 했겠소. 그러나 억만장자임에는 분명했소. 즉, 심심해서 뭔가 색다른 사업을 하고 싶어지면 그 사업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 몇 백억쯤 날려버린다 해도 손 툭툭 털고는 ‘좀 아깝군’하고 한 마디 중얼거리며 미련없이 돌아설 수 있을 정도의 돈은 분명히 가지고 있었음에 분명하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처럼 실속없고 형이상학적인 자선사업에 피같은 돈을 투자할 수 있었겠느냐고요. 차라리 그냥 대학이나 고아원 같은 곳에 그 재산을 기증했다면 명예와 존경이나마 얻었을 텐데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