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에코백] 런던 Daunt Books
런던에 가면 꼭 사(야하)는 가방. 독립서점 '돈트북스'에서 파는 에코백이다. 이 가방이 유명해진 건 한 장의 사진 때문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2008년 사진 작가 스콧 슈만의 웹사이트에 올라온 모델 아눅 르페르와 남자친구이자 잡지 편집장인 제퍼슨 핵의 모습. 아눅 위페르가 든 초록색에 하얀색 그림-은 사실 돈트북스 서점 겉모습-이 그려진 가방이 돈트북스에서 파는 에코백이다.
배우 케이트 블란쳇, 가수 아델 등도 이 가방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사진에 찍혔다.
돈트북스는 독립서점이다. 주로 여행책을 팔고 소설, 가드닝 등 비교적 다양한 분야 책을 소개한다. 1990년 런던 말리본하이 스트리스(Marylebone High Street)에 1호점을 냈다. 이 자리에는 있던 가게는 오래된 책을 파는 고서점으로, 1910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지금 돈트북스는 런던 전역에 6개 매장이 있다.
에코백에 있는 그림은 본점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큰 가방과 작은 가방, 그리고 얇은 천가방이 있다. 색깔은 그레이, 네이비, 버건디 등 꽤 다양한 편이다.
얇은 가방에 그려진 건 서점 내부 모습이다.
런던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돈트북스를 설명하는 말이다.
서점 중앙에는 길게 쭉 뻗은 공간이 있고, 끝에는 아치형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이 있다. 들어가는 순간 압도된다. 2층에는 나무 난간이 있다. 이 공간은 나무 특유의 삐그덕 소리가 나서 오래된 도서관을 탐험하는 느낌을 준다.
날씨가 꽤 추운 요즘 출근길. 천은 도톰하고, 짙은 녹색이라 검은색 패딩점퍼와 잘 어울리고, 바닥이 넓고, 세로가로 35~40㎝ 정도로 수납도 잘 되는 돈트북스 에코백을 들기로 했다. 끈길이도 25㎝ 정도라 두꺼운 점퍼를 입고도 쉽게 어깨에 맬 수 있다.
물건이 많은 날이었다. ① 13인치 노트북+어답터 ② 책 1권 ③ 도톰한 다이어리 1권 ④ 얇은 수첩 1권 ⑤ 펜 3개 ⑥ 화장품 파우치 ⑦ 지인에게 줄 에코백 2개 ⑧ 장갑 ⑨ 젤리 1개 ⑩ 휴대폰 충전기 2개
모든 에코백이 그렇지만, 돈트북스 가방을 들면 기분이 좋다. 튼튼하고, 천가방이라 세탁이 쉽다는 실용적 이유도 있지만, 돈트북스가 주는 클래식한 느낌이 나를 좋은 곳으로 여행하게 해주는 느낌이랄까. 건축 양식은 잘 모르지만 꽤 오랜 시간을 자리를 지켜온 듯한 건물 겉모습과 내부가 우아해서 나도 함께 우아해지는 느낌.
돈트북스 본점이 있는 말리본 하이스트리트는 서울로 치자면 한남동 같은 느낌이다. 조용하고, 사뿐사뿐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가게들, 조금은 고급스러운 취향을 저격한 물건들, 적당히 오래되고 적당히 트렌디한 거리 모습.
언젠가 여기서 한 번 살아본다면 나는 어떤 일기를 쓰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하루를 보낼까. 분명 한국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분명 나만의 취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실제 살아보지 못하더라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에코백 하나로 그런 삶을 꿈꿀 수 있다면, 아주 조금이라도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엄청 행복하지 않을까? 이런 행복을 전염시키기 위해서 지인에게도 착장샷을 부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