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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ryme Dec 28. 2018

딱 보는 순간 회사 이름 생각나는 가방

[1일1에코백] 커피전문점 Blue Bottle  

@marryme.kam

커피계의 애플. 미국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Blue Bottle)'에 붙은 별명이다. 커피계에 '혁신'을 가져왔다는 의미다. 2002년 창업한 블루보틀이 화제가 된 몇 가지 이유는 ① 구글 벤처스 등으로부터 20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모았고 ② 2017년 네슬레가 4500억원 정도를 주고 인수했고 ③ 2019년 상반기에 한국에 들어온다는 것.

브랜드와 똑 떨어지는 CI는 보자마자 감탄사가 튀어 나온다.

실제 블루보틀은 미국 커피 문화를 바꿔놨다. 종종 스타벅스와 비교되곤 하는데, 스타벅스가 '공간'을 제공한다면 블루보틀은 '최고의 커피'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블루보틀만의 커피 추출 기구 @marryme.kam

블루보틀은 상징은 직접 내려주는 커피. 한국에서는 드립커피라고 부르고 미국에선 푸어오버(pour over)라고 한다. 블루보틀은 최고의 커피를 만들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위 사진은 2016년 12월,  이 사진은 2017년 6월 사진인데 일하는 사람이 같다! @marryme.kam

드리퍼와 여과지는 블루보틀에서 직접 만들었다. 직원들은 누구라도 최고의 커피맛을 낼 수 있도록 교육 받는다. 주방 동선은 커피를 잘 만들기 위해 전략적으로 기획했다.

섬세하게 커피를 추출하는 일본 방식과 달리 물을 가득 부어놓는 게 특이했다. @marryme.kam

직접 내려주는 커피가 뭐가 특별하냐고? 한국에도 꽤 있지 않냐고. 맞다. 하지만 블루보틀이 처음 만들어진 건 2002년. 그 당시 미국에는 가정용 커피메이커로 내린 커피가 대중적이었다고 한다. 블루보틀은 좋은 원두로 커피 맛을 잘 살린 '스페셜티 커피'를 미국에 전파한 거의 첫 번째 회사일 것이다.

블루보틀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 @blue bottle 홈페이지

클라리넷 연주자이면서 커피를 사랑했던 제임스 프리먼은 1999년 클라리넷을 관두고 창업한다. 블루보틀을 내기 직전인 2001년 11월까지 음악 관련 스타트업에서 일했다고 한다.

커피의 거친 맛을 느낄 수 있는 추출 기구 '프렌치 프레스' @marryme.kam

제임스 프리먼이 얼마나 커피를 사랑했냐면, 비행기에서도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셨다고 한다. 프렌치 프레스와 분쇄 원두를 들고 탄 후 승무원에게 뜨거운 물을 부탁해 내려마셨다고. 크고 작게 돌고 돌아 커피로 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블루보틀 본사 @blue bottle 홈페이지

처음부터 성공한 건 아니었다. 처음부터 커피전문점을 떠올린 것도 아니었다. 생두를 로스팅해 팔겠다는 게 원래 목표였다. 그는 미국 서부 오클랜드의 한 카페 창고를 얻었다. 월세 600달러. 파머스 마켓에 나가 원두를 팔다가 커피 판매 카트를 인수하게 됐다. 블루보틀의 시작이었다.

제임스 프리먼이 쓴 책 @marryme.kam

파머스마켓에서, 손님이 주문을 하는 동시에 원두를 갈고, 드리퍼에 넣어 직접 내리는 방식은 어찌 보면 미친 짓이었다. 한 잔에 10분 넘게 걸리는 커피라니. 근데 그게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그릇 하나도 예쁨 @marryme.kam

그는 완벽주의자였다. 커피 맛이 가장 중요했다. 로스팅한 지 48시간 이내 원두만 쓴다. 다른 커피점에 원두를 공급하던 사업(매출에서 큰 비중 차지하던!)도 중단했다. 커피를 내려 고객에게 가는 마지막 순간을 컨트롤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marryme.kam

가게도 함부로 내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 등에 60여개 지점이 있을 뿐이다. 메뉴도 단출하다. 볶은 치커리와 원두를 차갑게 우린 콜드브루를 베이스로 하는 '뉴올리언스'는 꼭 마셔봐야 할 커피 중 하나다.

@marryme.kam

내가 가본 블루보틀은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매장. 맨해튼에서 다리를 건너고 지도를 보고 찾아갔다. 의외로 큰 간판은 없었다.

@marryme.kam

커피맛에 집중했기에 공간은 불편하다는 평도 있다. 의자가 적고 테이블 높이도 어중간하다는 것. 커피를 마시고 얼른 나가야 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햇살이 잘 드는 통창에서 등받이 없는 벤치에 앉아 있다보면 그 나름대로 낭만이 있다.

블루보틀 CI는 그것만으로도 예뻐서 뭐든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 @marryme.kam

블루보틀은 최고의 커피 뿐 아니라 최고의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다. 

@marryme.kam

생각보다 꽤 비싼 굿즈도 사게 된다. 기념 삼아. 원두가 담긴 봉투일 수도 있고, 커피 추출 기구일 수도 있고, 에코백일 수도 있고, 캔에 든 커피일 수도 있다.

브루클린에 가면 꼭 사진으로 남겨야 하는 덤보. 무한도전 때문에 유명하다. @marryme.kam

블루보틀에서 사온 에코백을 볼 때면 브루클린이 떠오른다. 블루보틀은 미국 서부에서 시작했지만 내가 가 본 매장은 브루클린이기 때문이다. '어떤 지역이 사랑받으려면 이런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 구나'를 깨닫게 해준 브루클린.

@marryme.kam

고층건물이 즐비한 맨해튼보다 건물이 낮았던 브루클린.

@marryme.kam

힙한 지역, 힙스터의 상징처럼 된 그래피티.

@marryme.kam

간판이 영어가 아니라면, 사람들이 다양한 인종이 아니었다면 한국 소도시 어디쯤이라고 생각했을 법한 풍경.

@marryme.kam

누군가는 허세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조용 조용, 때로는 강인하게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개성있는 옷차림을 하고, 가끔 커피숍에 앉아 친구와 짧게라도 대화를 나누고, 자신만의 취향을 소비하는 모습.

@marryme.kam

봄이 되면 블루보틀 에코백을 들고 산책하고 싶다. 블루보틀 에코백은 끈이 길지 않아 어깨에 매기보다는 손에 들어야 한다. 어디든 앉을 수 있게 가볍지만 큰 스카프, 책, 텀블러에 커피를 넣어서 총총 걷고 싶다.


단 하루, 몇 시간 쯤은 세상에 나 밖에 없는 것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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