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에코백] 커피전문점 Blue Bottle
커피계의 애플. 미국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Blue Bottle)'에 붙은 별명이다. 커피계에 '혁신'을 가져왔다는 의미다. 2002년 창업한 블루보틀이 화제가 된 몇 가지 이유는 ① 구글 벤처스 등으로부터 20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모았고 ② 2017년 네슬레가 4500억원 정도를 주고 인수했고 ③ 2019년 상반기에 한국에 들어온다는 것.
실제 블루보틀은 미국 커피 문화를 바꿔놨다. 종종 스타벅스와 비교되곤 하는데, 스타벅스가 '공간'을 제공한다면 블루보틀은 '최고의 커피'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블루보틀은 상징은 직접 내려주는 커피. 한국에서는 드립커피라고 부르고 미국에선 푸어오버(pour over)라고 한다. 블루보틀은 최고의 커피를 만들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드리퍼와 여과지는 블루보틀에서 직접 만들었다. 직원들은 누구라도 최고의 커피맛을 낼 수 있도록 교육 받는다. 주방 동선은 커피를 잘 만들기 위해 전략적으로 기획했다.
직접 내려주는 커피가 뭐가 특별하냐고? 한국에도 꽤 있지 않냐고. 맞다. 하지만 블루보틀이 처음 만들어진 건 2002년. 그 당시 미국에는 가정용 커피메이커로 내린 커피가 대중적이었다고 한다. 블루보틀은 좋은 원두로 커피 맛을 잘 살린 '스페셜티 커피'를 미국에 전파한 거의 첫 번째 회사일 것이다.
클라리넷 연주자이면서 커피를 사랑했던 제임스 프리먼은 1999년 클라리넷을 관두고 창업한다. 블루보틀을 내기 직전인 2001년 11월까지 음악 관련 스타트업에서 일했다고 한다.
제임스 프리먼이 얼마나 커피를 사랑했냐면, 비행기에서도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셨다고 한다. 프렌치 프레스와 분쇄 원두를 들고 탄 후 승무원에게 뜨거운 물을 부탁해 내려마셨다고. 크고 작게 돌고 돌아 커피로 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처음부터 성공한 건 아니었다. 처음부터 커피전문점을 떠올린 것도 아니었다. 생두를 로스팅해 팔겠다는 게 원래 목표였다. 그는 미국 서부 오클랜드의 한 카페 창고를 얻었다. 월세 600달러. 파머스 마켓에 나가 원두를 팔다가 커피 판매 카트를 인수하게 됐다. 블루보틀의 시작이었다.
파머스마켓에서, 손님이 주문을 하는 동시에 원두를 갈고, 드리퍼에 넣어 직접 내리는 방식은 어찌 보면 미친 짓이었다. 한 잔에 10분 넘게 걸리는 커피라니. 근데 그게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그는 완벽주의자였다. 커피 맛이 가장 중요했다. 로스팅한 지 48시간 이내 원두만 쓴다. 다른 커피점에 원두를 공급하던 사업(매출에서 큰 비중 차지하던!)도 중단했다. 커피를 내려 고객에게 가는 마지막 순간을 컨트롤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게도 함부로 내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 등에 60여개 지점이 있을 뿐이다. 메뉴도 단출하다. 볶은 치커리와 원두를 차갑게 우린 콜드브루를 베이스로 하는 '뉴올리언스'는 꼭 마셔봐야 할 커피 중 하나다.
내가 가본 블루보틀은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매장. 맨해튼에서 다리를 건너고 지도를 보고 찾아갔다. 의외로 큰 간판은 없었다.
커피맛에 집중했기에 공간은 불편하다는 평도 있다. 의자가 적고 테이블 높이도 어중간하다는 것. 커피를 마시고 얼른 나가야 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햇살이 잘 드는 통창에서 등받이 없는 벤치에 앉아 있다보면 그 나름대로 낭만이 있다.
블루보틀은 최고의 커피 뿐 아니라 최고의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다.
생각보다 꽤 비싼 굿즈도 사게 된다. 기념 삼아. 원두가 담긴 봉투일 수도 있고, 커피 추출 기구일 수도 있고, 에코백일 수도 있고, 캔에 든 커피일 수도 있다.
블루보틀에서 사온 에코백을 볼 때면 브루클린이 떠오른다. 블루보틀은 미국 서부에서 시작했지만 내가 가 본 매장은 브루클린이기 때문이다. '어떤 지역이 사랑받으려면 이런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 구나'를 깨닫게 해준 브루클린.
고층건물이 즐비한 맨해튼보다 건물이 낮았던 브루클린.
힙한 지역, 힙스터의 상징처럼 된 그래피티.
간판이 영어가 아니라면, 사람들이 다양한 인종이 아니었다면 한국 소도시 어디쯤이라고 생각했을 법한 풍경.
누군가는 허세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조용 조용, 때로는 강인하게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개성있는 옷차림을 하고, 가끔 커피숍에 앉아 친구와 짧게라도 대화를 나누고, 자신만의 취향을 소비하는 모습.
봄이 되면 블루보틀 에코백을 들고 산책하고 싶다. 블루보틀 에코백은 끈이 길지 않아 어깨에 매기보다는 손에 들어야 한다. 어디든 앉을 수 있게 가볍지만 큰 스카프, 책, 텀블러에 커피를 넣어서 총총 걷고 싶다.
단 하루, 몇 시간 쯤은 세상에 나 밖에 없는 것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