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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ryme Jun 25. 2020

소부장에게 배운 직장생활의 진리 3가지   

꾸준함 앞에 장사 없다 

요즘 내 업무의 절반은 소부장과 함께 한다. 이제 입사한 지 갓 세 달이 넘은 회사에서 소부장을 처음 알게 됐지만 알면 알수록 깨달음이 있다. 참 좋은데 설명하기 어려운 소부장에게서 배운 직장 생활, 아니 인생의 진리 3가지를 소개한다. 


먼저 과연 소부장의 정체는 무엇인가? 

출처: 소지섭님 공식홈페이지, 소유진님 인스타그램

소지섭님이나 소유진님과 같은 성씨를 가진 부장님일까? 

flickr

아니면 우직한 소를 닮은 걸까? 


(두구두구) 정답은!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의 줄임말이다. 소재·부품·장비로 묶어 부르는 소부장이란 과연 무엇인가! 


예를 들자면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소재, 자동차를 만드는 부품, 각종 물건을 만드는데 쓰는 장비 등과 관련된 산업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전자, 자동차 등 우리 주력산업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에 산업의 허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반도체공정에 필요한 웨이퍼 출처: flickr

지난해 7월 갑작스런 일본에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의 중요한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하면서 주목받게 됐다. 


물론 소재·부품·장비라는 이름보다 갑작스런 수출규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이 더 알려졌기에 아직도 소부장이라는 말이 낯선 국민들이 있을 것이다. 


당시 핵심소재를 수급하지 못하면 한국의 대표적인 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해 우리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졌다. 


그로부터 1년.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고, 성과는 무엇이었는지, 앞으로 어떤 과제가 남았는지를 정리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하루의 절반은 소부장과 함께 한다. 다행히 중요 품목들이 국산화에 성공하거나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등 성과를 내면서 생산차질 없이 소재, 부품, 장비의 공급 안정화를 이뤄냈다. 


소부장산업의 역사를 조금 되짚다보니 인생을 관통하는 진리를 깨달았다. 


1. 결실을 맺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소부장산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건 지난해 수출규제 조치가 계기였지만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1년 때문만은 아니었다. 국내 부품·소재 분야의 수출 활성화와 관련 기업 육성을 위한 소재부품특별법을 만든 게 2001년이었고, 그 이전부터 제조업을 비롯해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있었다. 이 세월이 쌓여 1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따. 


짧은 시간 안에 임팩트있게 성과를 만들 수도 있지만 무슨 일에든 기반이 필요하다. 차곡차곡 체력을 키우고, 어려움이 뭔지 찾아서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뭔가 안 풀려서 속상할 때도 있지만 위기가 기회가 될 때도 있다. 처음 겪어서 위기인줄 알았는데 지나고보니 내 체력이 생각보다 괜찮았네 안심할 때도 있다. 그러면서 근육이 더 붙게 된다. 


2. 혼자 칠 수 있는 손뼉은 없다 


쉬운 길은 없다. 기술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물론이거니와 완제품 속에 들어가는 소부장산업의 특성상 제품을 사줄 기업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아무리 공급하려고 해도 수요가 없으면 그 산업은 성장할 수가 없다. 


소재, 부품, 장비를 사용할 수요기업이라고 마음 편한 건 아니다. 소재, 부품, 장비가 중요한 건 알겠는데 높은 품질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줄 곳은 찾아야 했다. 짧은 기간 내에 공급처를 바꾸는 건 비효율적이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이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았고, 기업들은 공동으로 기술개발을 했다. 민관이 합동으로 수급대응지원센터를 만들어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움직였다. 


세상이란 결국 혼자서 살 수 없는 곳이다. "나만 잘하면 되지 왜 다른 사람하고 맞춰야 해 ㅠㅠ"라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어떤 일도 혼자 할 수 있는 건 없다. 직간접적으로, 크고 작게 협력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3. 보이지 않는 곳을 지키는 우리가 있다. 


나는 소부장 산업을 보면서 평범한(사실은 평범해 보이는) 우리와 닮은 것 같아서 참 고마웠다. 


우리가 매일 세상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폰을 예로 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열을 줄여주는 소재, 중요한 부품과 이를 만드는 장비가 자리잡고 있다. 


사실 빛나는 자리, 화려한 자리, 잘 보이는 자리는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몫을 해내는 소부장산업이 있기에 TV, 스마트폰, 자동차 등이 존재할 수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자의 분야에서 생활의 달인이 되어있는 우리와 아주 많이 닮았다. 


그나저나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함께 한 사람들은 '소부장'이 가진 의미를 알기에 소씨 성을 가진 부장이나 동물 소를 이용해 비유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한다. 혹여라도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첫머리를 이런 비유로 시작한 건 많은 사람들이 소부장이라는 이름에 관심을 갖고, 더 나아가 소부장산업이 가진 의미를 알아주고, 소부장산업이 더 잘 클 수 있도록 응원해주길 바라는 작은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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