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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옌롄커)

by 카마

사단장의 아내인 류롄과 모범사병으로 사단장 사택의 취사병인 우다왕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이야기다. 군간부가 되어 시골에 거주하고 있는 아내와 아이를 도시로 이주시키고자 하는 야망을 가진 성실한 청년 우다왕이 자신이 모시고 있는 사단장의 아내인 류롄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면서 깊은 갈등에 빠져든다. 서사구조는 간단하지만, 소설 속에는 인간을 억압하는 사회와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인생이 원래 유희인지 아니면 유희가 인생을 대신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유희와 인생이 서로 구별할 수 없이 한데 뒤섞여 하나로 합쳐진 것인지도 모른다. 사회가 부여해준 배역이 인간인지 아니면 사회가 인간의 무대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사회가 바로 무대이기 때문에 인간은 필연적으로 배우가 될 수밖에 없는 건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사회 속에서 주어진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살아간다. 한 아이의 아버지, 사랑하는 여인의 남편, 부모와 집안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아들, 사회와 직장에서 촉망받는 인재.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규정된 사회적 가면을 쓰고,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자신을 규정짓는 이들을 만족시키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한 삶 속에는 다른 이의 무엇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하는 진정한 자신은 없다. 스스로 원하는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자신을 잃은 채 자신을 둘러싼 역할에 이끌려 살아감을 당할 뿐이다. 아내와 가족을 도시 거주민으로 만들고, 다른 이에게 떳떳한 가장 혹은 남자로 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다왕은 자신이 없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순적 존재였다. 그러한 우다왕에게 파국은 필연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사랑의 아름다움 때문에 필연적으로 광기가 도출되는 것인지 아니면 성적 본질이 아름답기 때문에 사랑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강물이 흐르며 그 수원이 어디인지 알 필요가 없고 물이 흐르며 어떻게 강이 되는지 알 필요가 없다. 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강은 비로소 무에서 유로 완성될 수 있을 뿐이다.'
서로를 향한 감정의 격류가 쾌락을 일깨우는 것인가, 아니면 성적 매력과 쾌락의 격랑이 사랑의 물꼬를 튼 것인가? 이 문제에 답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사랑과 욕망은 하나다. 상대의 모습에 대한 본능적 호감에서 관심과 감정이 시작되고, 상대가 그러한 흐름에 물길을 보탠다면 엄청난 파동을 일으켜 정신과 육체를 동시에 잠식한다. 류롄과 우다왕도 서로의 육체에 대한 갈망과 다를 바 없는 감정을 탐색하다 류롄의 대담한 제안에 우다왕이 이성적 경계를 허물고 몸을 섞으며 사랑의 스파크가 터지게 된다. 둘의 육체적 탐닉은 서로를 깊은 감정의 수렁으로 이끌었고, 농밀한 쾌락을 맛보며 깊어져 가는 감정에 어둠의 그늘 또한 짙어져 갔다. 도발적인 시작 지점부터 끝은 전제되어 있었기에 제한된 상황과 불가능성이 이들의 감정을 더욱 증폭시키고 한없이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 상태로 이끌었다. 명백한 파국이 그들을 기다릴 뿐이었다. 그들의 사랑 앞에서는 숭고한 사상과 우상도 그들의 본성을 억압하는 견고한 사회적 장벽일 뿐이었다. 마오쩌둥의 흉상을 힘껏 부수고, 그의 주옥같은 말들을 박살 내어도 그들 주위에 견고하게 짜여있는 벽은 깰 수 없었다. 사단장의 아내인 류롄과 사단장의 사택 관리병인 우다왕이라는 관계의 벽은 절대로 넘어설 수 없었다.
이 소설은 중국 사회의 사회적 모순과 사회주의 이념과 실천의 허구성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사회주의 혁명의 기치 아래 억압되는 인간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소설이 영화화되면서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불륜과 성애가 자극적으로 부각되고, ‘인민을 위해 봉사하라’는 문구가 성적인 구호로 여겨지며 소설의 진면목이 가려지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예술과 외설은 한 끗 차이라고 하지만, 예술과 외설은 지향하는 바가 분명히 다르다. 이 소설은 말초적 자극을 통해 상업성을 확보하려는 외설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철저히 추구하고 탐색하여 인간성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의 서사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군더더기 없이 묵직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생각해볼 거리를 많이 주는 분명히 매력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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