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뒤엎고 싶은 나의 마음아
뭔가는 하고 싶은데 그게 무엇인지를 도통 모르겠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나 했는데 쉴 때는 한 없이 쉬고만 싶고, 숙제 하듯 '오늘은 꼭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미루고 미루다 끄적이기 일쑤. 정말 좋아한다면 이런 마음이 드는 게 맞는걸까. 나는 도대체 뭘 어쩌고 싶단 말인가.
세 번째 스터디가 코 앞이다. 뭐라도 해가야 하는데 뭘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새로운 것을 모두 시도하는 스터디 사람들 중에 유일하게 '전에 했던 것을 디벨롭 해보고 싶어요' 라고 당차게 이야기했지만 아직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혼자 하는 프로젝트였으면 '스스로와 아직 타협이 안 끝났나보다~' 하고 차일피일 미뤘겠지만 일주일에 한 번, 돌아가면서 일주일 동안 무엇을 했나 정말 말 그대로 공개처형을 당해야 하니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회사 업무가 끝나고도 계속 컴퓨터에 앉아 도대체 무엇을 해야하는가 이것 저것 손 대보고 있는 것이다.
-
내가 했던 것들을 다시 돌아보면서, 그러니까 어떤 채널에 콘텐츠를 쌓을까 나의 행적들을 기웃거리다가 잊혀졌던 과거의 블로그를 찾게 되었다. '아 나 이런 블로그 계정도 있었나?' 하며 분명 내가 올렸을 글들을 낯설게 기웃기웃 거리는데 놀랍게도 내가 지금 '해보고 싶어~~(징징)' 거렸던 것들이 전부 있는게 아닌가.
나의 일상 그림, 한 컷 사진, 그림과 함께 끄적거리기, 심지어 리뷰까지! 최근에 와서야 해볼까 했던 것들을 벌써 몇 년전에도 시도를 하긴 했었구나 하는 생각에 사람 생각 참 안 바뀌는 군.. 이라는 생각과 내가 하고 싶었던 것도 참 한결 같구나 라는 걸 느꼈다. 와중에 내가 적었던 어떤 리뷰는 민망한 이야기지만 내가 읽어도 재밌어서 중간에 '푸핫'하며 실제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는데 아 이렇게 가볍게 쓴 글도 재밌구나 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 것이었다.
-
난 어쩌고 싶었던 것일까.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그림들은 휘발되는 것 같다며 가볍기만 하고 나의 진지한 내면을 다 담지 못하는 것 같다더니 내가 정작 좋아하는 것들은 그런 가벼운 것이다. 내가 지향하는 것은 완벽한 것이 아닌 그냥 시작하는 것. 실제로도 나는 그러한 시작에서 더 많은 것들을 얻고 배우지 않았던가. 한결 같이 쌓아 올리는 것이 아닌 '이게 아닌가'하며 등을 돌려버리는 일이 요즘에야 마음이 도통 잡히질 않아 그런 줄 알았는데 5년 전에 그런 마음으로 쌓았다가 방치된 블로그를 보니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다. '이게 아니야!' 라며 도자기를 깨트리는 장인도 아니고 이거 조금 했다가 금새 흥미를 잃고 다른 데서 또 시작을 하고.. 지독한 리셋 증후군이구나 나.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오히려 알고 나니 후련하다. 이런 식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는 거 아닐까. 나는 무엇에 그렇게 겁을 먹는가. 무엇을 얼마나 대단하게 하고 싶기에 그렇게 머뭇거리느냔 말이야.
-
스터디를 다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보여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했던 사람이 아닐까? 스터디 때 뭔가 해와야 면이 서니 전날 부랴부랴 할 거리를 찾고 있으니 나란 사람에게 마감이란, 모두의 약속이란 어느정도의 무게인 것일까. 이것이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라면 괴로워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런 판에 계속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겠지.
한동안 나의 케케묵은 블로그를 찬찬히 다시 살펴봐야겠다. 기록의 힘을 다시금 느낀다. 나의 과거의 기록이 현재에서는 실마리가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 재미있다.
현재의 답은 과거에 있는 걸까. 위에서 언급한 과거의 내가 쓰고 현재의 내가 웃은(민망) 옛 만화 리뷰.
https://blog.naver.com/mary_wonder/220533078951
내가 썼었지만 너무 잊고 있던 기억이라 남의 쓴 걸 보는 느낌으로 읽었다. 으레 블로그의 글이 그렇듯 라인 스티커와 이미지, 짤을 적절히 섞어서 오히려 지금보니 가볍고 재밌다. 아 나는 이런 날 것의 느낌을 또 너무 좋아하는데. 지금의 나는 너무 진지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