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전된 내향인이 치앙마이 식당에서 '폭죽'이 된 사연.

눈 밑 그늘은 턱밑까지, 마음은 가장 뜨거웠던 어느 저녁의 기록.

by 나들레



올드시티의 눅진한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걷던 오후였다.


달궈진 아스팔트 위로 체력은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었지만, 나는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날 오전, 숙소에서 나를 엄마처럼 챙겨주던 일본인 친구가 건넨 다정한 제안 때문이었다.


"치앙마이에 놀러 온 내 일본인 친구들이 있는데, 저녁에 같이 밥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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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새로운 만남을 즐기지 않는 전형적인 내향인이다. 모르는 이들과 섞여 앉아 밥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못내 부담스러웠지만, 그녀의 환한 미소 앞에서는 그 거절마저 무색해졌다. '딱 밥만 먹고 오자'는 비장한 각오로 나선 길이었다.


각자의 여행을 존중하기로 한 우리는 낮 동안 잠시 얼굴만 익힌 채 헤어졌다. 홀로 올드시티의 골목을 구석구석 훑고 다시 약속 장소로 돌아왔을 때, 내 에너지는 이미 적정 수치를 한참 동안 밑돌고 있었다. 끈적한 더위에 너무 오래 노출된 탓인지 거울을 보지 않아도 내 몰골이 어떠할지 훤히 짐작이 갔다. 눈 밑의 검은 그늘이 턱밑까지 깊게 내려앉아 기분마저 축 처지게 만들었다.


당장이라도 숙소 침대에 몸을 던지고 싶었지만, 다시 만날 그녀들에게 '기분이 태도가 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 유명한 문장을 주문처럼 되뇌었다. 바닥난 에너지를 영혼까지 긁어모아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내향인의 유일한 무기인 '사회적 자아'를 소환해, 마치 원래 활기 넘치는 사람이었던 것처럼 장착한 비장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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