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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종 Dec 04. 2023

크리스마스에 늘 듣는 노래

12월이 되면 한 달 내내 크리스마스에 대해 생각하고 그런 분위기 속에 있기를 좋아한다. 어떤 사람도 자신이 크리스마스 덕후라도 하던데 나도 조금 그런 끼가 있는 거 같다.

요즘 내 카톡 프로필


내가 어릴 때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다거나 파티를 하는 시대는 아니었지만 한 7살 정도부터 몇 년간 부모님이 머리맡에 선물을 놔주셨다. 어느 날은 머리맡에 놓는 걸 잊으셨는지 아침에 일어나니 대문밖에 뭐가 있다고 나를 데리고 나가서 선물을 발견하게 해주기도 하셨다.


어린 나이라도 왠지 모른 척해야 할 것 같아 모른 척 하기는 했지만 아빠가 하셨다는 걸 감으로 알았던 거 같다. 산타 할아버지가 주셨다는 카드의 글씨도 아빠의 글씨체였고 말투도 아빠였다. '산타클로스로부터' 라는 멋진 영어 필기체 싸인도 아빠였다.


지금도 기억나는 내용 중에 ‘작년에도 착하고 의젓한 언니, 누나였던 거를 칭찬 한다’는 부분이 생각난다. 난 외동딸이었는데 사촌 동생들의 언니, 누나 노릇 잘했다는 칭찬을 하셨구나. 지금 생각해 보니 대가족 큰 아들이었던 아빠의 머릿속에는 온통 책임과 의무밖에 없었던 거 같다. 그런 와중에 나를 위해 선물을 사고 카드를 쓰셔서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


선물로는 마론 인형을 받았을 때만 굉장히 기뻤다. 그 당시 단골 선물인 과자종합선물세트인 적도 있었고 나중에는 문구류를 받았던 거 같다. 그때 받은 카드가 너무 예뻐서 선물로 받은 마론 인형을 가지고 놀 때도 그 카드를 세워놓고 문으로 사용하며 오랫동안 애지중지했었다. 그렇게 어릴 때 산타를 빙자한 아빠의 편지를 받았었구나!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 Band Aid의 'Do they know it’s christmas?'가 나와서 크리스마스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곡은 내가 크리스마스 때면 꼭 듣는 가장 좋아하는 곡 중에 하나다.


고등학생 때 좋아하는 곡들의 LP재킷 사진이나 가수 사진들을 잡지책에서 오려 붙이고 가사를 적어놓은 노트도 생각났다. 거기에 1984년에 나온 저 곡을 듣고 너무 좋은 그 마음을 어쩔 줄 몰라 가사를 따라 적던 내 모습이 보이는듯했다.


좋아했던 듀란 듀란의 존 테일러와 사이먼 르봉이 참여했다니 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찾아내고, 폴 영, 보이 조지, 조지 마이클 등등 그 당시 대단하던 가수들이 참여한 이 곡을 처음 듣고 느꼈던 그 전율을 지금도 내 몸이 기억하는 거 같다.

고등학생때 만든 노래 모음집(?)

사람들은 이곡 보다 미국에서 뒤늦게 질세라 팝가수들이 모여 만든 'We are the world'를 더 많이 알고 좋아하는 거 같다. 이 곡도 좋지만 내 취향은 'Do they know it’s christmas?'다.

소장중인 존 레넌의 LP 재킷


또 크리스마스면 생각나는 곡은 John Lennon의 'Happy Xmas(War is over)' 다. 이 곡은 존  레넌의 솔로앨범에 들어있어서 처음 듣게 됐다. 굉장히 좋은 곡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들을 수 없어 좀 속상하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라디오나 거리에서 거의 들은적이 없다. 왬의 Last christmas나 머라이어 캐리의 노래가 더 유명한거 같다.


대학생 때 비틀스를 엄청 좋아했었다. 그 중 존 레넌을 특히 좋아해서 솔로 앨범도 사고 비틀스 노래 중에서도 그의 노래를 골라 듣곤 했었다. 베트남 전쟁의 중지를 요구하는 노래라는 건 나중에 알게 됐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손쉽게 정보를 찾아볼 수 없는 시대라 잡지책이나 라디오에서 팝 전문가나 디제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의존하는 게 다였다. 노래의 뒷이야기들은 훨씬 나중에서야 조금씩 찾아보고 알게 되었다.


그때는 아주 적은 정보에 의존해 나름대로의 상상을 키워나갔다. 그래서 더 좋아하게 된 것도 있다. 사실에 근거하기보다는 나만의 상상 속 이미지를 만들고 그 속에서 그 곡이 울려 퍼지게 하다 보니 내 인생의 어떤 시기와 딱 붙어 나 자신과 뗄 수 없는  인생 속 노래가 된 거 같다.


10대, 20대 때 좋아했던 노래는 그 나이에만 가질 수 있는 감성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평생을 살아나갈 때마다 그때의 나를 기억해 내고 삶을 하나로 이어주는 보물창고 같은 역할을 하는 거 같다.


글을 쓰면서 나 혼자 때마다 듣고 좋아하던 곡들을 꺼내놓을 수 있어서 좋다. 식구들에게만 나만의 히스토리를 늘어놓으며 들려주곤 했었는데 비록 온라인 상이기는 하지만 마음속 소중하게 생각하는 노래나 추억들을 살며시 내놓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글을 쓰면서 오래 전 추억과 노래를 소환해 내면서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기억해내기도 한다.


시기별로 평생 늘 떠올리는 곡이나 책, 추억들을 공유하는 게 참 행복하다. 혼자만 듣고 혼자만 설렐 때는 좀 외로웠는데 이 수다를 들어주시는 여러분들께 감사합니다.


아직 멀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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