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박쥐 같은 사람은 아닙니다.
- 감정코칭을 알아야 하는 이유
50대가 되고 보니 장례식장에 갈 일이 많아졌다. 내 친구 두 명도 최근에 아버지와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
A라는 친구는 너무 착한 딸이었다. 편찮으신 아버지를 집에서도 모시고 살뜰하게 음식도 챙기고 평소 친정 일의 대소사를 다 도와드리는 정말 착한 딸이었다. 그런데도 친구의 엄마는 큰 아들 며느리만 알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대부분의 재산을 아들들에게만 주셨다고 한다. 내 친구는 돈보다는 그 서운함으로 많이 힘들어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억울하고 화나는데 본인은 오죽할까 싶었다.
B라는 친구는 큰 아들의 큰 며느리였다. 그 친구도 시부모님의 말이라면 순종하고 농사일이며 집안 대소사를 거의 다 맡아서 하는 며느리였다. 그러던 중 시어머니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시고 어미님의 재산을 나누는 과정에서 시누이들과 분쟁이 있었다. 난 그 친구가 평소에 시부모님에게 어떻게 했는지 어떤 과정으로 시부모님들의 신뢰를 얻었는지를 다 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재산이 탐나서가 아닌 진심이었다. 당연히 더 많은 지분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할지 아무것도 한 거 없이 재산만을 탐하는 시누이들이 얄미웠다.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같은 상황의 반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A라는 친구를 만날 때는 큰오빠와 올케를 같이 욕하고 있었고, B라는 친구를 만날 때는 욕심 많은 시누이들을 욕하고 있었다. 내가 박쥐 같은 인간인가?
B는 너와 이야기하면 자기 얘기를 다 받아줘서 좋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요새 당연히 딸도 똑같이 나눠야지 누가 아들이라고 더 받고 그래”라고 한다고 한다. 그렇다 요새 법은 당연히 N분의 1이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친구들이 그런 이야기를 할 때 나에게 원하는 것은 정확한 정보가 아니다. 요즘같이 핸드폰으로 검색하면 몇 초 만에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시대에 그걸 몰라서 나에게 이야기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냥 “너 가 그동안 애쓴 거 다 알지, 네가 맞지”라는 위로가 필요했던 거다.
우리가 재판관이 될 필요는 없다. 내가 만나는 친구, 지인들에게 내가 옳고 그름을 알려줄 필요는 없다. 그들도 다 안다. 심지어 어린아이들도 옳고 그름을 안다. 몰라서 그런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먼저 그들의 감정을 알아주고 위로를 건네었을 때 그들의 마음이 풀린다.
그렇게 마음이 풀린 사람들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할 힘을 내게 된다. 내가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듣는 인정과 사랑의 말들의 힘은 크다. 아무리 나이가 많고 강해 보이고 씩씩한 사람도 모두 얻고 싶은 것은 인정과 사랑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한테조차 그 사랑과 인정을 보여주는데 너무 인색한 건 아닌지 자주 돌아보려고 한다.
나도 처음부터 그러진 못했다. 강의하기 위해 최성애의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을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다.
인간의 두뇌에는 여러 층이 있다고 한다. 가장 아래층은 뇌간으로 인간의 기본적 생존을 유지하게 해주는 기능을 담당하고 그 위층은 변연계로 포유류의 뇌라고 하는 감정을 담당하는 뇌다. 그 위층이 성숙한 이성적 판단을 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인간의 뇌라고 하는 전두엽이다.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에서 가져왔습니다
1단계와 2단계의 기본적 생존과 감정이 수용되고 공감받은 후가 되어야 전두엽이 합리적인 생각과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감정의 뇌가 충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생각의 뇌 또한 정상적으로 자기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한다.
특히 어린 유아의 경우 변연계와 전두엽이 아직 충분히 발달되기 전이라 더욱더 감정을 알아주고 공감해주어야 잘 발달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아이들의 인지발달과 학습을 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불안하고 안정되지 못한 상태에서는 공부고 뭐고 제대로 된 판단조차 하기 힘들어진다.
전두엽은 초등학교 4~5학년 시기에 가완성이 되었다가 우리가 중 2병이라 부르는 시기인 사춘기 무렵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이루어지며 완전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고 한다. 완성은 남녀 평균 27세쯤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사춘기 아이들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말을 하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춘기 아이에게도 무조건적인 공감과 수용만이 필요한 거였다.
난 이 간단한 이론이 어른들의 관계 맺기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후 어떤 과목의 수업을 맡든 이 감정코칭을 끼워 넣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해서다. 그 억울한 마음, 사랑받고 싶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마음만 알아주면 되는데 그게 뭐라고 우리는 그토록 인색하게 굴었을까?
그 간단한 것만 해주면 되는데 왜 그걸 못해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까라는 반성을 했다.
내가 누군가를 만나서 마음이 말랑해지고 따뜻해지는 순간은 무조건적인 인정과 내 편이라는 든든한 안심의 순간이었다. 이 사람은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무슨 짓을 하든 나를 알아주겠구나, 내 편이구나라는 마음.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구나라는 안도감이다. 그 마음이 너무 좋아서 나도 그런 마음을 내주는 사람이 돼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