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함과 피로 사이에서, 그래도 쉬어야 하는 이유
아이 학교 일정으로 수요일에 휴가를 냈다. 화요일 퇴근을 앞두고 팀원들의 업무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아 조금 손을 보태다 보니, 나도 밤 8시가 넘어 퇴근했다. 수요일은 휴가였지만 하루를 꽉 채운 일정으로 오히려 더 피곤했다. 그리고 목요일, 출근하자마자 쏟아지는 업무에 정신을 차릴 틈이 없었다. 사업실의 촉박한 개발 요청을 조율하려 했지만, 결국 개발자들의 야근을 막을 수는 없었다. 주말 근무까지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소장님께 보고했고, 나 역시 야근을 반복했다. 동시에 또 다른 제안을 준비해야 했다.작업을 나누어 진행했지만, 퇴근 후에도 집에서 새벽까지 일을 이어갔다. 주말 내내 제안서 내용을 확인하는 메시지와, 개발된 기능을 테스트하는 메시지가 끊이지 않았다.
이쯤 되니, 휴가는 사치였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렇지도 않다. 내가 휴가를 쓰지 않았더라도 팀에 들어오는 일의 양이 줄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목요일 오전에 급히 들어온 요청을 막을 수도 없었을 것이고, 제안 작업 역시 마감이 다가올수록 할 일은 계속 늘어났을 것이다. 다만, 휴가를 쓰지 않았다면 ‘미안함’이라는 감정은 덜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내 피로도도 조금은 낮아졌을 것이다. 다른 팀원도 여행을 위해 월요일에 휴가를 썼다. 그래서 ‘나만 빠졌다’는 부담은 덜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마음 한켠에는 여전히 미안함이 남아 있었다.
쏟아지는 업무를 보며, 앞으로의 일정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남은 휴가와 앞으로 생길 휴가를 계산해보느라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직한 지 아직 1년이 되지 않아, 한 달에 하루씩 쌓이는 연차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많다. 이전 회사에서는 연차가 23일이어서 아이를 위한 시간, 나를 위한 시간, 가족을 위한 시간을 나눠 쓸 수 있었지만, 지금은 나를 위한 휴가는 쉽게 내기 어려울 것 같다. 게다가 아이 학교 일정은 대부분 30분에서 1시간 정도면 끝나는데, 회사가 멀다 보니 하루 연차를 온전히 써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생각한다. 그날만큼은 나를 위한 시간을 꼭 함께 끼워 넣어야겠다고.
다행인 건, 아이가 아파 급하게 휴가를 내더라도 이해해주는 회사 분위기다. 연차가 부족한 문제도 1년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다. 그래서 지금은, 그저 버텨보려고 한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쉬는 시간을 지켜내지 않으면, 결국 일도 오래 지켜낼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