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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산적 사고력과 수렴적 사고력을 키워주는 방법은?

창의적 사고력과 창의독서 하브루타

"창조의 모든 행위는 파괴에서 시작된다(Every act of creation is first an act of destruction)." - 파블로 피카소       


최근 인간과 기계가 맞붙은 세기의 바둑 대결에서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한국의 이세돌 9단과 세계 1위 중국의 커제 9단을 잇달아 꺾으면서 전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혹시나' 했던 마음이 '역시나'로 바뀌었고, 인공지능이 범접할 수 없는 인간의 창의성에 좀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간 최고수를 3점 접바둑 수준으로 만들어 놓고 유유히 바둑계를 하산한 알파고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면서 나름의 창의성 개발 방법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창의성(創意性, creativity)이란 ‘새로운 생각이나 개념을 찾아내거나 기존에 있던 생각이나 개념들을 새롭게 조합함으로써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독창적이고 유용한 산출물을 생성해낼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서 창의성은 ‘생각, 조합, 생성’ 등 세 가지 핵심 단어로 압축할 수 있으며, ‘새로운 생각을 의미있게 조합해 무언가 생성하는 능력’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길포드(Guilford)는 <교육의 함축과 창조적인 지식>에서 창의성 요인을 여덟 가지로 제시했습니다. 문제에 대한 민감성(sensitivity to problems), 사고의 융통성(flexibility), 사고의 독창성(novelty of ideas), 정신적 융통성(flexibility of mind), 종합 분석적 능력(synthesizing and analyzing ability), 재정의나 재구성력(a factor involving reorganization or redefinition), 개념 구조의 복잡성(the complexity of conceptional structure), 평가 능력(evaluation ability) 등입니다.      


심리학자 토렌스(Torrance)도 <창조성>에서 창의성이 높은 아이들의 여덟 가지 행태를 제시했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들은 과제에 깊이 몰두하고, 가난해도 생기발랄하며, 권위 있는 의견에 의문을 제기하고, 사물에 대한 세밀한 관찰력이 있으며, 관련이 없는 것들을 연관 짓고, 새로운 발견에 흥분하며, 통찰력 있는 질문을 하고, 깨달음을 통해 스스로 지혜를 얻습니다.      


세계영재학회 회장이자 독일 하노버 대학교 교수인 클라우스 우어반은 창의성의 구성요소를 6가지로 정리했습니다. 독창성, 융통성 등 '확산적 사고력', 기억력, 논리적 사고력, 분석력 등 '지적 능력', '특정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과 기술', '집중력과 끈기', '호기심과 의사소통 능력', '위험에 대한 대처능력과 유머감각' 등입니다.      


한편 한국교육개발원은 창의력을 사고 기능과 사고 성향으로 나누고, 사고 기능으로 유창성, 융통성, 독창성, 정교성을, 사고 성향으로 호기심, 민감성, 자발성, 근면성, 개방성을 하위요소로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창의성을 '창의적 사고'로 통합하고, 이를 다시 '발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 다양한 아이디어를 창의적으로 생성해내는 사고의 유형)'와 '수렴적 사고(convergent thinking, 제안된 아이디어 가운데 가장 바람직한 방향의 아이디어를 찾아가는 사고의 유형)' 등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하는 것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발산적 사고(생각 펼치기)'에는 유창성과 융통성, 민감성, 독창성, 유추성 등이 포함되고, '수렴적 사고(생각 모으기)'에는 정교성과 논리성 비판성, 분석성, 종합성 등이 포함됩니다.      


여기서 발산적 사고란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정보를 탐색하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여러 가지 해결책을 생각해 보는 것을 말합니다. 발산적 사고는 어떤 정보에 대해 다양하고 폭넓은 탐색을 통해 문제에 대한 새로운 답변을 많이 생각해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종이컵의 활용 방법을 다양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지요. 발산적 사고는 유전적인 요인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것보다 부모의 양육 방식, 가정환경 등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입니다. 발산적 사고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아이들의 환경을 보면 아인슈타인처럼 부모가 지적 호기심을 장려하고 자녀가 스스로 선택한 것들을 깊이 탐색할 자유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렴적 사고는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해왔던 방식으로 학교 수업이나 시험을 치르는 상황에서  요구되는 사고방식입니다. 여러 개의 보기나 가능성 중에서 정답을 선택하는 시험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이렇게 정해져있는 정답을 맞추는 문제를 해결할 때 필요한 사고가 하나로 모으는 수렴적 사고인 것입니다. 수렴적 사고의 예는 여러 대안들을 나름의 기준에 따라 등급 매기기, 우선순위 정하기, 다양한 내용에서 선택하기, 결정하기 등이 있습니다. 현재 학교 교육에서 길러지고 있는 사고는 대부분 수렴적 사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양인들이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대화와 토론으로 자신만의 의견을 만드는 것은 '발산적 사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고, 동양인들이 보편적 가치 습득을 위해 사색과 성찰로 완벽한 이해와 암기를 하는 것은 '수렴적 사고'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움의 7단계에서 듣기와 읽기, 연구 분석 등은 ‘수렴적 사고’에 해당하고, 말하기와 쓰기, 가르치기 등은 ‘발산적 사고’에 해당되며, 저술과 창작은 수렴적 사고와 발산적 사고가 혼재하는 ‘창의적 사고’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창성'은 어떤 문제에 대해 가능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이고, '융통성'은 관점이나 시각을 바꿔서 다양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능력이며, '민감성'은 다른 사람은 그냥 지나칠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능력입니다. '독창성'은 엉뚱하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독특한 생각을 하는 능력이고, '유추성'은 특정 대상을 다른 것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능력입니다. '정교성'은 생각을 치밀하게 다듬고 정리하는 능력이고, '논리성'은 근거를 바탕으로 일관성 있게 생각하는 능력이며, '비판성'은 다른 사람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는 능력입니다. '분석성'은 복잡한 현상을 여러 개의 작은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하는 능력이고, '종합성'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을 하나로 모아서 합치는 능력입니다.     

그런데 ‘창의독서 하브루타’를 꾸준히 실천하면 이런 능력들을 고르게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주제와 관련해 가능한 많은 질문을 만들 때 ‘유창성’을 키울 수 있고, 주제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는 활동을 통해 ‘융통성’을 키울 수 있으며, 재미있는 부분을 찾아보는 활동을 통해 ‘민감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토론 멤버 중에 엉뚱한 말을 잘 하는 사람을 통해 ‘독창성’을 키울 수 있고, 주인공과 비슷한 경험에 대해 생각해보는 활동을 통해 ‘유추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1:1 찬반 토론을 할 때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면서 ‘정교성’을 키울 수 있고, 해석적 질문을 만들고 핵심 해석적 질문을 뽑기 위해 책을 살피며 근거를 찾으면서 ‘논리성’을 키울 수 있으며, 토론 멤버들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면서 ‘비판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본질적 문제해결을 위해 계속 ‘Why?'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분석성‘을 키울 수 있고, 쉬우르로 생각정리와 소감나누기를 하면서 ’종합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창의독서 하브루타를 마치고 진행하는 프리젠테이션이나 비판적 글쓰기는 발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를 동시에 키우는 활동입니다. 1년 정도 일주일에 한 번씩 이런 활동을 지속한 후 결과물을 모아서 책으로 완성한다면 창의적 사고를 구체적인 성과물로 시각화시키는 일이 됩니다. 하브루타 독서토론을 통해 다양한 주도적 독서 경험을 하고, 꾸준한 생각 연습을 한다면 과정 중심의 관점 변화와 성장 발전을 통해 창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참고> 창의독서란 독서를 통해 창의적 사고능력을 향상시키는 활동을 의미하며, ‘하브루타(havruta)’란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유대인의 공부법을 뜻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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