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지기: 우리의 길 10화


국토지기: 우리의 길


에피소드 10: 서로 다른 생각,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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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공기가 무거웠다. 밤새 장기자랑으로 흥겨웠던 분위기가 무색할 정도로 조원들의 얼굴에는 피로가 묻어 있었다.

해가 떠오르자 다시 긴 행진이 시작되었다. 신발 속에 남은 흙과 물기가 아직 마르지 않았지만, 불평을 늘어놓을 시간도 없이 모두 배낭을 챙겨 걸음을 옮겼다.


강민우는 조용히 앞을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어제의 노래와 웃음은 마치 꿈같았다.

하지만 그 여운도 잠시, 밤에 텐트로 돌아왔을 때 조별 역할 분배에 대한 갈등이 터져 나왔다.

서로 다른 의견이 부딪히며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오늘 중간 팀을 맡을게.” 박태성이 말했다. “선두만 계속 걷는 건 너무 힘들어.”

“그럼 내가 선두로 갈게.” 이서연이 단호하게 말했다. “누군가는 속도를 조절해야 해.”

“근데 왜 항상 조장만 선두야?” 정하늘이 불만스럽게 말했다. “우리도 돌아가면서 앞장설 수 있잖아.”


조원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한쪽에서는 조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건 단순한 역할 분배를 넘어서, 국토대장정에서 서로가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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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정하늘이 입을 열었다.

“우리는 팀인데, 항상 똑같은 사람이 리더 역할을 하는 게 맞아?”


이서연이 미간을 좁혔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야? 다 같이 결정하면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어.”

“하지만 우리가 걷는 건 개인적인 도전이기도 해. 굳이 누군가 이끌 필요가 있을까?” 민우가 조용히 말을 보탰다.

“이건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팀워크야.” 박태성이 단호하게 말했다.

“각자 알아서 걷는 게 아니라 서로를 책임져야 한다고.”


토론이 깊어질수록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조원들은 자신들의 논리를 펼치며 설득하려 했고, 분위기는 점점 더 팽팽해졌다.


열띤 토론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민우는 갑자기 탈무드에 나오는 ‘뱀의 머리와 꼬리’ 우화가 생각났다.


숲속에 사는 뱀은 머리가 앞장서고 꼬리가 따라가는 방식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꼬리는 자신도 앞장서고 싶다며 머리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머리는 꼬리가 눈도 없고 위험을 감지할 수도 없다고 경고했지만, 꼬리는 이를 듣지 않았다.


결국 머리는 꼬리가 앞장서도록 양보했고, 꼬리는 신이 나서 길을 나섰다.

하지만 앞을 보지 못하는 꼬리는 시냇물에 빠지고, 가시덤불에 갇히며, 심지어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을 겪었다.

그때마다 머리가 간신히 구해줬지만, 꼬리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꼬리는 결국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고,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이 이야기는 경험과 지혜를 무시한 리더십의 위험성과 역할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훈을 담고 있었다.


민우는 탈무드 동화책에서 봤던 우화가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것을 목격하자 탈무드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탈무드가 왜 수천 년 역사를 거치며 유대인의 고전으로 사랑받는지 알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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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가 어젯밤의 일을 생각하며 걷는 동안 조원들의 의견 충돌은 계속됐다. 누구는 자유로운 걷기를 원했고, 누구는 질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갈등이 쌓여가던 찰나, 비탈길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벌어졌다.


“조심해!”


한 조원이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순간, 모두가 멈춰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그 순간 모든 조원이 깨달았다.

아무리 의견이 달라도, 서로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괜찮아?” 이서연이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넘어진 조원은 손을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 나 때문에 시간 지체됐네.”


하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단지, 서로를 바라보며 잠시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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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걸음을 다시 옮기면서도, 대열은 이전과 달라졌다.

불만이 있던 조원들도 조장의 역할을 인정했고, 조장 또한 더 유연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우리 다 같이 걸어가자.” 민우가 말했다. “하지만 서로를 돕는 것도 잊지 말고.”

이서연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 팀워크가 제일 중요하니까.”


그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인정하면서도, 국토지기들은 한 걸음 더 성장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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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 예고: 11화 서로를 이해하는 법


“팀워크가 더욱 단단해진 조원들. 하지만 새로운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갑작스러운 폭염과 체력 한계 속에서, 서로를 믿고 끝까지 걸어갈 수 있을까?”


전국 대학생 국토순례단 국토지기(Since 1999) http://www.kukt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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