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지기: 우리의 길 9화

에피소드 9: 노래와 장기자랑


국토지기: 우리의 길


에피소드 9: 노래와 장기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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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내려온 후 조원들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피로가 뼛속까지 스며들었지만, 이상하게도 표정들은 환했다.

지리산을 넘었다는 성취감이 몸속 깊이 퍼지고 있었다.


강민우는 배낭을 바닥에 던지듯 내려놓고 땅에 주저앉았다.

“와… 죽을 뻔했네.”

정하늘이 옆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진짜, 이거 성공한 거 맞지? 꿈 아니야?”

“꿈이면 절대 안 깨어났으면 좋겠다.” 박태성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서연은 조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오늘 저녁은 특별 이벤트가 있을 거야. 장기자랑.”


조원들은 웅성거리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이서연은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지리산 넘은 기념으로 축제처럼 즐겨보자는 거지. 내일 또 걸어야 하지만, 오늘만큼은 좀 웃고 즐기자.”


그렇게, 노래와 장기자랑의 밤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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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들은 조별로 모여 앉아 어떤 무대를 준비할지 고민했다. 이미 피곤이 몰려오는 상태였지만, 묘한 기대감이 감돌았다.


“우리 뭐하지?” 민우가 물었다.

“댄스?” 하늘이 기대에 찬 얼굴로 말했다.

태성이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지금 다리가 제대로 안 움직여.”


결국 조원들은 간단한 개그와 연극을 준비하기로 했다.


“개그는 어떤 소재가 좋을까?” 민준이 물었다.

“지금까지 행진하면서 겪었던 일들 중에 재미있었던 일화를 개그로 엮으면 어떨까?” 태성이 대답했다.

“그거 좋은 생각인 것 같아. 먼저 브레인 스토밍을 해보자.” 하늘이 말했다.


한참 브레인 스토밍을 한 끝에 태성의 스타일 대로 아재 개그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른 조들도 저마다 아이디어를 짜내며 분주했다.

몇몇은 노래를 연습하고 있었고, 어떤 조는 랩 배틀을 준비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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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파이어 주변으로 조원들이 둥글게 모였다. 불꽃이 춤을 추며 분위기를 한층 따뜻하게 만들었다.


이서연이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자, 그럼 첫 번째 무대부터 시작해볼까요?”


첫 번째 조는 즉흥 개그쇼를 준비했다. 행진을 하다가 부상을 당한 대원들을 지나가던 도사가 나타나 치료를 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자네는 어디가 아픈가?”

“무릎이요.”

“내가 한 방에 싹 나을 수 있게 침을 놔주지.”


도사는 허리를 돌려서 바지 뒤춤에서 침을 꺼내는 척 하더니 손가락을 입에 대고 침을 발라서 아픈 대원의 무릎에 갖다 댔다.


“우와 무릎이 하나도 안 아파요.”

“이게 바로 약침이라네.”


개그쇼가 재미있는지 대원들은 피로에도 불구하고 배를 잡고 웃었다.


“아, 배 아파. 진짜 웃기다.” 민준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이어서 댄스팀이 등장했다. 물집과 통증으로 다리가 아픈 대원들이 많아서 어떤 춤을 보여줄지 다들 우려반 기대반이었다.

스피커에서 음악이 나오자 댄스팀은 도리도리 테크노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테크노댄스는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 허리와 머리만 좌우로 돌리는 간단한 동작이어서 선택한 것 같았다.

다리의 불편함을 머리로 승화시키려는 듯 그들은 목이 빠져라 열정적으로 도리도리 춤을 췄고, 관객들은 환호했다.


다음으로 민우팀이 무대에 올라 아재 개그를 선보였다. 학교 식수대에서 대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설거지를 하는 상황이었다.


“우리 4조는 의견 차이가 많아서 걱정이야.”

“사조참치를 많이 먹어서 그런 것 아니야?”

“우리도 사조참치 사조.”

“따단.”


민우팀의 아재 개그에 대원들이 재미있다며 웃음과 함께 큰 박수를 보내줬다. 이어서 랩 배틀팀이 올라 즉흥 랩을 선보였다.


“본부팀이 뭐라하면, 총무팀이 뭐라하고, 총무팀이 뭐라하면, 행진팀이 뭐라하고, 행진팀이 뭐라하면, 운전팀이 뭐라하고, 운전팀이 뭐라하면, 각 조장이 뭐라하고. 뭐라하고 듣다보니 열받는다 뭐하라고!”

“본부팀이 뭐라해도 못들은척 딴짓하고, 총무팀이 뭐라해도 못들은척 계속하고, 행진팀이 뭐라해도 못들은척 딴청이고, 운전팀이 뭐라해도 못들은척 사오정짓, 뭐라해도 안듣는데 뭐할라고 뭐라하노!”


운영진과 대원들의 입장 차이를 즉흥 랩으로 전달하자 객석에서 괴성과 함께 휘파람 소리가 울렸다.

잠시나마 풍자와 해학으로 국토지기 일상사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니 다들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장기자랑 이벤트가 점점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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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민우와 그의 조원들이 무대에 올랐다. 그들은 짧은 상황극을 준비했다.


“우리의 행군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요?”


상황극이 시작되었다. 민우는 초반에 힘들어하며 포기하려는 참가자를 연기했고, 하늘은 그를 억지로 끌고 가는 조장 역할을 맡았다.

조원들은 처음의 고통, 다툼, 그리고 협력의 과정을 코믹하게 표현했다.


대원들은 웃었고, 어떤 이들은 감동적인 표정을 지었다.


모든 장기자랑이 끝나자, 이서연이 말했다.

“오늘 밤, 우리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우리가 함께했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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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기타를 꺼내 들었다. 첫 번째 코드가 울리고, 조원들은 자연스럽게 국토지기 주제가 ‘하나되어’ 노래를 따라 불렀다.

목소리는 피곤했지만, 마음은 누구보다도 뜨거웠다.


뜻하지 않은 아픔을 겪었어 너무 앞만 보고 달렸던 거야

이젠 그 누구도 탓하지 말고 나의 부족함을 다시 생각해

우리에겐 아직 희망은 있어 어려울 수록 강해지는 믿음

그래 다시 시작해 보는 거야 다시 태어나는 그런 맘으로

우린 해낼 수 있어 다시 일어날 수 있어

그토록 힘들었던 지난 시련도 우린 하나되어 이겼어


세상이 우릴 지켜보고 있어 우리의 시작을 의심할 거야

그런 그들에게 보여줘야해 우리도 몰랐던 또다른 힘을

우린 해낼 수 있어 다시 일어날 수 있어

그토록 힘들었던 지난 시련도 우린 하나되어 이겼어


저 높이 떠오르는 태양을 봐 우릴 비춰주고 있잖아

우리 모두 손을 잡고 희망의 미랠 향해 워우워

우린 해낼 수 있어 다시 일어날 수 있어

그토록 힘들었던 지난 시련도 우린 하나되어 하나되어 하나되어 이겼어


“우리의 발걸음이 끝까지 이어지길 바라면서.”


노래가 끝났을 때, 모두가 조용히 불꽃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웃고 떠들었지만, 내일부터 다시 걷기 시작해야 한다.


민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여정이 끝날 때까지, 나는 이 순간을 기억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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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 예고: 10화 서로 다른 생각, 충돌


“즐거운 밤이 지나고, 다시 길이 시작된다. 그러나 여정은 예측할 수 없는 사건으로 가득하다. 새로운 위기, 그리고 점점 더 가까워지는 조원들. 과연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전국 대학생 국토순례단 국토지기(Since 1999) http://www.kukt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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