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5: 검색의 늪
내 안의 친구, 암
에피소드 5: 검색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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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우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가 누운 병원 침대는 마치 낯선 감옥 같았다. 창문은 밤의 기척을 차단한 채 굳게 닫혀 있었고, 벽에는 말라붙은 꽃 무늬 벽지가 죽은 피부처럼 덧대어져 있었다.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그의 코끝을 자극했고, 귀에는 간호사의 발자국 소리가 시계 초침처럼 정해진 간격으로 들려왔다.
그는 고개를 돌려 협탁 위에 올려둔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전원을 켜자 어둠 속에서 액정의 푸른빛이 번졌다. 무의식적으로 검색창을 열었다. 처음에는 병명부터 입력했다.
“위암 3기.”
검색 결과는 끝없이 쏟아졌다. 블로그, 의학 칼럼, 뉴스 기사, 환자 커뮤니티, 유튜브. 수많은 정보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위암 생존율.”
“위암 항암 치료 후기.”
“항암 부작용.”
그는 손가락을 움직이며 스크롤을 내렸다. 글마다 다른 수치, 다른 증언, 서로 상반된 정보. 누군가는 희망을 말했다. 누군가는 절망을 토로했다. 어떤 사람은 민간요법을 권했고, 어떤 이는 그것이 독이라며 경고했다.
현우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느 말을 믿어야 하지?’
그는 한 블로그 글에 멈췄다. 40대 중반의 남성이 쓴 항암 투병 일기. 글쓴이는 자신이 어떻게 병을 극복했는지, 어떤 식단을 지켰는지, 어떤 병원에서 어떤 의사를 만났는지 세세히 적고 있었다.
“항암은 독이다. 나는 자연식을 택했다.”
현우는 무언가에 홀린 듯 글을 읽었다. 끝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의사는 내게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3년째 건강하다.”
그는 ‘자연식’, ‘면역력 강화법’, ‘항암 대체요법’을 차례로 검색했다. 그 순간, 방 문이 살짝 열렸다. 새벽 근무를 도는 간호사였다.
“장현우 환자님, 잘 주무시고 계세요?”
현우는 놀라 핸드폰을 가슴 위에 올려놨다.
“예... 그냥 잠이 안 와서요.”
간호사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하실 수 있어요. 그래도 휴식이 중요하니까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시려 노력해보세요.”
“네.”
문이 닫히자, 그는 다시 핸드폰을 켰다. 이번에는 유튜브를 열었다. ‘항암 후 탈모’라는 제목의 영상이 뜨자마자 눌렀다. 화면 속 남자는 머리가 모두 빠진 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제 모습이 놀라우신가요? 저도 처음엔 거울을 보며 울었습니다.”
영상은 조용하고 무겁게 흘러갔다. 화면 너머의 말은 그의 마음을 천천히 조여왔다. 현우는 무심코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아직은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항암 치료가 그 모든 것을 앗아갈 것이다.
‘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거지?’
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이불 속에 몸을 숨겼다. 불 꺼진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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