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4: 약을 먹을 것인가
나를 바꾸는 질문 - 셀프 인생문제 고민해결
에피소드 4: 약을 먹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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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민은 한 손에 진료카드를 쥔 채, 차가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었다. 정신건강의학과 대기실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커다란 수족관 안을 유유히 떠다니는 열대어들의 색채가 묘하게 병원 벽의 회색빛과 어울리지 않았다.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손목시계를 세 번이나 확인했지만, 분침은 채 삼 분을 넘기지 않았다. 그는 며칠 전 상담사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감정이 드러났다고 해서 바로 괜찮아지는 건 아니에요. 그 다음은,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예요.”
그렇다. 감정을 느끼는 법을 조금 알게 되었지만, 삶은 여전히 벽처럼 버티고 있었다. 무기력, 가슴의 두근거림, 깊은 피로감, 일에 대한 무의미. 마치 녹슨 자전거 바퀴처럼 그의 하루는 삐걱거렸다. 문이 열리고 간호사가 이름을 불렀다.
“한지민님, 들어오세요.”
그는 천천히 일어섰다. 진료실 문을 여니, 흰 가운을 입은 중년의 의사가 반갑게 맞았다.
“앉으세요. 처음 뵙네요. 어떤 증상으로 오셨나요?”
지민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잠이 잘 안 옵니다. 아침에 일어나기도 어렵고요. 가슴이 답답하고, 가끔 호흡이 빨라집니다. 그리고... 기분이 자주 가라앉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져요.”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몇 가지 질문을 이어갔다. 최근의 변화,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가족관계, 음주 습관, 자살 충동 유무까지. 지민은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껍질이 벗겨지는 느낌이었다.
“우울과 불안 증상이 동반된 것으로 보입니다. 기능성 우울이라고 하죠. 일상생활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내면에서는 지속적으로 무너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의사는 처방전을 꺼내 들며 말했다.
“초기엔 약물치료가 도움이 됩니다. 항우울제와 안정제를 소량 처방해 드릴게요. 2주 후에 다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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