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모린 Jun 26. 2019

기준 아래 자유로운가.
_칠드런 액트

브런치 무비 패스 영화 <칠드런 액트>를 보고


  그녀(피오나)는 언제나 선택해야 했다. 법의 기준 아래 고민과 고민을 거듭한 판결. 그것이 최선이든 차선이든 그녀의 결단은 '법'에 근거하여 현실이 되었다. 그녀의 손을 떠난 '결정'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길을 따라 흘러갔다.


그녀는 '판사'였으니까.



  판사의 삶을 벗어난 그녀는 어떠한가. 난제를 마주할 때마다 그녀는 서류 앞에서 하루를 보낸다. 영화의 첫 장면, 그녀의 뒷모습은 '개인'으로 살아가는 그녀 자체다. 좀처럼 뒤돌 수 없는 삶. 그녀의 앞에는 새로운 난제들이 탑을 쌓았고 거기에 '개인'을 감당할 여유는 좀처럼 나지 않았다. 덕분에 남편(잭)과의 관계는 미루고 미루어져 두 사람 사이에 '거리'를 만들어 버렸다.



결국 잭은 그녀에게 선언한다.
이대로라면 바람을 피울 것 같다고.



  갑작스러운 잭의 선언에 '이성적인' 그녀는 한순간에 무너진다. 바람을 피우려는 상대를 추궁하고 그의 태도를 비난하며 분노한다. 여전히 사랑하지만 이대로는 결혼 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며 집을 나서는 잭의 단호한 태도에 그녀의 마지막 한계가 부서진다.




  그럼에도 그녀는 '판사'의 삶을 이어간다. 그녀의 앞에는 '종교적 신념'으로 수혈을 거부한 '소년'의 목숨이 놓여 있었다.

하필 '익숙한 리듬'이 무너진 그때.



  년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수혈을 하겠다는 '병원' 측과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수혈을 거부하겠다는 '부모'측. 모두의 의견을 듣던 그녀는 한 가지 결단을 내린다. 직접 년을 만나 '그의 선택' 이후 벌어질 일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는 것이다.




  그녀는 법원을 벗어나 소년(애덤)을 마주했다.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은 창백한 얼굴. 그녀는 찬찬히 소년과 시선을 마주한다. 그저 죽음을 받아들이겠다는 소년을 그녀는 지나치지 못한다. 


정말로 이 소년은 죽음을 받아들인 걸까. 


  소년은 판결을 위해 법원으로 돌아가려는 그녀를 붙잡는다. 자신이 밥을 다 먹을 때까지만이라도 함께해달라는 말에 그녀는 불현듯 소년에게 연주를 부탁한다. 그리고는 불현듯 소년에게 노래를 불러준다. 모두가 경악하고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상황 속에서 소년 만은 찬란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의 결론은 소년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었다. 판결은 여느 때처럼 '법의 질서' 속에서 흘러갔다. 소년은 수혈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고 그녀의 삶도 여전히 흘러갔다. 아니, 흘러가는 것 같았다.


  문제는 소년의 삶이었다. 소년은 그토록 믿었던 '종교'도 '부모'에 대한 믿음도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 것이다. 그런 그에게 남은 것은 자신과 시선을 마주쳐 주었던 '그녀' 뿐이었다. 그는 그날부터 그녀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그녀에 대한 사소한 정보부터 그녀의 뒤를 쫓는 일까지. 



  소년의 믿음은 '그녀'에게 향해버렸다. 그녀의 공적인 경계가 무너져 내렸다. 판사가 아닌 '사적'인 그녀의 영역으로. 그녀는 애써 소년을 밀어내며 자신의 영역을 지켜낸다.


그녀는 판사였고, 그녀의 판결은 끝났으니까.


  영화는 경계에 선 '그녀'의 시선을 따라간다. 바람을 피우겠다며 나갔던 남편이 되돌아오고 소년을 밀어내고 밀어내며 끝끝내 일상으로 돌아온 것만 같았던 그 날. 그녀는 애써 지우려 노력했던 소년의 소식을 듣는다. 끝끝내 '성년이 된 그가 죽음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녀는 완전히 무너져 내린다. 남편의 선언을 마주했을 때보다도 더. 그녀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잊은 채 소년이 죽어가는 호스피스 병동으로 향할 만큼. 그녀는 소년을 '다시' 살리고 싶었다.



  그럼에도 소년의 선택은 '자유를 얻기 위한 죽음'이었다. 



  종교도, 부모의 강요도, 판결도 아닌 소년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 결국 그녀는 소년의 죽음을 막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며 남편과의 '대화'를 이어간다. 더는 소년을 지킬 수 없게 된 기준 아래서 그녀는 그제야 '이성'이 아닌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 영화 칠드런 액트, 브런치 무비 패스 관람

- 엠마 톤슨, 핀 화이트헤드 주연 

매거진의 이전글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_광야의 남자는 진짜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