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말
독일어로 일상이라는 단어는 Alltag이다. 여기서 ‘일상의’라는 형용사를 만들면 alltäglich(알태글리히)라는 단어가 된다. 스펠링(Schreibung) 중간에 점 두개가 찍힌 a는 ‘애’라고 발음하며 그 점들은 움라우트라고 부른다. 보통 우리에게 익숙한 외래어는 영어인데다 알파벳도 영어의 그것에 국한하는 경우가 많아 움라우트는 특히 한국에서 쓸 일이 없다. 아니 쓸 수가 없다. 아이디를 만들거나 심지어 브런치의 매거진 명에도 쓸 수가 없다.
몇 년 전 갑자기 글쓰기 열풍이 불었다. 당시 여러 작가들이 방송에 나와 글쓰는 법을 가르쳤고 그 핵심에 ‘솔직함’이 있었다. 솔직하게 쓰는 것은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필자의 경우 특히 그러하다. 어떠한 소재에 대한 견해나 생각을 솔직하지만 정제해서 쓰는 작업은 그 질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크게 어렵지는 않다. 아니 익숙하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적합할 거 같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와 그 감정을 쓰는 것은 익숙하지 않고 때로는 불편하다. 그런 글을 쓸 일을 최대한 피하고 쓰게 될 때에도 거리를 둬서 객관적으로 보이게 하거나 은유를 섞으려고 하는 편이다.
단순히 솔직하지 않아서, 솔직하기 힘들어서 나에 대한 글을 기피하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글이라는 것을 작성할 때 그 ‘필요’에 대한 생각을 많이했던 거 같다. 이 ‘필요’가 단순 유용성만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유용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에 대한 글은 내 생활에 대한 것인데 내 생활은 반복적이고 먹고, 마시고, 일하는 실용적 목적의 활동으로만 구성된다. 의미나 유용성을 도출하기가 힘들다. 설령 그러한 것들이 간혹 발생하는 경우라도 이것이 타인에게 유용할 지는 다른 이야기다. 그럼에도 그러한 글도 써보는 것이 나를 위해서나 작성 가능한 글의 스펙트럼을 위해서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특정한 목적의 글을 쓰더라도 마스터피스가 될 수 없다면 이런 저런 글들을 쓸 수 있는 것이 더 낫지 않겠나는 생각이다.
과거에 조금 더 어렸을 때, 젊었을 때는 어떤 목적과 목표를 분명히 하고 계획을 세워 순차적으로 일을 추진하려고 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의 절반 언저리의 나이가 된 지금에는 목적과 목표의 성취율보다 미성취, 실패율이 더 높다는 것을 알아버렸고 때문에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게 됐다. 어떠한 일을 할 때 그 성과도 크게 기대하지 않게 됐다. 이러한 글쓰기 시도가 얼마나 그럴싸한 성과물을 내놓을지 그건 알 수도 없고 관심도 없다. 그냥 내가 써야겠다고, 그런 글도 쓰는 사람이 돼야 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