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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ainertalknet Mar 03. 2022

피해자 또는 가해자 심석희

쇼트트랙

피해자 또는 가해자 심석희

우선 이 글을 보고 불편할 수 있는 김아랑 선수와 최민정 선수, 그리고 쇼트트랙 팬 분들에게 미리 사죄를 드린다. 언젠가 이 주제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데, 위 기사를 접하고 나서야 서투르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철저히 외부자의 시선으로 썼기 때문에 피해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주제넘은 글이 될 수도 있다.


심석희 선수를 두둔하거나 용서하자는 말이 아니다. 나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을 뿐더러 피해자가 겪었던 정신적 고통을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다만, 심석희 선수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9년 체육계 성추문


심석희 선수는 2014년 고교생의 나이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여러 국제 대회에서 금메달을 석권하며 신흥 강자로서 이름을 알렸다. 그런데, 2019년 체육계 성추문 폭로사건의 피해자로서 신문지 1면에 등장해 사회에 충격을 줬다. 아마 이 충격은 심석희라는 선수가 금메달리스트로서 쌓아온 명성과 유명세를 가졌기에 더 컸지 않나 싶다. 체육계 잔뼈가 굵은 몇몇 체육인들은 터질 것이 터졌다며 무뎌진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사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심석희 선수가 진천선수촌을 무단 이탈을 한 적이 있다. 이 사건을 들여다보니, 조재범 전 코치가 심석희 선수 외 다른 선수들을 폭행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1-2년 징역으로 일단락 되는가 싶었지만, 조재범 전 코치가 고교생 나이었던 심석희 선수를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해왔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고, 검찰은 조재범 전 코치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성폭행 사건이 보도되기 전 엠스플뉴스에서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이 심석희 선수 앞에서 조재범 전 코치 문제를 해결해준 다음, 잠잠해지면 돌아오게 해주겠다고 발언한 것이 밝혀졌다. 피해자 앞에서 가해자를 온전히 복귀 시켜 다시 코치를 시켜준다는 말이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심석희 선수는 폭행당한 날 가족에게 죽고 싶다며 문자를 남겼지만, 당일 태연히 술을 마시고 있는 조재범 전 코치의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언론에 연일 보도가 된 덕택에 심석희 선수는 지옥에서부터 한 발짝 벗어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조재범 전 코치는 복수하는 마음으로 언론에 제보해 심석희 선수와 조항민 코치 간 메시지를 공개했다. 메시지 내용에서 심석희 선수가 김아랑 선수와 최민정 선수를 뒷담화하고 최민정 선수를 고의로 탈락 시키려 했던 정황이 밝혀졌다.


언론과 누리꾼들이 심석희 선수를 질타하고 비난했다. 어른들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한 성폭행 피해자의 모습은 어느새 흐려지고 누군가의 머리 속에는 철저한 '가해자'로 각인되었다. 



Schadenfreude(샤덴프로이데)


쇼트트랙 최고참인 곽윤기 선수의 유튜브에서 워밍엄을 하고 있는 심석희 선수가 잠깐 출연한 적이 있다. 누리꾼들은 "쇼트트랙 선배로서 한마디 해달라", "심석희 관련 영상 다뤄달라" 혹은 "시원하게 이야기 부탁드린다" 등 댓글을 달며 심석희 선수의 논란에 대해 이야기 해줄 것을 요구했다.


독일어에 Schadenfreude라는 표현이 있다. Schaden은 불행으로 해석되고 Freude는 기쁨으로 해석된다. 즉 이 단어는 상대의 불행을 보면서 묘한 쾌감을 가지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일컫는 표현이다.  아마 본 댓글의 저의는 "내가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시원하게 욕해줘" 라는 것 아니었을까? 


심석희 선수가 17세부터 수 년 동안 성폭행을 당했던 피해자라는 사실과, 그녀를 가해했던 사람들의 얼굴은 희미해지지만 가해자라는 낙인은 오히려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빙상계와 체육계의 썩은 추태를 보며 조재범 전 코치 또한 피해자였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글솜씨가 부족해서 제가 의도했던 내용이 잘 드러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혹시 제 글이 불편했다면 사과 드립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사건과 관련된 이해 관계자가 아닌 우리가 누구를 판단하면서 상대의 고통을 즐기면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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