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소리를 들으며>

-나는 향원이 아니 되련다-

by 휴헌 간호윤


<매미 소리를 들으며>

온종일 매미 소리이다. 도회지 매미라 그런지 소리도 억세다. 저 매미 소리보다 더 억센 것은 대통령 선거에 나선 이들의 주변 소리이다. 대권 후보자를 잘 잡아 출세 좀 하려는 이들의 이합집산이 한창이다. 걸쭉하니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오로지 상대 흠잡기다. 어중이떠중이에 이제는 망둥이급도 제가 대권을 잡겠다고 설레발을 치니 대통령 선거의 품격이 길바닥에 나뒹군다.

블로그를 뒤져보니 매미 소리에 대한 글 몇이 보인다. 2008년 글을 읽어본다. 산천이 한 번 바뀌고도 3년이 더 지난 이 세상이 결코 저 때보다 나아 보이지 않는다. 두 해째 코로나는 창궐하고 기나긴 폭염을 지내자니 여기저기서 백성들이 아우성인데, 가진 자들은 이 판국에 한 푼이라도 더 벌어들이고 제 자식들에게 이식하느라 눈이 벌겋다.

티브이라도 틀라치면 이 방송 저 방송 그놈이 그놈에, 하는 놀음도 오로지 먹는 타령이요 춤 타령이요 부활한 트로트 타령이니, 또 그게 그거다. 어느 분 말씀대로 “이건 아니라고 봐. 아닌 건 아닌겨!” 일갈하고 싶은데 내 말만 저 멀리 귀양 보낼 뿐이다.

더 쓰자니 쓰는 내 손만 아프고 읽는 이도 눈살만 찌푸릴 것이기에 이만 각설한다.

2021년 8월 19일


<매미 소리를 들으며>

매미 소리가 잦아들었다. 시나브로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는 말이다. 블로그를 뒤져보니 매미소리에 대한 글이 보인다. 읽어보니 더 첨부할 말이 없다. 지금 쓸 것을 그때 이미 다 써 버렸다.

2020년 9월 11일


아침부터 휴휴헌 창밖에 매미소리가 요란합니다. 한 여름이요, 올 한 해도 반이 뚝 꺾였으니 이제 가을로 들어선다는 알림이기도 합니다. 요지경 세상을 봅니다. 선량(選良)을 뽑는다는 보궐 선거 기사와 아무개 씨 변사체 기사로 꽉 차있습니다. 언젠가 써 둔 글이 있기에 다시 꺼내 읽어 봅니다.

모쪼록 저 매미의 덕 하나라도 내가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14년 7월 22일


<매미 소리를 들으며>

여조과목(如鳥過目, 나는 새가 눈앞을 스쳐 감) 이라더니, 2008년도 벌써 한 허리춤을 휘돌아 총총히 지난다.

비 끝인지 아파트촌을 울리는 매미 소리가 제법 맑다.

매미는 ‘선연嬋娟’이라 한다. 곱고 어여쁘다는 뜻이다. 또 신선으로 탈바꿈하는 곤충을 닮았다고 해 ‘선세仙世’라고도 한다. 호메르스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피도 없고 배설을 하지 않으니 신과 같다 했고, 저 바다 건너 서양 사람들은 꿈을 먹고 사는 가난한 음영吟詠 시인으로 매미를 비유하기도 하였다.

육운陸雲은 《한선부 서寒蟬賦 序》에서 매미가 문, 청, 겸, 검, 신의 오덕五德을 갖추었다 하였다.

오덕이란,

머리 모양새가 관의 끈이 늘어진 형상을 닮았다 하여 문文,

맑은 이슬만 마시고 평생을 살다 죽으니 청淸,

곡식을 먹지 않는다 하여 렴廉,

집 없이 살아 검儉,

계절을 정확히 지켜 신信이라 한다.

선인들은 벼슬아치들이 본받아야 할 징표로 삼았다.

벼슬길에 오르는 양반들은 매미 날개와 머리끈을 닮은 ‘익선관翼蟬冠’을 쓴다. 임금도 예외는 아니어서 정장에 익선관으로 치장했으니, 매미가 갖고 있는 덕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된다.

그러나 익선관으로 치장만 한들 무엇 하랴. 어제도 오늘도 제 밥통 채우기에 여념 없는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 즉 우리 대한의 추한 지도자들 모습이 언론의 머리기사마저 차지한다.

이 땅에 사는 백성으로서 매미의 덕을 갖춘 이를 기대하는 것이 참 어려운 일임을 살며 더욱 깨닫는다.

2008. 7. 25.

간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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