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도 반응이 없는 이유

내가 세상과 사람들을 모른 소치이다.

by 휴헌 간호윤

아침부터 저녁까지 책상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요즈음 가장 내 삶을 흔드는 것은 ‘도대체 세상은 왜 이럴까?’이다. 내가 이 세상을 못 읽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세상과 불화인지? 내가 보기에 분명 저 이가 잘못했는데 세상은 그게 아니란다. (일례를 들어 ‘대장동 문제’는 ‘한 동네의 일’이지만 검찰 ‘선거 개입’ 문제는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다. 그런데도 언론의 보도는 대장동과 선거 개입 보도가 8:2쯤 된다. 국민의 힘은 분명 ‘국민의 짐’인데 지지하는 국민이 40%를 넘는단다.)


난 정당인이 아니다. 이 나라의 일개 백성일뿐이다. 그저 소박한 소망은 내 후손들이 행복한 나라에서 살았으면 하는 염원이다. 국회의원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그런 나라, 모두가 평등하게 살아가는 그런 나라, 그뿐이다.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글을 써도 반응이 없다.


오늘 정조 임금의 『일득록』을 보다 그 이유를 알았다.


“땅은 마음에 맞는 곳을 만나기 어려우며, 사람은 마음에 맞는 벗을 만나기 어려우며, 세상은 마음에 맞는 일을 만나기 어려우며, 책은 마음에 맞는 글을 만나기 어렵다[地難遇會心境 人難遇會心友 世難遇會心事 書難遇會心編].”


그렇다. 마음[心]이다. 이 세상이 내 마음과 맞지 않음이요, 독자가 내 책과 마음이 맞지 않음이다. 그러니 어찌하랴.

정조의 같은 글에 그 답이 보인다.


“무릇 세상일이란 모두 그때가 있다. 때가 오면 저절로 이루어지는 바, 인력으로 재촉해서는 안 된다. 재촉하면 도리어 해가 되기도 하니, 이러한 뜻을 몰라서는 안 될 것이다[大凡天下事 皆有其時 時來則自成 不要人力催促 促之則反或爲害 此意不可不知也].”


원인이 세상과 사람들에게 있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내가 세상과 사람들을 모른 소치이다. 그런데 살아온 경험으로 정조가 말하는 ‘때’가 언제 올진 도저히 가늠이 안 된다.

오늘도 엄한 손거스러미만 뜯적거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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