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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May 04. 2024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51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말, 그리고 '욕 권하는 사회"

http://www.incheonnewspaper.com/news/articleView.html?idxno=214888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말과 '욕 권하는 사회' - 인천신문  일제치하 현진건의 라는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은 일제하에서 지식인이 살아가기 힘들어 술을 먹는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 나라의 대통령과 국회의장 때문에 라는 소설이 나올 판이다.  www.incheonnewspaper.com         '욕 권하는 사회'  

간호윤 인천신문 논설위원. 

일제치하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라는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은 일제하에서 지식인이 살아가기 힘들어 술을 먹는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 나라의 대통령과 국회의장 때문에 <욕 권하는 사회>라는 소설이 나올 판이다.

20분 거리를 가는데 700일이 걸린, 여·야 영수 회담, 뒷말이 무성하다. 이 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신문의 기사를 추려본다. “윤 대통령은 말이 왜 그리도 많은가.” “계속 혼자만 얘기한다.” “대통령의 설명이 너무 길었다.” 야당의 몫으로 참여한 정책위의장의 말은 더욱 전율을 느끼게 한다.

윤 대통령이 “언론 통제 방법을 잘 알고 있지만 안 하는 것일 뿐”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자신이 류희림 방심위장 해촉을 윤 대통령에게 요구하자 윤 대통령이 “‘언론을 쥐려면 그 방법을 잘 알고 있는데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사정 기관과 언론을 장악해서 (임기) 초기에 90% 지지율을 기록…”하였다고 전했다.’

민주국가 대통령의 발언이라기에는 귀를 의심케 한다. '말 같지 않은 말은 귀가 없다(이치에 맞지 아니한 말은 못 들은 척한다는 말)'는 속담도 있지만 눈과 귀가 있는데 어찌 보고 듣지 못하랴.(류희림 방심위장의 망령된 행동은 후일 반드시 단죄를 받을 것이기에 운운치 않는다.) 비공개 때 발언이 '윤 대통령 85%: 이 대표 15%'라는 활자도 대문짝만하게 보인다.

"이게 말이 돼요. 국회의장이 국회법을 안 지키고 의원들이 나서서 이렇게 사정을 해야 돼요. 의무잖아요. 무슨 합의를 해오라느니, 협의를 해오라느니. 아이, 진짜…" 소집 권한을 갖고 있는 국회의장이 국회를 안 열고 외유를 떠난다 해서 한 야당의원이 하는 말이다. 국회의장은 그 이유가 '여당과 합의가 안 돼서'라고 말했단다. '채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싫어서 라는 것을 모를 국민이 없다. 여야 갈등 조정이 안 되니 패스트트랙에 올린 거 아닌가. 긴 시간 끝에 자동 상정된 법안이다. (그렇게 욕을 먹고는 결국 어제 처리하였다.)

'말'이 '말' 같아야 '말'이라 한다. 이런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어디 있나? 이러니 자칭 정치 9단이요, 8순에 국회의원 당선된 분이 방송 들어 간 줄을 모르고 "박병석, 김진표, 윤석열 다 똑같은 개XX들"하고 욕을 했다.

정치판이 난장판이요, 아수라장이다. 여기에 이 난장(亂場)을 일거수일투족 제 입맛 따라 온종일 보도하는 일부 언론의 '말'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이래저래 육두문자(肉頭文字,욕)가 비거비래(飛去飛來)하는 세상이다. 이렇게 '욕'이 나오는 이유를 김열규 선생은, "세상이 중뿔나게 가만히 있는 사람 배알 뒤틀리게 하고 비위 긁어댄 결과 욕은 태어난다. 욕이 입 사나운 건 사실이지만 욕이 사납기에 앞서 세상 꼴이 먼저 사납다. 꼴같잖은 세상!"(김열규, 『욕, 그 카타르시스의 미학』, 사계절출판사, 1997)이라고 욕의 출생부를 정리해 놓았다.

사전을 뒤져보니 '욕을 먹고 살아야 오래 산다'거나 '욕이 사랑'이라는 등 꽤 여럿이 등재되어 있다. 의미 또한 그다지 나쁘지 않으니, 그렇다면 가히 욕의 미학(美學)이다. 사실, 욕을 하고 싶은 심정은 이 글을 쓰는 나도 다를 바 없으니 참 낭패다.

읽는 이들께서 듣고 싶다면 대략 이러하리라. "나라말아 먹는 분들 모가지를 뽑아 똥장군 마개로 하시고, 사업한답시고 제 배만 채우는 분들 염병에 땀구멍 막히소서. 저만 잘났다고 설치는 분들 아가리로 주절대는지 똥구멍으로 말하는지, 돈 없는 사람들 깔보는 분들 복날 개 잡 듯하고 학맥, 인맥으로 알음알이 당신들의 천국만 만드는 분들 벼락을 나이대로 맞아 뒈지소서."

참, 면구(面灸)스럽지만 조금은 시원한 것을 보니 욕의 말 요술이, 아니 욕의 미학이 여간 아닌 듯싶다. 하지만 욕을 해 대도 <술 권하는 사회>를 거쳐 <욕 권하는 사회>가 된 듯하여 영 마음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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