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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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학적 관점에서 본 한국의 검찰청 폐지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
‘우생학(優生學, eugenics)’, 인간의 유전 형질 중 우수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선별·개량하여 인류 전체의 유전적 품질을 향상시킨다고 주장했던 유사과학(類似科學: 겉보기에는 과학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과학적 방법론을 따르지 않는 주장이나 이론)이다. 육종기술(育種技術: 생물의 유전형질을 개선하여 실용 가치가 높은 품종을 만드는 기술)을 인간에게 적용한다는 이 사이비 과학은 20세기 인류사에서 가장 어두운 유산 중 하나로 평가된다.
특히 나치즘의 범죄와 직결된 비윤리적 이론을 거쳐, 권력이 특정 유전자를 보존하며 자기복제를 반복하는 구조를 설명하는 은유로 종종 사용되곤 했다. 2025년 9월,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는 시대정신을 내세운 ‘빛의 혁명’으로 잉태한 이 정부는 마침내 검찰청을 폐지하는 결단을 내렸다. 해방 이후 78년 만의 일이란다.
검찰 문장
그러나 검찰의 기원은 훨씬 더 오래되었으며, 일제강점기의 유산이기도 하다. 1912년 3월 18일 조선총독부는 ‘제령 제11호, 조선형사령’을 공포했고, 이는 같은 해 4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조선총독부는 1910년 10월 1일, 한일병합조약 직후 일본 제국이 대한제국을 식민지로 지배하기 위해 설치한 통치 기구였다. 조선형사령은 일본의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조선에 적용하기 위한 법적 틀로, 검찰에게 광범위한 강제수사권을 부여하며 조선인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기능했다.
해방 이후에도 이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헌법 제89조는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사항으로 명시하며 검찰 조직의 독자적 위상을 보장했다. 프랑스나 독일 등 대륙법 국가들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것과 달리, 한국의 검찰은 식민지 권력이 남긴 ‘유전적 흔적’처럼 권력의 DNA로 작동하며 무한히 진화해왔다. 민주주의와 무관하게, 검찰은 권력의 원형질을 보존한 채 시대마다 그 외모만 바꾸며 존속한 것이다.
검찰은 일반 행정직 공무원이면서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쥐고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깊숙이 개입해온 무소불위의 존재가 되었다. 단 한 번의 시험, 즉 사법고시 출신 중심의 폐쇄적 조직으로 형성된 뒤, 내부 승진과 인사 시스템을 통해 ‘검찰 특정 유전자’를 보존해왔으며, 법적 권한을 넘어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국민 위에 군림했다. 이는 마치 우월한 유전자를 보존해야 한다는 사이비 우생학 이론과 쏙 닮아 있다.
그렇게 동일한 유전자 풀 속에서만 선택과 번식을 반복하는 집단, 검찰 조직은 국민의 공무원이라기보다 특권 계급으로 기능했다. 이러한 자기복제는 외부 견제를 무력화시키고, 내부 다양성과 민주성을 억압했다. 검찰은 국민의 행정기관이 아니라 권력의 핵심 축으로 기능해왔고, 이 나라의 역사까지 좌우하였다.
개혁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노무현 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했으나 성과가 제한적이었고,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특별수사 조직 축소 시도가 있었으나 검찰 권력은 오히려 강화되었다.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경찰에 1차 수사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통과되었지만, 검찰은 영장청구권과 보완수사권을 통해 여전히 핵심 권한을 유지했다.
위기에 닥칠 때마다 무한히 진화하며 생존하는 검찰의 모습에서 제도 개혁의 한계는 여실히 드러났다. 기형적인 권력을 쥔 검찰은 마침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까지 만들어내며 나라를 위기에 빠뜨렸다. 따라서 검찰청 폐지는 단순한 행정부 조직 개편이 아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은 권력 집중을 해체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며,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의 존중과 권력의 분산을 통해 진전한다. 검찰이라는 우생학적 권력 구조에서 벗어나, 민주적 유전자 풀을 형성하는 과정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중요한 것은 개혁이 제도의 간판만 바꾸는 데 머물지 않고, 검찰 권력 DNA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것이 한국 민주주의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관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글┃간호윤(인하대학교 프런티어창의대학 초빙교수)
출처 : 한겨레:온(http://www.han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