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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Mar 02. 2024

상승장의 초입일까, 위기의 시작일까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가열차다. 혹시..? 설마..? 하며 조심스레 꺼내던 연착륙, 노랜딩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경착륙이 오지 않는다는 건 거의 기정사실화 된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나스닥도, S&P500도 전고점을 돌파했다. 보통 역사적 전고점 부근에 주가가 다다르면 저항을 맞고 내려올 만도 한데, 모멘텀이 유지된다. 더 이상 금리인상이 될 것처럼 보이지도 않고, 고금리로 인한 해외자금 유입으로 미국 내에서는 돈이 넘쳐난다. 고금리로 인한 강달러, 강한 달러로 인한 해외 자금 유입으로 미국 내 물가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22년 주식시장의 하락을 견인한 고물가도 이제 잡혀가는 분위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전황에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인다. 이제 와서 전쟁이 끝나든, 격화되든 누구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 지경까지 와버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일 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누가 이기던지 지던지 금융시장에서 귀 기울이지 않는다. 지금은 그렇다. 22년엔 전쟁 소식 하나하나에 금융시장이 출렁였지만, 지금은 그렇다. 


악재로 작용하던 고금리, 물가, 전쟁등이 더 이상 악재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식시장은 상승한다. 악재란 악재는 이미 다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전쟁, 인플레이션, 수급불균형, 금리. 모든 게 클리어해졌다. 이제 더 나빠질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제조업 지수도, 소비자지수도, 고용지수도 활황을 가리킨다.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소위 '골디락스'라고 불리는 꿈의 시절이 찾아온 것처럼 보인다. 이 시절의 왕은 연준의장 파월이다. 파월은 과연 골디락스를 가져온 이 시대의 왕으로 남을 수 있을까?


나는 이 시점에서 자산의 50% 이상을 현금화했다. 가진 주식을 팔고 나니 약간은 싱숭생숭한 느낌이다. 사실 처음에는 싱숭생숭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가파르게 오르는 주가를 보니, 배가 아프다. 많이 아프다.   


혹자는 이런 이야기도 한다. 닷컴버블 때 나스닥의 PER은 60배였다고. 그래서 지금으로부터 2배, 3배, 나스닥 상장기업의 이익 성장에 따라서는 4,5배도 올라갈 수 있다고. AI기술 발달과 함께 생산성 혁명이 일어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이다. 


1999년의 닷컴버블의 재현이라니! 상상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진다. 당장이라도 전 재산을 나스닥 100 3배 추종 ETF인 TQQQ에 집어넣고 싶어지는 설렘이다. 당시의 버블이 재현된다면 단시간에 부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처럼 보인다. 지금의 고점이 내일의 저점일 것이고, 지금의 1억이 단기간에 10억으로 돌아올 생각을 하니 온 세상이 밝아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축제분위기인 이때를 즐겨야 되나 말아야 되나? 그것이 참 고민이다. 왜냐하면, 위기는 항상 전조 없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위기마다 전조는 있었지만, 전조의 시그널은 항상 지나고 나서 명확해 보였다. 위기가 닥치기 직전까지는 위기를 주장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묻힌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상한 마이클 버리도 3년을 숏을 쳤다. 3년. 3년간 숏을 치면서도 버틸 수 있었기에 그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 있었고, 유혈이 낭자한 금융시장에서 홀로 우뚝 섰다. 그가 숏을 친 3년간 미 주가지수는 무려 50%가 올랐다. 50%가 오를 동안 신념을 꺾지 않고 포지션을 계속해서 가져갈 수 있는 확신과 배짱이 있는 사람이, 그 말고도 또 있을까? 그는 위기가 닥칠 것을 확신했고, 그 확신에 배팅했다. 확신이 현실이 되기까지 꾹 참고 기다렸다. 그렇기에 그는 모두가 나가떨어질 때 홀로 살아남아 승리를 외칠 수 있었다.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까지도 미국 경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제조업 생산도, 소비도, 고용도 좋았다. 금리도 안정적이었고 전쟁이나 분쟁등 세계적인 위기도 딱히 없었다. 하지만 은행 파산으로 시작된 심리의 불안은 급속도로 경제를 얼렸다. 이 심리를 녹이기 위해서 엄청난 돈이 필요했다. 엄청난 돈을 쏟고 쏟아 심리를 녹이고 나서야 경제는 반등했다. 얼어붙는 건 한 순간이지만,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건 아주, 아주 힘들다.


코로나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직전까지만 해도 금융위기 이후 너무나도 많이 풀려버린 통화를 제어하는 등 긴축에 들어가고 있었다. 주가는 슬금슬금 상승했지만, 경기는 자연스레 연착륙시키기 위한 플랜을 가동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전염병이 전 세계를 강타했고, 생애 처음 겪는 팬데믹에 사람들의 심리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이번 위기는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이기에 더욱더 심각했다. 얼어붙다 못해 공포에 질린 심리를 녹이기 위해 금융위기 때 이상으로 돈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가 20년, 21년도 코로나 버블로 나타났다. 그리고 우리는 22년을 맞이했고, 금리 인상과 함께 심리는 또 한 번 얼어붙었다. 그 심리가 풀려 나가는 게 또 1년이 걸렸다. 23년 한 해동안 주식시장은 우상향을 거듭했고 심지어 전고점까지 탈환했다. 이렇게나 주가가 많이 오르고 나서야 사람들은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사실은, 그래서 더 무섭다. 


사람들이 주식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시점은, 분명 주가 수준이 꽤나 올라 있는 시점이다. 이미 누군가는 두 배, 세 배 이득을 보고 있는 시장 상황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시장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그들이 가져온 쌈짓돈을 동력으로 삼아 시장은 다시 한번 상승한다. 기존에 팔고 나가는 플레이어들의 물량을 이들이 받아준다. 그 와중에 시장의 모멘텀을 감지한 사람들은 돈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리스크 관리와 수익 두 마리 토끼를 다 가져간다. 전형적인 버블이 형성되는 과정이다. 


이렇게 워낙 요즈음의 시장 분위기가 좋다 보니, 버블의 초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 버블이 어디까지 커질까 기대가 되기도 하고, 언제 버블이 터지고 바닥을 다지게 될까 그 기간은 얼마나 길까에 대한 생각도 한다. 확실한 건, 남겨둔 현금이 너무 아까워서 참지 못하고 다시 뛰어드는 시점, 바로 그 시점이 꼭지 언저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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