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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Aug 06. 2023

주식시장에서의 보유효과와 선택의 고민

한쪽 뷰에 매몰되어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포지션을 정하는 순간 나의 모든 사고회로가 그 포지션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 유지할 수밖에 없는 쪽으로 쏠린다. 이렇게 본인이 가진 것에 비정상적으로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보유효과라고 한다. 보유효과는 본인의 선택뿐 아니라 임의로 정해진 대상에도 발생한다.


한 실험에서 실험자들을 대상으로 어떤 물건을 소유하기 전에 그 물건에 대한 가치 측정을 하고 팀을 나누어 물건을 소유한 그룹과 소유하지 않은 그룹 간 경매 게임을 진행했다. 흥미롭게도 물건을 소유하기 전 부여한 가치와, 실제로 그 물건을 소유하고 나서 매기는 가치가 달랐다. 가진 자는 가치를 더 높게, 가지지 못한 자는 가치를 더 낮게 생각했다.


소유권이 완전히 넘어오지 않은, 그저 실험에서 잠깐 사용될 뿐인 물건이 내 손에 잠시 들어왔을 때도 비정상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사람이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선택한 주식에, 그것도 물량을 꽤나 실어버린 상황이라면 어떨까?


당연하게도 본인의 '선택'으로 손에 들어온 포지션에 강한 애착을 느낀다. 상승에 베팅했다면 상승을 가리키는 지표가 눈에 들어오고 상승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귀에 들린다. 반대로 하락에 베팅했다면 하락을 예상하는 그래프에 눈이 가고 폭락과 위기를 부르짖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정말 희한하게도 상승해도 곡소리가 들리고 하락해도 곡소리가 들린다. 상승할 때는 하락에 베팅한 곰들의 울부짖음이, 하락할 때는 상승에 베팅한 황소들의 피눈물이 시장에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더 잔인한 것은 하락에 베팅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다. 상승에 베팅한 사람들의 경우 강한 확신이 있다. 언젠가는 오를 거라는 확신. 주가는 우상향 한다는 확신. 세상이 망하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확신.


그러나 하락에 베팅한 사람들은 그런 확신이 없다. 산업혁명 이전 세계 경제 성장은 연 0.1%에 불과했다. 당시 인구 증가율이 0.1%였으니 딱 인구가 증가한 만큼 성장한 것이다. 1700년대를 거쳐 1800년대에 진입하며 연 성장 1%의 벽을 뚫어냈고 2000년대 현재까지 찬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 규모의 증가는 자산시장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기에 장기적 전망에서 하락에 대한 베팅은 유효한 전략이 아니다. 다만 짧은 시계열로 경제 상황과 자산시장의 거품 여부를 진단했을 때 하락에 대한 관점은 훌륭한 전략이 된다.


그러나 하락 베팅에 있어 유의할 점은 그 하락의 시점이 정확히 언제 올지 알 수 없다는 점에 있다. 하락이 오긴 올 건데 당장 내일 올지, 내년이 될지, 2년 뒤가 될지 알 수가 없다. 지금 모든 자산을 팔고 하락에 베팅했을 때 일 년, 이 년에 걸친 긴 시간을 과연 버틸 수 있을지가 문제가 된다. 게다가 그 기간 하락한다고 생각한 자산이 상승하면 상승할수록 하락에 베팅한 내 계좌는 깡통이 되어간다.


이 기간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산가격의 상승에 베팅해서 그 과실을 누리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얼굴색이 밝고, 뉴스에서도 희망적인 멘트가 쏟아진다. 나만 잿빛 얼굴을 하고 회사에 가고, 나만 부정적인 유튜브를 골라보고, 나만 어딘가 소화가 안되고 심기가 불편하다. '망해야 되는데, 위기가 와야 되는데, 세상이 한 번 뒤집어져야 되는데..'


하락에 대한 타이밍을 제대로 잡아, 떨어질수록 가격이 상승하는 상품에 투자했다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손해를 보는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나는 수익을 보기에 그들과 나의 자산 차이는 극적으로 벌어진다. 이런 시기를 잘 잡으면 호황기 대비 몇 배의 상대적인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자산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데 나는 현금자산이 늘어난다면? 그리고 그 하락한 자산을 싼 값에 매입한다면? 단순히 생각해도 두 배 이상의 효과가 있다.  


'나는 올라갈 때도 먹고 내려갈 때도 먹어야지. 내려갈 때 먹으면 올라갈 때 두 배로 먹을 수 있다고.'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하락에 베팅한다.


이러한 하락 베팅에도 적극적인 베팅이 있고 소극적인 베팅이 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적극적인 베팅은 자산을 끌어모아 지수 하락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는 ETF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하락의 경우 아무리 많이 떨어져도 100%가 최대인 만큼 상승 대비 변동성이 크지 않기에 보유 수수료를 감안하고 2배, 3배로 변동성을 제공하는 ETF를 선택한다. 변동성이 2배, 3배인 만큼 기초자산이 하락하지 않고 상승했을 때 입는 손해 역시 2배, 3배다. 즉, 남들이 30% 수익을 본다면 산술적으로 90% 손해를 입게 된다. (물론 매일의 등락을 2배, 3배로 추종하기에 아무리 그래도 90%까지 가지는 않지만 계좌가 깡통이 되는 건 매한가지다.) 이렇게 적극적인 베팅을 통해서 하락장에서 직접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소극적인 베팅은 다른 게 없다. 다만 현금화를 할 뿐이다. 현금 갖고 있으면 인플레이션에 따라 가치가 하락하는데요? 그 돈으로 상승에 베팅해서 돈 벌면 되는데 벌써 현금화하면 손해 아닌가요? 그래서 소극적인 베팅이다. 하락을 예상하고 상승 포지션을 청산한다. 현금을 쥐고 거기서 멈춘다. 앞으로 자산가격이 상승한다면 배는 아프겠지만 손해는 없다. 시장에서 어느 정도 발을 뺏기에 앞으로의 전망도 맑은 정신으로 할 수 있다. 서두에 언급한 보유효과가 줄어든 상황이니 더 냉철한 판단이 가능하다.


그래서 하락에 대한 뷰를 견지하더라도 직접적으로 하락 그 자체에 베팅하는 것은 위험하다. 자칫 잘못하면 상승장에서 벌어놓은 것 그리고 노동소득을 통해 축적한 자산의 상당분을 잃어버릴 수 있다. 주가 폭락기에 깡통 차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치지만 주가가 오르는데 깡통을 차는 건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다. 그저 욕심내다가 배가 터져버린 돼지로 취급될 뿐이다.


하락의 뷰가 얼마나 확실하고 얼마나 깊은지에 관계없이 하락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을 버텨내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없다. 혹은 그 기간이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다면 얼마간의 수익을 손에 쥐더라도 그동안 받은 정신적 고통의 크기에 비하지 못할 수도 있다. 너무 고통스러운 투자는 차라리 하지 않는게 낫다. 시장의 등락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포지션으로, 올라도 내려도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투자가 선행돼야 결과도 따라오는 법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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