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에 갇힌 주식시장
위 그래프에서 보다시피 '22년 10월을 저점으로 주가의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저점에서 40% 넘는 상승이 이어지는 동안 시장을 바라보는 뷰는 어땠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계속해서 리세션 이야기가 넘실댄다. 거시경제를 비춰주는 여러 지표가 침체를 가리키고 있고, 머지않은 침체를 예상하고 있지만 주가지수는 보란 듯이 상승에 상승을 이어갔다.
지표와는 반대로 상승하는 주가지수를 보며 어떤 사람들은 이상함을 느꼈다. '지표를 봤을 땐 분명히 떨어져야 하는데 계속 오르네? 이건 비 이성적인 상승이야. 곧 꺾일 거야.' 그들의 생각은 곧 신념이 되고 지수 하락에 베팅한다. 그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분명히 리세션이 와야 하고, 리세션이 온다면 주가는 떨어지는 게 맞는데 세상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AI와 2차 전지를 필두로 한 주가지수 상승으로 너도 나도 축제를 즐긴다. 이런 상황에 하락에 베팅해서 난데없이 손해에 손해를 쌓아가는 내 모습을 보면 자괴감이 두 배로 쌓인다.
주가의 움직임은 거시경제 지표의 방향에 따라 어느 정도 향방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 시점이 언제일지에 대한 정확한 타이밍은 알 수 없다. 하나의 예로 리세션을 예고하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인 미 국채 장단기 금리차를 살펴보자.
파란색 선이 장단기 금리차, 빨간색 선이 나스닥 종합지수, 회색구간이 경기침체 구간이다. 보통 장단기 금리차가 0 이하로 떨어지면 경기침체와 주가하락이 온다고 이야기한다. 과연 그런지, 그렇다면 신호가 발생하고 얼마 만에 침체가 시작되고 주가하락이 오는지 살펴보자.
신호 발생 / 경기침체 (침체까지 걸린 시간) / 주가하락 (주가하락까지 걸린 시간)
1. 1978년 8월 / 1980년 1월 (16개월) / 1980년 1월 (16개월)
2. 1980년 9월 / 1981년 7월 (10개월) / 1981년 5월 (8개월)
3. 1989년 1월 / 1990년 7월 (13개월) / 1990년 7월 (13개월)
4. 1998년 6월 / 2001년 3월 (33개월) / 2000년 2월 (20개월)
5. 2006년 2월 / 2007년 12월 (22개월) / 2007년 10월 (20개월)
6. 2019년 8월 / 2020년 2월 (6개월) / 2020년 1월 (5개월)
7. 2022년 7월 /??(12개월째) /??(12개월째)
지난 기록을 살펴보면 미 국채 장단기 금리차 역전 발생 후 리세션과 주가하락은 반드시 찾아왔다. 신호 발생 이후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3개월이 지나서 리세션이 온다. 주가 하락은 5개월에서 20개월 후행한다. 현시점에서 장단기 금리차 역전 이후 12개월이 지났다. 이미 리세션이 오고, 주가하락이 진행됐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점이다.
장단기 금리차 역전현상이 아니라도 리세선을 가리키는 많은 지표가 존재한다. 그리고 리세션은 주가 하락을 동반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리세션이 오냐 오지 않냐가 아니다. 리세션은 온다. 다만 그 시점은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다는 게 문제다. 경기의 부양과 침체, 통화의 팽창과 축소는 일정한 주기는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반복된다. 주가 역시 이 주기에 맞추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그렇기에 하락 없이 상승만 하는 주식시장은 존재하지 않고, 끝도 없이 떨어지기만 하는 하락장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리세션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리세션이 오는 특정 시점을 딱 맞춰서 큰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면 십중팔구 더 큰돈을 잃는다. 2008년 금융위기에 크게 베팅해서 크게 성공한 마이클 버리도 포지션을 설정한 후 2년을 버티고 버틴 끝에 막대한 수익과 함께 그 유명한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더 이상 투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되는 자명한 미래가 예상되더라도 그 시점이 언제 찾아오느냐는 확률 게임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예정된, 혹은 예정된 것처럼 보이는 미래의 도래가 생각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만약 마이클 버리가 외부의 압력에 굴해 하락포지션을 조기에 청산했다면 그의 명성이 지금 같지는 않을 것이다. 금융사를 다룬 책 또는 유튜브의 한 꼭지에서 비운의 투자자로 짧게 소개되고 말았을 확률이 높다.
마이클 버리처럼 본인의 전 재산과, 본인이 운용하는 자산 전부를 올인해서 베팅할 수 있을 정도로 확신이 있는가? 그리고 언제 도래할지 모르는 미래를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 있는가? 게다가 그 미래에 이르는 길은 매 순간 선택에 대한 의심이 함께하는 길이다.
이런 각오가 되어있더라도 막상 어려움이 닥쳤을 때 버티기는 상상 이상으로 쉽지 않다. 뭐든지 시도하기 전에는 그 진짜 모습을 보기 힘든 법이다.
그래서 항상 투자는 헷지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위기가 오더라도, 상승이 계속되더라도 양쪽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포지션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하락에 베팅하는 건 정말 주의해야 한다. 위 나스닥 50년 그래프를 봐도 어떤 구간에서든 상승에 베팅하면 존버로 빠져나올 수 있다. 하지만 하락에 베팅하면 진입 시점과 탈출 시점이 확실해야 비로소 이득을 본다.
물론 어떤 방향이든 확실할 때 왕창 때려 박아서 크게 벌지 않으면 부자가 되는 길은 요원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각오를 다지는 것, 물론 훌륭하다. 하지만 그런 각오로 1000명이 달려든다면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은 한 둘에 불과하다는 점을 양지하고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다.
끝.